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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주택자는 부동산 투기세력인가?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이같이 표현했다.

 

흥미로운 점은 '부동산 투기세력'에 대한 규정이 흐릿하다는 점이다.

 

현행 국토교통부에서 꼭 짚어 투기세력이라고 규정하진 않았지만 부동산 규제정책을 보면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투기지역으로 정해진 곳에서 2주택 이상 소유자나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제제를 가하고 있을 뿐 명확한 규정이 없다.

 

결국 집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투기세력을 대표하는 대상인 꼴이다. 

 

과연 모든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정확할까? 

 

명확한 투자 기준과 수익률을 산정하고 부동산을 사들이는 다주택자들도 있다. 반면 ‘로또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고의로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며 가점과 현금을 차곡차곡 쌓는 ‘현금 부자’도 있다. 오히려 후자가 투기 동조세력이 아닐까? 

 

지금보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혹은 전망은 주택 가격을 상승시킨다. 머지않은 미래에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보다 당장 대출을 받아 집을 사지 않으면 아주 긴 세월 동안 월세와 전세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을 향한 선입견도 문제다. 단기매매차익을 노리고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이들에게도 투자자의 호칭을 부여하지만,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하면 '투기꾼'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하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부동산은 대한민국 중산층의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노후를 위한 투자상품 중 최고는 부동산'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다. 

 

뒤집어 생각하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중산층 붕괴가 가속화된다는 이야기다. 중산층의 자산건전성을 통한 국가경제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가격급등은 막아야 하지만 무조건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도 유추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 되면서 투기와 투자를 명확히 구분키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전쟁까지 선포한 상대라면 그 상대가 누구인지 보다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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