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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 칼럼] 최선의 선택이 낳은 최악의 결말을 피하는 방법

Kit Yates, How to Expect the Unexpected: The Science of Making Predictions-and the Art of Knowing When Not To, Basic Books, 2023.

 

 

 

(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짜장면과 짬뽕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매번 부딪히는 문제이지만 매번 고민에 휩싸이곤 한다. 예이츠는 이를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 증상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를 비즈니스에 이용할 수 없을까? 우선 2000년 컬럼비아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원들이 조사한 내용을 보자.

 

“일요일에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의 한 고급 식료품점에 시식 부스를 설치했습니다. 첫 번째 일요일에는 24가지 맛의 잼을 진열하여 고객들이 시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일요일에는 샘플 수를 6개로 줄였습니다. 더 많은 종류의 잼을 진열한 매대는 지나가는 행인의 60%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지만, 더 적은 종류의 잼은 40%만 끌어들이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고객들은 제공된 잼 종류에 관계 없이 동일한 개수의 잼(2개)을 시식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소비자 행동의 측면은 고객들을 추적 조사하여 실제로 잼 한 병을 구매한 고객 수를 파악했을 때 나타났습니다. 제한된 범위의 6개 잼을 시식한 고객 중 30%가 잼 한 병을 구매한 반면, 24개의 잼을 시식한 고객 중 3%만이 잼 한 병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첫날의 과도한 제품 선택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정할 때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우유부단해졌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지를 주면, 상품의 질적 다양성과 관계없이 분석 마비가 온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제공하는 품목을 줄이면 어떨까? 품목을 줄여도 분석 마비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이미 보았던 것처럼 짜장면과 짬뽕은 단 두 개의 선택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집에서 제공되는 대표 음식이기에 24개의 잼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곤란에 직면한 것과 동일한 상황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랜덤 초이스가 최적의 전략이다?!

 

이는 비단 음식이나 상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경우엔 썸 타는 두 사람 혹은 여러 명의 사람 중 ‘누구와 데이트를 하는 게 좀 더 나은 선택일까?’를 고민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문제다. 사람마다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겠지만 일단 저자는 무작위 선택을 제안한다. 말 그대로 아무것이나 선택하라는 것이다. 선택이 어렵고 귀찮아서가 아니라 바로 이것이 수천 년 내려온 귀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기 위해 무작위성을 활용하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캐나다 동부의 나스카피족은 수백 년 동안 무작위 전략을 사용하여 사냥을 해왔습니다. 나스카피족의 사냥 방향 선택 의식에는 이전에 잡은 순록의 뼈를 태우고 무작위로 나타나는 그을린 자국을 통해 다음 사냥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본질적으로 무작위적인 과정에 결정을 맡기면 인간이 내리는 결정의 불가피한 반복성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숲의 특정 지역에서 먹이가 고갈될 가능성과 사냥감이 인간이 사냥하기 좋은 장소를 학습하여 고의적으로 그 지역을 피할 확률이 모두 줄어듭니다. 수학자들은 예측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이러한 방식으로 무작위성을 사용하는 것을 혼합 전략(mixed strategy)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아무것이나 막 고르는 랜덤 초이스가 최적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계속해서 잘못된 혹은 편향된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예이츠의 주장이다.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든다면 요즘 일로 설명해 보자.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직장인에게 통근길은 최적의 경로가 되어야 한다. 아침 10시나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사람이라면 예외겠지만 9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출근길 최적 경로 찾기는 필수다. 그런데 이를 방해하는 일이 강제적으로 발생한다면 그것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면 정말 큰일이다.

 

지하철 파업이 바로 그런 경우 중 하나다. 일단 통근자들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대목은 지하철 파업이 통근자들로 하여금 차선의 통근길 경로를 알아보게끔 ‘강제’한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외부충격이 내가 만들어논 최적화 경로를 무효화시키고 무작위 선택을 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의미다. 예이츠의 설명을 들어 보도록 하자.

 

“2014년 2월, 런던 지하철 네트워크의 파업으로 인해 수십만 명의 통근자들이 출근길에 큰 혼란을 겪으며 대체 경로를 찾아야 했습니다.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IMF팀은 파업 전, 파업 중, 파업 후 수천 건의 통근길을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출퇴근에 차질을 빚은 사람들 중 최대 5%가 파업이 끝난 후, 대체 경로를 영구적으로 채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통근자의 상당수가 자신의 의지로 최적의 출퇴근 경로를 찾기 위해 출퇴근 경로를 조정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대신 출퇴근 경로 실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한두 번의 출퇴근 시간 연장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무난한 출퇴근 경로에 안주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일부 통근자들이 더 나은 경로를 찾도록 강요하는 파업이라는 무작위적 요소가 장기적으로 볼 때, 20명 중 1명의 통근자가 습관을 깨고 절약한 시간이 파업으로 인해 전체 통근자가 잃은 시간보다 더 많은 경제적 순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너무 일만 하지 말고 잠시 쉬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이츠는 런던 지하철 파업에 얽힌 강제적 램덤 초이스 효과에 대해 “너무 일만 하지 말고 잠시 쉬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덕담이 아니다. 왜냐하면, 예이츠가 보기에 항상 최적화를 목표로 뛰고 어떤 손실이나 손해도 보지 않으려는 태도가 오히려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죄수의 딜레마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경찰은 두 용의자에게 경미한 혐의를 적용하여 각각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경찰은 두 사람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훨씬 더 큰 범죄로 두 사람을 구속하고 싶지만, 유죄를 선고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백을 유도하기 위해 경찰은 두 죄수에게 거래를 제안합니다. 에이미가 범죄를 자백하고 벤을 연루시키는 대신 벤은 침묵을 지키면 에이미에 대한 경미한 혐의조차도 협력의 대가로 면제됩니다. 이렇게 되면 벤은 범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게 되고 10년 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이 거래의 핵심은 두 죄수가 서로를 고자질하면 각각 5년씩 복역한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이렇다. 경찰에게 순순히 자백하면, 즉 동료 조직원을 배신하면, 무죄로 풀려나겠지만, 반대로 자신이 자백하지 않았는데 다른 조직원이 자신을 배신하여 자백하면 자신이 고스란히 죄를 모두 뒤집어쓰게 된다는 스토리다.

 

예이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자. 이 경우 최선은 동료를 배신하고 자백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다른 조직원도 똑같이 생각한다는 점이다. 결국 두 조직원은 가장 최선의 선택인 자백을 선택하겠지만, 경찰의 입장에선 두 조직원 모두가 자백한 것이기 때문에, 둘 모두에게 10년 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최선의 선택은 침묵을 지키고 1년 형을 선고받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 낳은 최악의 결과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모든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최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다. 빅데이터가 인간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현상에 대한 데이터를 조합하여 최선의 선택을 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죄수의 딜레마에서 본 것처럼 항상 최선이 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프로필] 송종운 경제학박사

•(현)금융경제연구소 초빙 연구위원

•(현)지방의정센터 센터장
•(현)한국사회경제학회 이사
•(전)백석예술대 초빙교수
•(전)울산과학기술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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