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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칼럼] 미번역본 베스트셀러 읽기 《돈을 쫓아라》

 

(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이 책은 믿을만하다. 바로 사라. 읽고 울어라. 그리고 다시 사서 친구와 친척에게 선물해라. 그들 역시 당신과 마찬가지로 울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당신과 당신 친척들이 할 일은 지금까지 당신들이 했던 바보 같은 여론호도 세력과 자기만 아는 기득권 세력에게 투표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다.” 


필자가 의역했지만 타임즈(The Times)가 전하는 메시지는 충격적이다. 적어도 영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재정전문가 집단(IFS)의 수장인 폴 존슨(Paul Johnson)의 《돈을 쫓아라 Follow the Money: How much does Britain cost?》(2023.2)를 읽게 되면 너도나도 화가 나서 울게 된다는 말이니까. 출판사와 언론은 아예 “충격과 공포...그러나 위트와 영민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라고도 했다. 


도대체 무엇이 쏟아지는 찬사를 만들어 낸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 이는 영국이 현재 처한 경제상황과 정부의 재정 대응을 떼어 놓고 설명되지 않는다. 지난해 영국 국민들은 예산 계획을 제출한 신임 총리를 두 번 볼 것도 없이 즉시 갈아 치워버렸다. 불과 취임 몇 개월만이다. 사태는 국민들의 불만에 그치지 않았다. 영국 국채 수익률이 엉망이 됐고, 세계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영국 상황을 조금 더 살펴보자. 총리였던 트러스 예산안의 문제는 감세안 때문이었는데, 문제는 신임총리가 예산안을 발표할 때 당연히 첨부되어야 했던 핵심적인 문서를 첨부하지 않은 데서 불거졌다. 예산책임청(OBR)이 작성해서 정부의 예산안과 함께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중기재정전망보고서”가 바로 그 문제의 보고서다. 거칠게 요약하면, 트러스의 조기 낙마는 문서 하나를 빼 먹었기 때문이다. 고작 문서하나를 빼 먹고 발표해서 총리직을 사임하게 된 것이다. 


바로 그 문서 하나가 담고 있어야 될 내용은 감세안에 따른 “성장계획 2022”에 의해 초래될 재정수지적자에 대한 대응 방안이었다. 기존 트러스 안은 600억 파운드 규모의 에너지 가격 지원방안의 재원은 차입으로 조달 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2022/2023 회계연도 GDP대비 순차입은 7.5%(1900억 파운드)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었다. 물론 이것도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일반 사람들이 알고 싶어 했던 것은 파운드화 가치가 어디까지 올랐는지, 금값이 얼마나 되는지, 도대체 금값이 무엇인지였다. 그러나 트러스는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는커녕 전세계를 불안에 떨게 했던 것이다. 


여기에 폴 존슨의 역할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의 익살스런 표현에 따르면, 재무부 장관이 바쁘면 폴 존슨도 바쁘다고 한다. 영국의 언론과 재정전문가 그룹들 사이에서 IFS와 존슨은 거의 헌법적 권위를 갖는다. 재무부 장관이 예산안을 넣어둔 빨간색 가방을 들고 다우닝가 10번지에 나오면, 사람들은 존슨의 입만 쳐다본다고 한다. 사람들이 영국 정부의 예산안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존슨의 코멘트에 따라 결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영국 전문가들과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바로 그 폴 존슨이 책을 썼으니 모두가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이 출간 전부터 이미 예약 판매를 통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이러한 저간의 사정 때문이다. 존슨은 그 흔한 그래프와 표 하나 없이 순전히 스토리텔링으로 엮인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오늘날 영국의 상태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것을 읽으십시오. 그러나 그들이 총리를 다시 바꾸기 전에 빨리요”라고 썼다. 그만큼 존슨의 책이 영국을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한 보고서라는 의미일 것이다. 

 

 

존슨이 책을 쓴 이유

 

“[제 책을 읽어나가신다면 독자 여러분은 공무원에게서– 옮긴이] 게으른 사고, 상당한 소심함, 장기 또는 중기적 관점에 집중하지 않는 만연한 실패, 그리고 빈번한 정책 결정으로 우리에게 미치는 실질적 영향과 그에 대한 기술적인 전문성과 이해의 부족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금을 내고, 연금을 받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와 병원을 이용하는 우리에게는 어떤 희망이 있을까요? 정부가 내리는 결정의 질을 판단할 수 없다면 우리의 모든 삶을 좌우하는 결정에 대해 우리는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맞다. 그래서 존슨은 돈을 추적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도대체 돈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변해왔고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돈을 추적함으로써 정부가 내리는 선택이 실제로 우리의 생활 방식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돈을 추적해서 거기서 무슨 범죄 집단이나 범법행위를 찾아내겠다는 말이 아니라 바로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변화와 사회를 파악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리 사회와 비교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반면, 공무원들과 학계를 질타하는 존슨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정책 입안자와 정치인, 그리고 공무원들이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하고 있으며 학계의 발전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지합니다. 너무 많은 연구자들이 정부의 요구를 무시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 무지합니다. 두 커뮤니티의 잠재적 합보다 훨씬 작은 규모입니다. 대중이 어디에 의지해야 할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정부는 말 그대로 수천 명의 경제학자, 통계학자, 사회 연구자 등을 고용하여 훌륭하고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모델을 구축 및 실행하며, 장관에게 조언합니다. 많은 정책 분야에서 모든 외부 기관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분석이 관련 정부 부처 내에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그 중 빛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빛을 본다고 해도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얼마나 끔찍한 자원 낭비이며 공적 담론과 공공 정책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입니까? 한편, 정책 입안자나 대중과 제대로 소통하는 학자는 너무 적습니다.”


이쯤 되면 타임즈가 왜 존슨의 책을 친구와 친척들에게 권하고 또 지금 얼치기에게 투표하고 있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과 공무원 그리고 학계가 따로 놀지 말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산적으로 협업하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민주주의 국가의 평범한 국민들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존슨은 《돈을 쫓아라》 핵심 메시지 

 

“첫째, 공공 정책의 어려운 문제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거의 항상 절충과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출을 신중하게 관리하지 않고, 세금을 늘리지 않고, 지출만 늘린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인들이 말하기 싫어하는 진실 중 하나는 어떤 일이 우리를 더 나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코로나는 장기적으로 우리를 더 나쁘게 만들 것입니다. 물론 그럴 것입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도 우리를 더 나쁘게 만들 것입니다.

 

정부는 고통을 완화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통을 분산시키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우리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 글로벌 변화와 위기를 마술처럼 없앨 수는 없습니다. 영국 의회 예산책임청은 2022년 11월, 비슷한 통계를 발표한 이후 70여 년 만에 가계 소득이 2년 동안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고 국민 소득 대비 세금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존슨은 마치 법의학자가 시신을 살피듯이 현재 1조 파운드에 달하는 영국의 예산을 들여다보고 이 많은 돈이 어디에서 온 것이고 또 어디로 흘러가게 될 것인지를 정확히 드러내 보이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소득과 부의 분배, 변화하는 인구 구조, 경제적 성과 등 국가의 규모와 형태에 중요한 내용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왜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지도 잊지 않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의 소득, 부, 불평등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지 않고서는 현재와 미래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이 처한 상황은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생산성 정체, 산업혁명 이후 최악의 10년 소득 성장률, 20대와 30대의 주택 소유 붕괴, 부와 상속의 중요성 증가, 65만 파운드 이상의 소득을 가진 상위 0.1%에 속하는 6만 명의 개인, 건강과 교육의 엄청난 불평등 실로 불행은 함께 오는 것이라는 속담이 사실임을 증명하듯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정부 정책의 산물이자 결정 요인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외우고 다닐 정도로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가의 규모와 범위, 전반적인 세금 및 지출 수준에 대한 선택, 어떤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세금을 정확히 어떻게 구성하고 지출을 전달 및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영국뿐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한 폴 존슨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프로필] 송종운 경제학박사

•(현)금융경제연구소 초빙 연구위원

•(현)지방의정센터 센터장
•(현)한국사회경제학회 이사
•(전)백석예술대 초빙교수
•(전)울산과학기술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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