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조 복지공약에도반복적인‘증세없는 세법개정안’으로
재정안정성과 조세공평성 악화 우려
현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이번이 네 번째이다. 처음에 봉급생활자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제도로 전격 전환하고 이듬해 배당 등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세제를 도입했으며, 작년 청년고용증대세제 도입에 이어 이번에도 그 기조를 이어가면서 ‘신산업 투자와 고용증대’ 등 정부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용한 조세정책기능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재정확충방안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수행에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약 135조원의 재정조달방안은 사실상 현 정부가 제대로 세정을 집행할 수 있는 마지막인 이번 세법개정안에도 제대로 제시되지 못했다. 명시적인 증세책이 정부 내에서 사실상 허용되지 않는데다 투자와 고용 등 조세정책기능을 중시하다보니 ‘증세 없는 세법개정안’은 달성했지만 이로 인해 재정안정성과 조세공평성은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일자리 창출 고민 엿보이지만 조세지출을 통한 고용촉진정책은 실효성 없어
근본적 해결 없이 세입기반만 약화 우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투자 등 세제지원 대상을 유흥업소를 제외한 모든 업종으로 대폭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고용유인 강화를 위해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의 고용비례 공제액을 1인당 50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다양한 ‘고용조세정책’을 담고 있어 일자리 창출이 얼마나 심각한 고민거리인지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심각한 청년실업문제와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고려하면 근본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양자의 불부합을 해소하는 노력 없이 사후적인 조세지원으로 일자리에 관한 사회적 문제가 해소될 지 의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고용관련 조세지원제도가 도입되었음에도 일자리문제는 계속 악화되었으므로 먼저 그간의 고용지원 조세지출제도가 과연 실효성이 있었는지 분석하여 효과성에 근거한 실효성 있는 조세지원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급선무다.
저출산 해결위한 출산장려, 과도한 협력의무 가산세 경감 등 제도 도입 은바람직하지만,
근본적이고실효성 있는 대안되도록 종합적 검토 필요
이번 세법개정안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둘째 이상의 자녀를 출산하거나 입양하는 경우 출산․입양세액공제를 2배 정도로 확대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녀 등 부양가족에 대한 생계비의 공제 성질임에도 10년 가까이 150만원으로 변함없는 기본공제액을 출산 및 입양 등으로 부양가족이 늘어나는 경우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기능이 실효성 있게 작동되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그동안 신고․납부 등 본래의 납세의무와 구분되는 협력의무에 불과한 각종 명세서 등의 제출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늘어나는 가산세 종류와 높은 가산세율로 인한 과도한 부담은 납세자와 전문가들에게 많은 불만과 논란이 있었으나, 다행히 이번 세법개정안은 가산세 부담을 50% 경감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감하기로 한 협력의무에 관한 가산세 대부분은 본질상 헌법이 정한 국민의 납세의무와는 무관한 것인데다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가산세와 큰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의 일부에 불과해, 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협력의무 가산세 전반에 관한 실태조사와 제도적 검토를 통해 조세의 일부인 가산세제도의 행정벌 과태료 전환, 과도한 부과를 막는 정액과세제도 도입 등 조세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종합적인 검토와 대안모색을 해야 할 것이다.
신산업 투자 및 고용창출 등 조세정책기능 중시에
조세법이 추구할 과세형평성과 납세편의에 대한 대책 부족
응당 폭증하는 국가재정수요로 인해 재정위기에 봉착한 정부가 마련한 세법개정안이라면 무엇보다 재정확충을 위해 대기업 등 담세력이 충분한 계층에 대한 비과세․감면과 부가가치세 면세범위 대폭적인 축소, 세원과 조세탈루의 루프홀인 간이과세제 개선, 상장주식 과세와 금융종합과세 개선 등 국가대계를 위한 과세형평성 제고와 세입기반 확충을 위한 세제개편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도 신산업 투자 및 일자리 창출 등 조세가 쉽게 달성할 수 없는 특정 정책목적에 집중하고 임시방편적인 개정안에 치우친 경향을 보인 것은 국가재정난과 세수결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과 납세자에게 조세법 원리와 납세자간 과세형평성 확보 노력이 약화된다는 신호를 보여주고 오히려 세제개혁과 고통분담의 호기를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나치게 잦고 예측가능성과 일관성 없는 세법개정은
성실납세의식을 저해하고 세법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한편, 무엇보다 심각해진 것은 세법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의 훼손이다. 예컨대 지난해 비사업용 토지를 양도한 경우 양도소득세를 초과누진세율에 10%P 중과세하도록 개정하면서 2016.1.1. 이전 취득한 부동산의 장기보유특별공제 보유기간 기산일을 2016.1.1.로 보도록 개정되었는데,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또다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취득일부터 기산하여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작년 국회 입법과정에서 비사업용 토지 양도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관한 입법은 당초 개정 때부터 무리한 것으로 평가되었던 것이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개정된 지 1년 만에 다시 기산일을 조정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생활에 밀접한 세금제도가 수시로 개정됨으로써 선의의 국민들이 골탕을 먹고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복잡다단한 경제상황과 사회변화를 반영하기 위하여 매년 세법을 개정하는 것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이지만,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개정이유가 없는 경우나 상당한 조세지출의 대부분이 그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임에도 또다시 손을 대 땜질식 개정으로 세법이 지나치게 자주 개정되어 일관성이 없어지고 복잡해지기만 하는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국회와 정부는 우선 세법의 기본 틀과 종합적인 세제개편방향을 수립하고 경제상황에 따라 필수적인 조세정책적 기능만 추가하는 세법개정안을 마련하게 하고 그 시행도 경제상황을 반영해 당장 도입해야 하는 화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행하게 하는 등 국민과 조력하는 전문가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세금제도’를 만드는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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