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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동식의 와인기행]와인 가격 이해하고 올 겨울, 자줏빛 와인에 취해보자


(조세금융신문=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천차만별 ‘와인 가격’ 이해하기
와인 가격은 그 종류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다. 한 병에 몇천 만원하는 프랑스 최고급 와인이 있는가 하면, 할인 마트에 가보면 똑같은 750밀리리터 용량인데도 단돈 몇 천원이면 얼마든지 구입 가능한 저렴한 와인도 널려있다. 왜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일까. 과연 와인 맛도 100배, 1000배의 가격 차이만큼 좋고 맛있을까.


그 답은 ‘전혀 아니오’이다. 오히려 와인 초보자 입장에서 보면 가격이 낮은 ‘마트 와인’이 달착지근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입맛에 더 맞을 수도 있다는 것. 가격이 비쌀수록 장기 숙성용이 많아 오픈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떫고 신맛이 강한 경우가 많다. 시중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예로 들어 와인 가격 편차와 그 원인을 알아봤다.


몇 해 전 설 명절. 서울시내 모 백화점에서 한 병에 1600만원이나 하는 와인 선물 세트를 출시했다. 그 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비싸다는 ‘샤또 페트뤼스(Chateau Petrus)’.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강 오른쪽(우완)에 위치한 ‘포므롤(Pomerol)’ 지방 와인이다. 부드럽고 온화한 맛의 메를로(Merlot) 포도 품종을 사용했다. 타닌과 산도, 당도의 밸런스가 완벽하고 잔향이 오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로마네 콩티(Romanee Conti 2006, 프랑스)와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 2010, 미국) 세트가 각각 900만원, 500만원에 나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와인 수입 단가 비례 세금 부과
반면 칠레 카사블랑카 밸리의 명품 와이너리, 빌라드 에스테이트에서 선보인 ‘엑스프레시옹 리저브 피노누아(Expresion Reserve Pinot Noir)’ 2008년산 가격은 3~4만원대 초반에 불과하다.


풍부한 과실 맛과 적당한 오크 향의 조화가 뛰어난 이 와인 역시 로마네 콩티와 동일한 포도품종의 피노누아(Pinot Noir) 100%로 만들어졌다. 특히 입안에 남는 긴 여운과 복합미가 좋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는 것. 가격 대비 최고 제품이다.


세일행사 기간을 잘 활용하면 1만원대 이하에도 이탈리아나 스페인, 호주산 와인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가격 차이를 보이는 까닭은 뭘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유통 구조와 세금을 살펴보자. 병입된 완제품 와인만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세금 또한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 현지에서 책정된 가격에 운송비가 포함되고, 거기에 고가의 세금이 붙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와인 한 병 가격에는 먼저 관세 15%가 붙고 주세 30%, 교육세 10%, 부가세 10%가 더 붙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보다 2~3배 높은 가격이 책정되기 마련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세금 체계는 종가세, 즉 와인 단가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가격이 비싸면 그에 비례해 세금도 많아진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는 양에 비례 하는 종량세를 적용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수급 등 다양한 원인이 가격 결정
다음은 고유의 맛과 향이다. 와인의 달인 소믈리에들은 ‘복합미와 여운, 브랜드’에서 그 답을 찾으라고 말한다. 즉 와인 가격은 원재료인 포도 재배와 양조, 관리에 들어간 비용 외에도 브랜드 가치나 수급동향 등 여러 요인이 합쳐져 결정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예로 든 초고가 와인들은 공급물량이 워낙 적어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와인’으로 통한다.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인기가 높은 와인은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으로 거래되기 마련이다. 이 경우 생산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와인이 있고, 꼭 마시고 싶은 와인이라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지불해야 가능하다.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저렴한 와인으로 시작, 맛과 향의 깊이를 알아나가다 보면 고급 와인의 세계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첫 출발은 시음 요령을 아는 것이다.


올바른 시음을 위해서는 몇 가지 요령과 원칙이 필요하다. 먼저 눈과 코, 혀를 최대한 활용해 즐기라는 것. 즉 외관과 후각, 미각을 통해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물론 사람마다 감각과 느낌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다. 그러나 훈련을 통해 객관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특히 와인의 경우 공기와 접촉하는 시간이 길수록 맛과 향에서 다양한 변화를 일으킨다. 따라서 와인을 잔에 따른 후 천천히 마시면서 그 변화를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처럼 가벼우면 ‘라이트 바디’
먼저 시각적 판단을 살펴보면 포도 품종과 숙성 기간에 따라 컬러가 다르다. 보통 선명도나 강도, 컬러를 기준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화이트 와인의 경우 처음에는 연하고 맑은 색상을 띠다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레몬, 황금빛으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다. 숙성이 잘된 와인일수록 세련된 컬러를 유지한다는 것.


반대로 레드 와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상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까베르네 소비뇽의 컬러는 레드 루비. 보통 ‘묵직하고 남성적’이라고 표현한다. 반면 피노누아는 투명하고 밝은 레드 자주, 즉 선홍빛을 띠어 조금만 관찰하면 금방 구분이 가능하다. 보통 화이트 와인은 잔 중앙을, 레드 와인은 잔 가장자리 컬러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후각 정보도 중요하다. 와인 향은 크게 아로마와 부케로 구분할 수 있다. 아로마는 포도의 품종을 구분할 수 있는 1차적 향으로 꽃과 과일, 풀 향이 강하다. 실제 독일의 대표 화이트 와인 품종인 리슬링(Riesling)의 경우 달콤한 꽃향이 넘쳐 특유의 휘발성 냄새 또는 고무타는 냄새를 쉽게 맡을 수 있다.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적 향인 부케를 맡기 위해서는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먼저 잔을 가볍게 돌려(swelling, 스웰링) 잠들어 있는 향을 깨워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와인 맛을 살아나게 하고 오묘한 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다만 와인을 마실 때 황이나 매니큐어 냄새가 날 경우 변질 여부를 꼭 따져보는 것이 좋다.


끝으로 와인 맛은 크게 당도와 산도, 타닌에 의해 결정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적절히 균형을 이뤄 복합미를 강조하거나 긴 여운을 남긴다. 예를 들어 과일이나 당분이 너무 적으면, 즉 균형이 맞지 않으면 와인은 자극적이고 떨떠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와인 숙성기간이 길어질수록 타닌의 떫은맛은 사라지고 부드러운 맛이 올라온다.


이 외에도 와인 시음 기사를 읽다 보면 ‘바디감’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포도껍질과 씨에 다량 들어있는 타닌과 알코올이 주는 질감에 대한 표현이다. 즉 입안에서 느껴지는 물과 우유, 미숫가루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즉 물은 라이트, 우유는 미디엄, 미숫가루는 풀 바디로 표현하면 무리가 없다.


[프로필] 김 동 식
• 국제 와인전문가 자격증(WSET Level 3)

• ‘와인 왕초보 탈출하기(매일경제)’,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헬스조선)’ 등 와인 칼럼 연재

• 서울시교육청 등 와인교육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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