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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 칼럼] 뉴욕 타임즈 기자가 쓴 “1920년대 윌스트리트 길들이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탄생 비화”

Diana B. Henriques, 《Taming the Street: The Old Guard, the New Deal, and FDR's Fight to Regulate American Capitalism》, Random House, 2023.

 

(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무엇보다 이 책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뉴욕 타임즈 출신의 베터랑 기자 다이애나 헨릭스(Diana B. Henriques)는 무법지대와 같았던 1920년대 미국 금융시장에 족쇄를 채웠던 프랭크 델라노어 루스벨트 대통령, 아일랜드계 사업가 조셉 케네디 초대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진보주의 시대의 상징과 같았던 윌리엄, O 더글라스 변호사, 그리고 앞선 세 명과 사사건건 충돌했던 내로라하는 금융업계 패밀리 출신인 뉴욕 증권거래소 위원장 리처드 휘트니까지 총 4명을 중심으로 엮은 미국 금융시장 규제 역사 이야기다.

 

헨릭스는 이미 배터랑 기자이자 베스터셀러 작가다. 그의 전작 《The Wizard of Lies(더 위저드 오브 라이즈)》는 HBO에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로버트 드 니로와 미셸 파이퍼가 맡았다. 이 정도면 그가 엮어낸 이야기들이 여느 책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장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 위저드 오브 라이즈》는 이른바 폰지 사기를 친 맥도프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이야기인데, 폰지사기란 먼저 투자 받은 사람에게 줄 보상을 다음번 투자자의 돈으로 주고 두 번째 투자자에게는 세 번째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으로 보상을 치르는 이른바 돌려막기 식으로 사업을 이어갔던 투자 사기다.

 

굉장히 단순한 구조를 가진 사기임에도 불구하고 폰지사기는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검거된 사례가 있을 정도로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금융을 다루는 이야기꾼들은 사기보다는 금융이 돈이 된다는 책을 많이 쓴다. 그래야 유명새를 타고 또 돈도 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핸릭스는 달랐다. 사람들을 사기로부터 빼내고 싶었던 것이다.

 

핸릭스가 피땀으로 엮은 《윌스트리트 길들이기》

 

이런 생각을 지닌 핸릭스가 쓴 글이라면 마냥 칭찬일색의 금융 찬양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번 책은 그것을 조금 더 뛰어넘는 작품이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브래드포드 드롱(Bradford DeLong) 교수는 뉴욕타임즈 서평에서 핸릭스는 피땀으로 책을 엮었다고 했다.

 

《윌스트리트 길들이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금융에 대한 경각심이 내재되어 있는 책이긴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4명의 주인공을 내세워 미국 금융시장이 무지막지한 사기꾼들의 소굴에서 어떻게 국민의 품으로 오게 되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엮고 있기 때문이다. 건조하게 요약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정도로는 핸릭스의 입담과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아닐 것이다.

 

드롱 교수의 평가가 괜한 소리가 아닌 것은 핸릭스가 루즈벨트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대목에서 느낄 수 있다. 핸릭스가 전하는 루즈벨트의 현실인식은 이랬다.

 

“루즈벨트는 1933년 3월 4일 토요일 오전 11시 취임식 선서를 했다. 그렇지만 1861년 링컨이 취임 선서를 한 이후 이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에서 미국의 취임식이 진행된 적은 없었다. 수백만 명이 노숙자, 실직자, 희망이 없고 배고팠다. 녹슨 산업의 수레바퀴는 간신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날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금융의 엔진은 멈췄다. 전국의 거의 모든 은행이 문을 닫았고, 은행이 문을 열지 않자 미국 시장은 마비되었다. 우파와 좌파의 급진주의자들은 민주주의가 이 재앙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혐오감을 느꼈고, 일부는 독재자의 통치를 갈망했다.”

 

이날 루스벨트는 “인류가 만들어낸 재화의 거래를 통제했던 지배자들은 그들의 고집과 무능으로 인해 실패했습니다. 환전상들은 우리 문명의 신전 높은 곳에서 있었지만 지금은 도망치고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고대의 진리를 통해 그 성전을 바꿔 놓을 것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이 비유는 성경에서 가져온 것으로, 마태복음을 비롯해 성경 여러 곳에서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예수가 랍비들로부터 고발당해 십자가에 매달리게 된 이야기가 모태가 된 것이다.

 

예수는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를 올린 후 유대 교회인 시나고그를 방문하는데, 당시 시나고그는 환전상들로 넘쳐났다. 이를 본 예수는 환전상들의 좌판을 뒤엎고 성전을 숙정하시는데 이를 본 랍비들이 예수를 체포하여 유대인들의 자치적 종교기구인 산헤드린 의회 심문하게 된다. 그리고 로마의 총독인 본시오 빌라도에게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하게 할 것을 종용한다.

 

빌라도는 예수의 죄가 십자가형에 처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사코 거부하지만 랍비들의 강요는 거셌다. 결국 악명높은 범죄자 바라바와 예수를 놓고 유대인들로 하여금 누구를 처벌할지 선택하라 하였으나,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금전적 이익을 비난한 예수를 처형해 줄 것을 요청한다. 예수가 십자가형에 처한 것은 유대인들의 탐욕스러운 금전적 이익을 비난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루즈벨트가 이 이야기를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더럽혀진 금융시장이라는 성전을 숙정해야 한다’이지 않았을까? 루즈벨트의 취임식 연설을 인용한 헨릭스의 생각이 그대로 들어난 대목이 아닌가 싶다. 뉴욕 주지사이기도 했던 루즈벨트는 윌트스리트를 개혁하고자 했던 열망이 엄청났던 것 같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으로 전례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통령에 취임하고 난 이후 그러니까 취임식 연설 이후 곧바로 시행한 첫 번째 정책에서 우리는 루즈벨트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다.

 

루스벨트는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모든 은행을 닫으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그 4일 동안 긴급은행법안을 만든다. 당시 미국의 은행은 마땅한 규제가 없었고 이를 대신할 체계도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긴급은행법의 핵심 골자는 ‘연방의 규제를 받을 용의가 있는 은행들은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주겠다’였다. 핸릭스가 전하는 당시 숨가쁘게 돌아간 상황을 잠시 들여다 보자.

 

“취임식 날 아침 식사 후, 오그든 밀스는 사무실에서 마지막 시간을 ‘은행 문제 해결을 위한 가능한 접근 방식의 잠정적인 윤곽’이라고 막연하게 표현한 초안을 작성하는 데 보냈습니다. 정오에 임기가 끝난 후에도 밀스와 그의 핵심 보좌관들은 계속 남아서 일을 도왔습니다. 계획을 수정하고 다듬고, 주요 상원의원들과 협의하고, 지역 연준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등 24시간 내내 회의를 거듭한 끝에 우딘과 그의 지친 초당파 팀은 3월 7일 화요일 새벽 2시 30분에 긴급 법안을 완성했습니다. 후버측 인사 중 한 명은 3월 9일 목요일 아침 연준에서 빌린 거대한 지도에 새 법의 적용을 받는 모든 전국 은행의 위치와 재무 상태를 표시하는 색색의 핀이 박힌 지도를 들고 백악관 옆으로 몰려간 것을 회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이 지도가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내서날 뱅킹 홀리데이라고 불렸던 4일 지나고 드디어 은행이 문을 열게 되었는데, 시장의 반영은 뜨거웠다. 주가가 하락하기는커녕 오른 것이다. 즉 루즈벨트의 금융 개혁안이 성공한 것이다. 핸릭스의 말대로 미국의 국민들 뿐만 아니라 금융권에 있던 사람들도 “월스트리트 길들이기”에 찬성한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증권거래위원회는 루즈벨트의 첫 정책의 성공이후 이것을 어떻게 법과 제도로 정착시킬 것인가를 두고 4명의 인물들이 벌였던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프로필] 송종운 경제학박사

•(현)금융경제연구소 초빙 연구위원

•(현)지방의정센터 센터장
•(현)한국사회경제학회 이사
•(전)백석예술대 초빙교수
•(전)울산과학기술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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