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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동식의 와인기행]프랑스를 떠난 ‘말벡’ 아르헨티나에서 ‘활짝’

 

(조세금융신문=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지난 세기 위대한 여행자(un grand voyageur des siecles passes)’ 말벡(Malbec).


문장이 다소 거창하지만, 별로 내세울 것 없는 포도품종 이야기다. 말벡은 원래 프랑스 서남부 까오르(Cahors) 지방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의견으로 유럽 발칸반도 북서부, 슬로베니 아가 원산지라는 설도 있다.


명칭도 각 지역마다 다르다. 본고장 프랑스에서는 ‘꼬’ 또는 ‘프레삭’, ‘오세루아’라고 부른다. 잘 알려진 이름 ‘말벡’은 보르도에서 주로 사용한다. 복잡하기만 할 뿐,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 이 포도품종은 카르메네르와 함께 블렌딩용으로 많이 사용됐다.


가장 큰 특징인 ‘껍질이 두껍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곧 타닌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말벡 와인은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와인에 비해 힘이 세고, 컬러도 진하다. 구조감 또한 단단하다 보니 다른 품종의 맛을 중화시키는 보조 역할에 충실하다. 다만 까오르 원산지 통제명칭(AOC)을 표기하려면, 법적으로 말벡을 최소 70% 이상 사용해야 가능하다.


‘에올로 말벡’은 바람 신의 선물
말벡 품종 역시 한때 번성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19세기 말 유럽 전역을 휩쓴 ‘필록세라(포도뿌리혹벌레)’ 피해와 1956년대 이상기온으로 ‘된서리’를 맞고 나서부터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당시 포도나무 75%가 썩거나, 말라 죽었다고 전해진다. 일조량 부족과 질병을 견디지 못한 이 품종은 결국 ‘DNA보존’이라는 본능을 위해 프랑스를 떠났다. 미국, 칠레 등 신대륙 몇 나라를 떠돌다 우여곡절 끝에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아르헨티나.


최근 인기를 끌면서 이 나라 대표 품종으로 등극했다. 건조하고 깨끗한 자연 환경이 서리와 병충해에 약한 말벡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해발고도가 높고 안데스산맥의 쾌적한 환경 덕분이다.


이처럼 토양 등 자연조건이 바뀌다 보니 맛과 향, 컬러도 덩달아 변했다.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은 프랑스 까오르 말벡 와인과 달리 포도 껍질이 얇아 타닌 함유량이 적고, 과일 맛이 강하다.


특이하게도 컬러는 진하다. 와인을 잔에 따르고 시간이 좀 지나면 자두와 담배향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과연 국내에는 어떤 종류의 신세계 말벡 와인이 판매되고 있을까. 사연 많은 이야기를 이어간다.

 

먼저 아르헨티나 멘도사 지역에 자리 잡은 트리벤토에서 선보인 ‘에올로 말벡(Trivento, Eolo Malbec)’이 신화처럼 다가온다. 실제 와이너리 이름 트리벤토는 '세 개의 바람'이라는 의미다. 에올로 역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람의 신 이름이다.


‘바람신의 선물’이나 다름없는 이 와인은 올드 바인, 즉 수령이 100년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말벡 포도를 사용해 만들었다. 당연히 농축미가 뛰어난다. 짙은 루비컬러와 잘 익은 검은 베리, 장미, 계피향도 잡을 수 있다. 첫 모금에서 풀바디의 묵직함과 함께 부드러운 피니쉬를 단박에 느낄 수 있다.


풍미, 가성비 최고 ‘리제르바 말벡’
트리벤토의 최상급 와인답게 프렌치 오크통에서 18개월 동안 숙성시켰다. 알코올 도수는 14.5%로 다소 높은 편이다. 스테이크 등 붉은 육류나 간장양념을 한 한식과 함께 먹으면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다. 봄꽃 향기 날리는 저녁 무렵 마시면 더욱 신비롭지 않을까.

 

트리벤토 와이너리를 소개하면서 ‘리제르바 말벡(Reserve Malbec)’을 빼놓을 수 없다. 가성비 때문이다. 운 좋으면, 와인장터에서 1만원대 구입이 가능하다. 프렌치 오크에서 6개월, 병입 후 5개월의 숙성기간을 거쳤다.


영국시장 판매 1위인 이 와인은 상당한 균형감과 부드러운 끝맛이 특징이다. 아무리 와인 초보자라도 조금만 집중하면 체리와 코코넛, 바닐라 향을 잡을 수 있다. 양념이 강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말벡 성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비스 온도는 16도가 적당하다.

 

다음은 여성 와인메이커로 이름을 날린 수사나 발보의 ‘벤 마르코 말벡(Ben Marco Malbec)’.


이 역시 아르헨티나 와인으로 멘도사와 우코 밸리 지역에서 생산된다. 그 때문인지 진하고 파워풀한 프리미엄 말벡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수입사 테이스팅 노트에는 ‘신선한 검은 과실의 아로마, 은은하게 올라오는 제비꽃향, 기분 좋은 산도’ 등 칭찬 일색이다. 당장 마셔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단단한 타닌이 잘 어우러져 긴 피니쉬를 보여준다.


다만 마시기 2시간 전에 브리딩이나 디켄팅을 해놓으면 좀 더 부드러운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것. 소고기나 소시지, 그릴에 구운 돼지고기 등 어떤 육류와도 잘 어울린다. 100% 프랑스산 오크통을 사용했으며, 11개월 동안 숙성시켰다.


풍성한 과일풍미, 부드러운 질감이 경쟁력
이 외에도 까떼나 자파타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알라모스 말벡’도 가격대비 품질 좋은 와인으로 손색없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와인 마니아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실제 와인 전문잡지 와인스펙테이터에서도 ‘싸고 좋은(Best Buy)’ 와인으로 오르기도 했다.

 

요즘 말벡 블렌딩 와인 트라피체 폰 데 카브(Trapiche Fond de Cave)도 인기 절정이다. 와인 고급화를 이끈 트라피체 와이너리가 선보인 최상급 그란 리세르바 블렌딩 와인이다. 해발고도 900~1,200m에 위치한 우꼬벨리(알타미라)에서 25년 된 나무에서 자란 포도를 사용했다.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8개월간 숙성시킨 후 12개월간 병 숙성을 진행했다. 그 덕분에 구조감과 복합미가 일품이다. 잘 익은 붉은 과일과 약간의 허브 향, 꽃향의 아로마가 후각을 자극한다.


이번에는 칠레로 넘어간다. 칠레 대표 와인브랜드 산 페드로사(社)의 1865 중에서도 말벡 100%로 만든 와인을 발견할 수 있다. ‘1865 싱글 빈야드 말벡(1865 Single Vineyard Malbec)’이 바로 그것. 주요 산지는 마울레 밸리다.


이 와인은 약간 붉은 기운이 감도는 루비컬러가 매혹적이다. 부드러운 타닌감은 물론 블랙베리와 라즈베리 향도 잘 배어있다. 알코올 도수는 14.5도, 당도가 낮은 와인이다. 타이밍만 잘 맞추면 3만~4만 원대 구입도 가능하다.


말벡 와인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남아 인류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입 안 가득 채우는 풍성한 과일풍미와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 등 그 나름의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개성에 죽고, 사는 것이 와인이다.

 

[프로필] 김 동 식
• 국제 와인전문가 자격증(WSET Level 3)

• ‘와인 왕초보 탈출하기(매일경제)’,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헬스조선)’ 등 와인 칼럼 연재

• 서울시교육청 등 와인교육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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