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KB손해보험이 ‘1위 손해보험사’ 달성을 위해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KB손해보험 수장에 오른 김기환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1등 DNA’, ‘최초’, ‘유일’을 내세웠다. 과거 KB손보는 2015년 KB금융 편입 이후 꾸준히 가치경영을 강조해왔지만, 분위기가 바뀌었다. 올해 들어 지난해까지 이어지던 실적 하락에서 벗어나면서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성장 곡선 기반을 닦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선명하다.
김기환 사장은 올해 경영계획 수립방향으로 ‘미래지향 본업 펀더멘탈 턴어라운드 가속’, ‘디지털 기반 신성장동력 선점’으로 정하고 장기인보험, 마이데이터, 헬스케어 등을 강조했다. 가치경영 기조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 선점으로 실적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김기환 사장의 공격적 행보에 힘입어 KB손보가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두 마리 토끼 잡는다”…가치경영+미래먹거리
올해 1분기 KB손보는 68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직전 분기 227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0.2% 증가한 944억원을 기록했고, 원수보험료(매출)도 전년동기 대비 5.6% 늘어난 2조 8910억원을 냈다.
지난해의 경우 KB손보 당기순이익은 1639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감소했고, 같은 기간 투자영업이익 또한 12% 감소한 8443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는 올해 KB손보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던 배경에 김기환 사장의 전략이 녹아있다고 분석한다.
장기인보험 드라이브…배타적 사용권 획득
먼저 KB손보는 장기인(人)보험 상품을 중심으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장기인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3년 이상으로 상해, 질병 등 사람의 신체와 생명의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암보험, 실손보험, 어린이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손보업계 입장에서 장기보험은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수익원이다. 특히 이 중 인보험의 비중은 70% 가량이나 된다. 실제 지난해 5월 출시한 KB손보의 장기인보험인 ‘KB암보험과 건강하게 사는 이야기’는 판매 직후 매출이 급증했다.
해당 상품에는 업계 최초로 보장한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비를 비롯해 표적항암방사선치료, 특정항암호르몬약물허가치료, 갑상선암호르몬약물허가치료 등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배타적 사용권이란 신규 상품이나 기술을 개발한 회사가 일정기간 동안 독점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배타적 사용권의 인정기준은 독창성, 진보성, 유용성 등이다.
예를 들어 한 보험사가 특정 상품에 대한 일정기간 동안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면 다른 보험사는 해당 상품과 유사한 상품을 사용기간 동안 출시할 수 없게 된다. 일반적으로 3~9개월 간의 사용 기간을 적용받는다.
결과적으로 KB손보의 암보험 신규매출은 기존 월평균 2억원 수준이었으나,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비’ 출시 직후 월평균 16억 원으로 무려 8배나 늘었다.
유병자보험, GA판매 1위 선방
KB손보는 유병자보험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유병자보험이라 함은 당뇨, 고혈압, 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에게 특화된 보험상품이다. 유병자 보험은 해당 만성질환관 관련된 질병을 제외한 위험에 대해 일반인과 똑같이 혜택을 적용시킨다.
다만 보장 범위가 좁고 보험료가 일반 보험보다 비싸다는 특징이 있다. KB손보는 유병자보험 관련 유병력자 심사를 대폭 줄이고 보장을 확대하는 등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는 지난 8월 기준 법인보험대리점(GA)채널이 판매한 유병자보험 시장에서 점유율 23.5%를 확보했다.
GA채널에서 판매된 유병자보험 상품 10개 중 2.3개가 KB손해보험의 상품인 것이다. 이처럼 KB손보가 GA채널에서 선전한 배경에는 ‘슬기로운 간편건강보험’ 상품 판매 호조가 있다. 해당 상품은 KB손보가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 경증 만성질환자를 겨냥해 내놓은 업계 최초의 경증만성질환 전용 보험상품이다.
‘슬기로운 간편건강보험’에 가입한 경증 만성질환자는 기존 유병자 상품 대비 20% 저렴한 보험료로 차별화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유병자보험 인기에 KB손보는 “업계 최초로 경증만성질환자 전용 보험을 출시한 지 1년 만에 GA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며 “고연령층 고객들이 더 좋은 의료기술을 활용한 치료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이데이터 주도…미래 먹거리 발굴
KB손보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도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손보사 중 최초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도 받았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금융정보를 모아 한눈에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현재 KB손보는 자사 모바일 플랫폼인 KB손해보험 애플리케이션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구축하고 올해 말까지 본허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간 보험상품은 다른 금융상품 대비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구조 등으로 인해 고객 스스로 적극적인 관리 또는 활용이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KB손보가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고객 눈높이에 맞게 전 보험상품을 분석하고 보험사 통합보험금청구 고도화해 결과적으로 데이터 주권을 고객에게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와 관련 KB손보는 구체적으로 개인자산관리서비스(PFM), 오픈 인슈어런스, 헬스케어 연계를 중심으로 세부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KB손보는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업무 협약을 통해 ‘건강·보험·금융’ 분야 공동 연구를 진행해 향후 건강과 금융이 융합된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할 계획이다.
KB손보는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대해 “여러 금융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KB손보 대표앱에서 전 금융사에 가입한 상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화된 PFM 가능해진다”라며 “일상생활에서 보험이 손쉽게 활용될 수 있도록 ‘손 안의 보험금융 비서 역할’을 제공함으로써 고객과의 접점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헬스케어 자회사 추진…디지털 승부수
지난 6월 개정된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라 보험사가 자회사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면서 손보업계 내 헬스케어 산업 육성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KB손보는 보험사 최초로 헬스케어 자회사인 KB헬스케어를 설립해 향후 디지털 플랫폼과 연계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헬스케어는 질병의 사후치료는 물론 질병의 예방, 관리까지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고객은 플랫폼을 통해 건강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에 보험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된다.
보험사는 고객 정보를 활용해 적합한 보험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KB헬스케어는 건강관리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포인트를 보험사업에 적극적으로 연계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고객의 건강관리 노력에 대해 자체 포인트를 지급한 후 보험료에 이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또 KB손보는 업계 최초로 공공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자격도 획득한 상태다.
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청해 관련 데이터를 획득하거나 결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KB헬스케어의 출범시점은 올해 4분기(10~12월) 중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기환 사장, 어떤 인물인가
올해 1월 취임한 김기환 사장은 KB손보 실적을 직전 분기 적자에서 대규모 흑자로 반전시켰다. 내실 경영 뿐 아니라 공격적인 성장 전략으로 KB손보의 체질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1963년생인 김기환 사장은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한 뒤 장기신용은행과 국민은행 합병 후 재무부서에서 성과 분석을 맡았다.
이후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서 홍보부, 소바지보호그룹, 리스크관리그룹을 두루 거쳤다. 김기환 사장은 손해보험업 경험이 없으나, 그간 그룹 전반의 재무상태를 포괄하는 최고재무책임자 자리를 거쳤다. 실제 김기환 사장이 취임 당시 KB손보의 실적은 크게 악화된 상태였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30% 줄어든 1639억원이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 또한 12% 감소한 8443억원에 그쳤다.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무거운 책임이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앞서 KB손보 출범 직후부터 5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의 경우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장기성장 발판을 마련하는데 집중했다.
다만 출범한 지 5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실적을 보여야 할 시기가 됐다는 시선이 우세했다. 그런 만큼 KB금융 입장에서는 김기환 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KB금융 내 재무, 리스크, 홍보, 인사, 글로벌 등 다양한 컨트롤타워 업무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멀티플레이어’로 통하는 김기환 사장이 지주 내 조력자 역할을 넘어 경영능력에서도 존재감을 입증할 수 있을까. 실적개선과 체질개선을 동시에 이뤄내야 할 그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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