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유포했더라도 당시 수사나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지 않았다면 성폭력처벌법상 비밀준수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30대 직장인 A씨의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비밀준수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피해자와 교제하면서 촬영한 피해자의 나체 사진과 성행위 동영상을 텔레그램 등 메신저로 B씨에게 제공하고, 피해자의 이름과 나이, 직업 등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A씨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의 사진 위에 자신의 성기를 올려놓고 사진을 찍어 A씨에게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1, 2심에 이어 대법원도 A씨의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비밀준수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비밀준수 조항을 규정한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의 문언상 해당 조항의 보호 대상은 '성폭력 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됐던 피해자'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은 '누구든지 1항에 따른 피해자의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고소·고발 과정에서 범죄 혐의 소명을 위해 남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부산의 한 공기업에 근무하던 A씨는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수급한 동료 직원 B씨를 고발하고자 회사에서 발송한 '일반건강검진 대상자 변경 완료 알림'으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이를 고발장에 작성해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은 A씨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고소·고발 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 소명이나 방어권 행사를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서류나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해 형법 20조(정당행위)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대한적십자사가 일정 수준의 근무 일수 충족을 조건으로 지급한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다'라는 판단을 내놨다. 다만, 전년도 실적에 따라 당해 연도에 지급되는 성과급은 전년도 임금에 해당해 당해 연도 통상임금으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이는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성과급의 통상임금성에 대한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대한적십자사 직원 35명이 제기한 임금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일부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적십자사 직원들은 기말상여금과 실적평가급, 교통보조비·처우개선비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이를 포함해 재산정한 임금 차액과 퇴직금 증가분을 지급하라고 2013년 소송을 냈다. 통상임금이란 '소정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을 뜻한다.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수당·퇴직금 규모가 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2014년과 2020년에 각각 나온 1심과 2심 판결은 한 달 근무 일수가 15일 이상인 근무자에게 지급하는 이 사건 기말상여금은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말상여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대출금 중도상환 수수료는 이자제한법상 이자로 볼 수 없다'는 첫 판단을 내놨다. 이는 채무자가 기한 전에 갚은 것으로, 채권자에 대한 손해배상 성격이라는 취지다. 따라서 금전을 빌리고 갚는 데 따른 대가로 볼 수 없고, 이자제한법상 이자로 간주할 경우 최고이자율 제한 적용을 받게 되며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법리를 엄격 해석해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근린생활시설 신축·분양 사업을 하는 A사가 투자자문업체 B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중도상환 수수료는 채무자가 정해진 기한 전에 갚은 데 따른 채권자에 대한 손해배상 성격으로 지급되는 돈이므로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 어렵고, 이에 따라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사는 B업체 등과 금융자문계약을 체결한 후 B사의 특수목적법인 C사로부터 68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출약정에는 A사가 변제기 전 조기상환하는 경우 상환금액의 1%에 해당하는 돈을 중도상환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는 내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환전상에게 구매한 게임머니로 온라인 스포츠 베팅 게임에 참여했다면 도박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도박 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5∼11월 환전상에게 62차례에 걸쳐 총 1천540만원을 입금해 구매한 게임머니로 인터넷 도박사이트에서 스포츠 베팅 게임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스포츠 경기의 승패, 점수 차를 예측해 적중하면 운영자에게 미리 정해진 배당률에 따른 게임머니를 지급받는 방식으로, A씨는 지급받은 게임머니를 다시 현금으로 환전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2심은 A씨의 행위가 '사행행위'에 해당할 뿐 도박은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행행위규제법상 사행행위란 '여러 사람으로부터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모아 우연적 방법으로 득실을 결정해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도박은 '2인 이상의 자가 상호 간에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패에 의해 그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게임 결과에 따라 운영자에게 게임머니를 지급받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재산보다 빚이 많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했더라도 그로 인해 담보가 부족해질 것을 알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면 기존 채권자가 근저당 계약을 '사해행위'로 취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할 것을 알면서 다른 사람에게 재산을 넘겨 기존 채권자를 해치는 행위다. 채권자는 법원에 사해행위를 취소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지만, 그 행위로 인해 이득을 얻은 자가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했다면 취소할 수 없다. 대법원은 수익자가 사해행위임을 몰랐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친인척 관계 등 채무자의 재산 상황을 알 만한 특수한 관계에 있지 않거나, 거래 관계에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이례적인 사정이 없을 것 등을 제시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채무자 A씨의 전처인 채권자 B씨가 C씨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 B씨는 이혼과 재산분할로 A씨에 대해 3억2천만원의 채권을 갖고 있었다. A씨는 부동산을 갖고 있었는데, 이 부동산에는 채권최고액이 4억원인 근저당권과 전세금이 2억원인 전세권이 설정돼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타인을 향해 던진 그릇이 빗나가 그를 맞히지 않았더라도 폭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7월 대전 대덕구의 한 노래방에서 B씨에게 멜라민 소재 플라스틱 그릇을 던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던진 그릇은 테이블을 맞고 튀어 올라 B씨의 오른쪽 뒤로 날아가 B씨를 맞히지는 않았다. 1·2심은 B씨가 그릇에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행동은 순간적인 불만을 표시하는 행동이라 볼 여지가 있고, 실제 폭행 의사가 있었다면 맞은편에 앉아 있던 B씨를 손쉽게 맞힐 수 있었을 것이란 점도 근거가 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A씨의 행위가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근접해 욕설을 하면서 때릴 듯이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
(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현행 상법 제542조의12 제4항은 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이하 ‘대규모 상장회사’)가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감사위원회위원의 선임‧해임시 주주의 의결권 제한에 관하여, 감사위원회위원이 사외이사인지 아닌지에 따라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 상법은 최대주주가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회위원을 선임‧해임하는 때에는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여 발행주식총수의 3% 초과 소유 여부를 판단하고 3%를 초과하는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으나,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위원 선임‧해임시에는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지 않고 단독으로 3% 초과 소유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해당 감사위원회위원이 사외이사인지 여부에 따라 다르게 규율하고 있는 현행 상법 규정은 다소 기교적이고 복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상법개정안 이에 2025. 7. 3. 국회 본회의 의결(원안가결)로 통과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상법개정안’)은, 현행 상법 제542조의12 제4항을 개정하여 대규모 상장회사가 설치하는 감사위원회위원의 선임‧해임 방식을 사외이사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주주는 항상 특수관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SNS에 상대를 특정해 성적 혐오를 일으키는 글을 썼다면 계정이 차단돼 알림이 가지 않았어도 상대방이 글을 접할 수 있는 상태가 돼 유죄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5월 SNS 트위터에서 다투던 B씨의 계정을 '멘션' 기능으로 특정한 뒤 '성고문하자' 등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게시글을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가 A씨 계정을 차단해 해당 게시글의 알림이 가지는 않았지만, B씨는 자신의 별도 계정으로 A씨 계정에 찾아가 게시글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쟁점은 A씨가 올린 게시글이 B씨에게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지였다. 성폭력처벌법 13조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게시글이 B씨에게 도달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B씨가 스스로 A씨의 트위터 계정을 검색해 게시글을 인식한 것이므로
(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최근 시효이익 포기와 관련하여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서 소개하고자 한다.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변경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되는 사안이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4차례에 걸쳐 총 2억 4000만원을 차용하였는데, 그중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피고에게 1800만원을 일부 변제하였다. 이후 원고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실시된 임의경매에서 작성된 배당표에 관하여, 원고는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피고에 대한 배당액이 실제 대여원리금을 초과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배당표 경정을 구하는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소멸시효 및 시효이익의 포기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기존의 시효이익 포기 추정의 법리]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일정 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상태가 발생한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권리를 소멸시킴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채무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법적 이익을 누리게 된다. 한편 민법은 이러한 법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이를 미리 포기하지 못하도록 하고(제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