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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동식의 전통주기행] ‘병국’사용 한국의 가양주 향이 강하고 깊은 맛 ‘최고’

프랑스에 와인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술이 대표적일까. 한국의 전통주 뿌리는 가양주(집에서 빚은 술)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집집마다 술맛과 향기가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생쌀가루를 뭉쳐 만든 떡누룩(병국)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향이 강하고 깊은 맛을 낸다.


찐 쌀에 배양한 곰팡이를 뿌려 만든 일본식 흩임누룩(산국)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손맛과 재료, 환경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다 보니 집집마다 맛도 다르다. 된장이나 간장, 김치 맛이 서로 다른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된다.

전통주 복원 외길을 걸어온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얼마 전 우리 술 브랜드 ‘세상만사’ 를 선보였다. 고유의 전통 양주기술과 밀 누룩을 주원료로 만든 이 술은 100일간 발효 숙성시킨 순곡 청주와 순곡 탁주 두 종류가 생산된다. 알코올 도수는 각각 15%, 13%. 멥쌀과 찹쌀, 전통 누룩을 주원료로 사용했다.

 

‘청산별곡’ 송순의 맛과 향 가득

특히 어떠한 식품첨가물이나 보존제 등 일체의 인위적 조작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연발효에 의한 맛과 향기를 간직하고 있다. 산화방지제를 사용하는 와인과 달리 음주에 따른 숙취가 전혀 없다는 것이 박 소장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박 소장은 ‘청산별곡’과 ‘나비의 꿀단지’, ‘달빛여로’, ‘자희향’ 등 다양한 전통주를 개발하여 선보였다. ‘청산별곡’은 작자 미상의 고려가요 ‘청산별곡’에서 따온 가향혼양주 ‘송순주(松?酒)’의 주품명이다. 혼양주법으로 개발됐다.

 

즉 별도로 빚어서 발효시킨 술을 증류하여 증류식 소주를 사용한다. 멥쌀가루로 만든 죽(범벅)에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밑술에 다시 찹쌀고두밥과 송순을 넣고 술이 발효되면 증류식 소주를 첨가하는 방식이다. 2차 40일, 3차 50일간 발효 숙성시키는 등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양주공정을 거쳐야 술이 완성된다.


‘청산별곡’의 가장 큰 특징은 고유한 송순의 맛과 향기를 음미할 수 있다는 것. 저장성이 높고 향취가 뛰어나 명가의 반주로 상용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정지역이자 국내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인 울진지역의 금강송의 송순이 이 술의 재료로 사용된다. 증류식 소주 또한 찹쌀로 덧술하여 증류한 순곡증류주를 사용, 주독(酒毒)의 최소화를 도모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 18%로 다소 높은 편이다.

 

사대부 가양주 ‘백화주’ 인기

한편 ‘나비의 꿀단지’는 연중 산과 들에 피어나는 온갖 꽃을 술에 넣어 향기와 약효를 살려 낸 명주. 원이름은 ‘백 화주(百花酒)’다. ‘맛과 향기가 좋은 술에는 벌과 나비가 모여든다’는 점을 감안해 이름을 정했다. 조선시대에는 사대부와 부유층만이 맛볼 수 있었던 최고급 가향주(佳香酒)로, 우리나라 사계절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백화 주’를 빚는 과정에 증류식 소주를 첨가하여 재차 발효시킨 술이 바로 ‘나비의 꿀단지’이다.


국화와 같이 마른 후에도 향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꽃을 주장으로 삼았다. 아울러 복숭아와 살구꽃, 매화, 연꽃, 구기자, 냉이 등은 약효가 기대돼 그 양을 넉넉히 넣었다.


실제 이 술은 원기를 보하는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규합총서(이본)’에는 ‘향취와 맛이 다른 술보다 뛰어날 뿐 아니라, 원기를 보익하고 공효가 기이하다’고 기록돼 있을 정도. 박 소장은 “여러 가지 효능도 뛰어나지만 ‘백화주’를 맛보지 않고서는 가향주 참맛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알코올 도수 18%.


또 ‘달빛여로’는 전통방식으로 만든 소주로 보면 된다. 소주를 숙성시켜 증류 직후의 거칠고 날카로운 맛을 없애고 단조로운 맛과 은은한 향기를 살렸다. ‘순수하고 맑은 소주의 술 빛깔이 마치 밝은 달빛을 밟고 가는 나그네를 떠올리게 한다’는 뜻에서 이름을 정했다.

 

자희향, 전남 함평 대표 명주로 등극

특히 이 술은 ‘호산춘’과 ‘백화주’, ‘송순주’ 등을 증류하여 순수한 증류식 소주를 얻었다. 지초와 꿀 등을 사용해 빚는 ‘감홍로’를 비롯하여 죽력과 꿀, 생강을 사용하여 빚은 ‘죽력고’, 배와 생강, 울금, 꿀을 사용하여 빚는 ‘이강고’를 포함하고 있다.


주원료는 멥쌀 12%. 찹쌀 76%, 전통누룩 15%를 사용했다. 부재료로 영월 지초, 광양 벌꿀 이 들어갔다. 알코올도수는 50%로 매우 높은 편이다.


자희향’은 전남 함평의 대표적인 명주로 발돋움한 술이다. 조선시대 후기의 양주 관련 문헌인 ‘술 빚는 법’에 수록된 주품. 그 맛과 향이 얼마나 좋은지 ‘입에 머금고 싶을 뿐 차마 삼키기 안타 깝다’는 뜻에서 유래한 ‘석탄향’을 복원한 술이다.


찹쌀로 죽을 쑨 뒤, 누룩가루를 섞어 발효시킨 밑술에 찹쌀고두밥을 섞어 덧술을 빚고 두 차례에 걸쳐 120일간의 발효와 숙성을 거쳐야 ‘자희향’ 탁주가 완성된다. 일체의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다양하면서도 아름다운 맛과 향기를 간직하고 있어,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자희향’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생신기념 건배주로 채택되면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2015년 우리술품평회와 지난해 몽드셀렉션에서 각각 금상을 수상했다. 이 모든 전통주는 박소장 내외가 운영하는 인왕상 자락 ‘내외주가’에서 맛볼 수 있다.


[프로필] 김 동 식
• 국제 와인전문가 자격증(WSET Level 3)

• ‘와인 왕초보 탈출하기(매일경제)’,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헬스조선)’ 등 와인 칼럼 연재

• 서울시교육청 등 와인교육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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