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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국제세미나] 알렌 응 AMRO 그룹장 “경제성장해도 출생률 회복 어려워…인간친화적 구조 개편해야”

출산장려‧교육지원정책, 유의미한 출생률 반등 효과 없어
노령인구 경제적 활동, 저출생 대응 시간 벌어 줘
과도한 부동산‧교육 경쟁 지양…가족친화적 지역사회 재편 필요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인간 생산성 보완에 활용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알렌 응 거시경제연구소 그룹장이 경제가 성장해도 출생률 회복이 어렵다며 경제‧사회적 구조를 인간 친화적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인구 절벽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AMRO는 한국, 중국, 일본과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아시아국가연합 소속 10개국이 1200억 달러를 출자해 설립한 동아시아-동남아시아 권역 내 거시경제연구기구다.

 

알렌 응(Allen Ng) AMRO 거시경제연구소 그룹장은 7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아시아 저출생의 원인과 대응방향 모색을 위한 국회 국제세미나에서 “저출생을 해결하려면 포괄적이며, 노동시장개혁에서 문화적 변화까지 사회 전반을 포괄하는 대응이 필요하다”라며 “고령화의 개념 변화, 가족친화적 사회 조성, 인간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사용, 지역 협력과 지식공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알렌 응 AMRO 그룹장은 “지난 10년간 전문가들은 저출생을 국가발전 과정에서의 일시적 현상으로 출생률 감소 후 다시 높은 수준의 발전이 이뤄지면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실제로는 높은 개발수준 국가가 출생률이 더 낮은 경향이 있다”라고 전했다.

 

AMRO가 보유한 합계출산율 분석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합계출산율은 2.2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 신흥국 개발수준이 고도화되는 2050년에는 1.8명으로 줄어들고 2100명에는 1.6명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시아 출생률 하락은 더욱 심각하다. 동아시아 권역은 이미 2021년 합계출산율이 1.23명을 기록했고, 2100년에 이르면 1.16명으로 주저앉는다.

 

특히 한국은 심각하며,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로도 2100년까지 80년 이상 1.0명 이하에 머무를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반면, 고령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1980년 아시아 국가 중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나라의 기대수명은 73세였으나, 2050년이 되면 85세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알렌 응 AMRO 그룹장은 저출생과 고령화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며, 인구통계학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간 전 생애주기를 포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간 저출생 대응 세미나들의 결론은 대체로 산모, 결혼가구, 청년 취업자 등 출산 가능 연령 인구를 지원하는 데 그쳤는데, 알렌 응 AMRO 그룹장은 보다 냉혹한 현실을 지적한다.

 

교육제도 개선과 출산촉진 정책 효과는 미미했다. 거시경제 분석기구들이 아무리 긍정적 시나리오를 구상해봐도 장기간 각국은 합계 출생률 1.0명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알렌 응 AMRO 그룹장은 우선 고령인구의 개념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은 노령 기준을 만 65세 정도로 잡고 있다. 그러나 기대수명이 만 80세 이상으로 늘어나는 현재에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현 분류방식대로라면 출생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이기에 반드시 노동가능 인구가 급감하게 된다. 정년을 은퇴하면 소득활동을 차단하고, 부양인구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알렌 응 AMRO 그룹장은 노령 인구를 부채로 분류하지 말고, 노령인구의 부양부담을 낮춰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많지만 건강한 노동력의 이점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전환하기 위해 교육, 경력 관리, 은퇴 시기 재구성을 통해 가치 있는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연금개혁, 기술 활용, 노동 이동성을 위한 국제협력 등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도시 과밀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과밀화는 주거 비용과 물가를 높여 출생률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더 넓은 지역에서 균형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가장 핵심 정책으로는 가족 친화적 사회 재편을 꼽았다. 국가에게 출산과 교육은 경제성장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특히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과도한 교육경쟁은 높은 교육비와 출생률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알렌 응 AMRO 그룹장은 현대적 생활방식과 직업적 열망이 공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양극화 완화와 맞물리는 영역이다.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닌 인간 생산성을 보완하는 기술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기술이 인간 일자리를 빼앗으면 인구 축소는 필연적이다.

 

해외 국적 노동인구에 대해선 신중하게 대응하되 이들이 각국 사회에서 배척받지 않고, 해당 국가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도전적이며 포용적 사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알렌 응 AMRO 그룹장은 일본 혼슈 오카야마 현 나기마을의 사례를 들어 저출생의 힌트를 제시했다.

 

나기 마을은 2005년 합계출산율이 1.4명에서 2021년 2.7명, 2022년 2.3명으로 인구 증가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이 지역의 성공은 중앙정부에서 하달하는 식의 정책이 아니라 수요자 입장에서의 가족 정책을 하나둘 관철했다.

 

저출생 재정 지원이 두 배 가량 늘고 육아‧주택 지원도 있었지만, 일자리 확보와 마을 공동육아를 통해 지역 전반에 대가족을 호의적으로 보는 문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기 마을의 성공은 단기간 반짝 정책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마을 구성원 전체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20년 이상 노력한 결과였다.

 

알렌 응 AMRO 그룹장은 작은 마을의 사례를 대도시나 광역지구에 일괄 적용하는 건 지양해야 하지만, 나기 마을의 사례는 장기간 올바른 접근 방식을 활용할 때 저출생의 출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알렌 응 AMRO 그룹장은 마지막으로 “우리가 직면한 인구학적 전환은 속도와 규모 면에서 전례가 없고, 이는 경제 성장, 재정적 지속 가능성, 사회 구조에 상당한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라며 “그렇지만 생애 잠재력을 더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출생률을 일본 수준(1.2-1.4)으로 높일 수 있다면 인구 감소 기간을 3세대에서 5-6세대로 연장할 수 있으며, 독일의 수준(1.5-1.6)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은 12-13세대까지 확장될 수 있고, 이러한 시간적 연장은 백년 단위로 미칠 수 있다”라며 “이 시간은 우리가 적응하고, 혁신하고,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인구학적 위기가 우리에게 닥쳤지만, 우리의 미래는 미리 결정되지 않았다”라며 “사려 깊은 정책, 지역 협력, 오래된 패러다임을 재편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 새로운 인구학적 현실과 함께 번영하는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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