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이후 주택 시장은 겉으로 보면 큰 가격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과 속도, 판단 기준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처럼 매물과 가격만 맞으면 계약으로 이어지던 구조는 약화됐고, 허가 가능성과 실거주 요건을 먼저 따지는 흐름이 자리 잡았다. 가격보다 절차와 시간이, 숫자보다 심리가 거래를 좌우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 느려진 거래 속도…‘계약 전 검토’가 일상
토지거래허가 이후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거래 속도다. 매물을 확인한 뒤 비교적 빠르게 계약으로 이어지던 흐름 대신, 계약 이전 단계에서 충분한 검토 기간을 거치는 사례가 늘었다.
매수자들은 자금조달 계획과 실거주 요건 충족 여부, 전입 시점 등을 사전에 점검하며 판단을 미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거래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매수 의사는 있으나 허가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협의가 길어지고, 일부 거래는 최종 단계에서 중단되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거래가 멈췄다기보다, 훨씬 많은 검토 절차를 거치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허가 대상 지역일수록 이러한 흐름은 더 뚜렷하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가격이 맞는지만이 아니라, 거래 자체가 성립 가능한지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 투자 수요 이탈…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수요 측면에서는 투자 목적의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 실거주 의무가 명확해지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 매수는 구조적으로 진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거래를 주도하는 것은 거주 계획이 분명한 실수요자들이다.
시장에서는 매수 단계에서부터 실거주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 가능성이나 시세 상승 기대보다는, 실제 거주 일정과 생활 여건이 거래 성사 여부를 좌우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로 거래량은 줄었지만, 거래의 성격은 신중한 판단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있다. 자금 여력과 거주 계획이 명확한 수요만 시장에 남으면서, 무리한 추격 매수나 단기 투자 성격의 거래는 줄어든 모습이다.
◇ 매물 감소에도 급매는 없다…버티는 매도자들
공급 측면에서는 매물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허가 절차 부담과 거래 지연 가능성을 고려해 매도를 미루거나, 아예 시장에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 매도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집주인일수록 관망을 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다만 거래가 둔화됐다고 해서 급매물이 늘어나는 흐름은 뚜렷하지 않다. 집주인들은 가격을 크게 낮춰 거래를 성사시키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허가 절차까지 감안하면, 무리하게 가격을 낮출 유인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매물은 줄었지만 가격 조정 폭은 제한적인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거래 기회가 줄어든 반면, 기대했던 수준의 가격 하락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 거래는 사라지지 않았다…규제를 피해 이동했다
거래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거래가 이뤄지는 지역은 달라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을 피해, 인접하지만 규제가 적용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느슨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같은 생활권이라면 허가 부담이 없는 지역을 선택하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이 과정에서 허가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이나, 규제 경계선 인근을 중심으로 문의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수요가 위축됐다기보다, 규제를 피해 우회하는 흐름으로 읽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의 영향이 단기적인 가격 변동보다는, 거래 심리와 구조 변화로 먼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거래 판단 기준이 가격 중심에서 절차와 가능성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시장 전반의 속도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느린 거래와 선택적인 이동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격이 아닌 제도와 심리가 시장을 움직이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토지거래허가는 가격을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제도라기보다, 거래 과정 자체를 느리게 만드는 장치”라며 “당장 가격 변화보다 거래 속도와 수요 성격이 먼저 바뀌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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