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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동식의 와인기행] 뉴질랜드 ‘실레니’ 와인 속엔 대자연의 ‘원초적 본능’ 가득

남서 태평양 끝자락, 뉴질랜드.
‘청정 대자연’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반지의 제왕’ 등 판타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해 1년 내내 관광객 발걸음이 분주하다. 특히 남반구에 위치, 우리나라 계절과 정반대이다 보니 한여름에 스키 여행을 떠나는 등 이색 체험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그러나 요즘 뉴질랜드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이슈는 와인 산업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이 유럽 전 지역은 물론 아시아권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덩달아 포도 재배 면적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신세계 와인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뉴질랜드는 와인 후진국에 속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용 와인만 생산, 외부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소비뇽 블랑과 피노 누아를 선봉으로 ‘가격 대비 품질 좋은 와인’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뉴질랜드 주요 와인 생산지는 크게 북섬[호크스 베이(Hawke's Bay), 기스본(Gisborne), 오클랜드(Oakland), 황거레이(Whangarei)]과 남섬[말보로(Marlborough), 넬슨(Nelson), 크라 이스트처치(Christchurch)] 두 곳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중 호크스 베이는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와인이 생산된 곳이다.

사실 뉴질랜드는 온난한 해양성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 큰 폭의 일교차 등 포도를 재배하기에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앙산맥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건조한 기후도 풍부한 당도와 응축된 맛을 유지해준다. 그와 함께 유럽으로 와인공부를 떠났던 젊은 사람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양조기술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격 대비 품질 좋은 와인’ 유럽서 인기
며칠 전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실레니 에스테이트(Sileni Estates)’의 와인 테이스팅 행사가 서울 강남 SMT 서울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열렸다. 진행은 북아시아 태평양 본부장 사이먼에이브리 씨가 맡았다. 이날 선보인 와인은 모두 다섯 종류.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의 원초적 본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언제, 어디서나 마시기 좋은 와인’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실레니 에스테이트는 뉴질랜드를 대표 하는 와인 산지 중 하나인 북섬 호크스 베이에 자리 잡은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수출물량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뇽 블랑 외에도 ‘피노 그리’나 ‘세미용’ 등 다양한 화이트 와인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레드 와인 포도로는 메를로, 피노 누아가 대표적이다.


먼저 실레니 셀라 셀렉션 스파클링 소비뇽 블랑으로 시작했다. 전형적인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으로 북섬 호크스 베이에서 생산된 소비뇽 블랑 100%를 사용했다. 진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이 가장 큰 특징이다.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시간이 지나도 툭툭 터지는 거품이 지속적으로 올라와 청량감을 더한다. 밝은 조명 아래서 잔을 비춰보면 옅은 초록 컬러가 돋보인다. 라임이나 레몬, 피망 등 다소 자극적인 소비뇽 블랑 특유의 향이 잘 녹아있다. 산도와 당도 밸런스도 여느 와인 못지않아 ‘마실수록 정이 든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풍부한 산도 시원한 청량감 유지
다음은 실레니 셀라 셀렉션 소비뇽 블랑으로 넘어갔다. 와인을 잔에 따르면 초록이 감도는 옅은 레몬 컬러에 마음 설렌다. 맛 또한 첫 모금부터 상쾌하다. 아무리 초보자라도 풀 내음과 레몬, 라임 등 새콤한 과일 향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시원한 청량감은 풍부한 산도 덕분’ 이라는 것이 진행자의 설명이다. 미세하게 느낄 수 있는 ‘잔 당’ 역시 특유의 감칠맛을 더한다고. 미디움 바디로, ‘마시기 쉽고 편한’ 실레니 와인의 대표 선수 급으로 보면 정확하다. 남섬 말보로에서 생산된 소비뇽 블랑 100%를 사용했다. 알코올 도수는 12%다.


정통 부르고뉴 스타일로 승부
반면 ‘스트레이츠 소비뇽 블랑(2016)’의 알코올 도수는 13%로 약간 높은 편이다. 잔당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입안에서 상큼하고 깨끗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번엔 레드 와인으로 넘어가자. ‘더 트라이앵글 메를로’는 뉴질랜드 테루아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한 와인이다. 진한 붉은 컬러와 잘 익은 자두, 감초, 시가 등 스파이시한 향을 함께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초콜릿 분위기의 진한 질감과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감이 매력적이다.


산도 역시 강하지 않아 그야말로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메를로 와인이다. 주스 80%는 프렌치 오크통에서 14개월간 숙성시킨 후 병에 담는다. 북섬 호크스 베이에서 재배한 메를로 100%를 사용하며, 알코올 도수는 13%다.


‘더 플라토 피노 누아’도 실레니 에스테이트를 대표하는 레드 와인 중 하나다. 김정우 매니저는 “이 시리즈는 화산활동으로 남북이 길게 뻗은 뉴질랜드 떼루아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깊이 있고 전통적인 스타일의 복합미 풍부한 실레니 와인의 특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붉은 톤이 강한, 밝고 진한 장미 컬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와인 잔에 코를 박고 있으면 붉은 꽃과 베리류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자 이번엔 은은하게 올라오는 오크, 카라멜향도 잡을 수 있다.


바디감은 미디엄 정도이며 타닌은 섬세하고 우아하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신대륙 와인 스타일이 가미됐지만 전체적인 캐릭터와 색깔은 피노 누아의 본고장 부르고뉴에 가까운 와인이다. 프렌치 오크통에서 9개월 숙성시켰다. 북섬 호크스 베이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 100%를 사용했으며 알코올 도수는 13.5%다.




[프로필] 김 동 식
• 국제 와인전문가 자격증(WSET Level 3)

• ‘와인 왕초보 탈출하기(매일경제)’,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헬스조선)’ 등 와인 칼럼 연재

• 서울시교육청 등 와인교육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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