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집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 발표 후 한동안 안정세(정확히는 거래절벽)를 보이던 집값이 지난 5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름세로 돌아섰고, 실수요지표인 전세가도 오르는 추세다.
주택거래 건수는 전국 기준으로 연말까지 약 160만 건 정도로 예상되어 2018년 172만 건의 약 93% 수준, 서울 주택거래 건수는 연말까지 약 20만 건이 예상되어 2018년 26만 건의 약 77%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2019년 10월 기준 주택거래 누계 전국 11만 6000건, 서울 2만 1000건).
특이한 점은 서울의 주택거래는 증여 등 매매 이외의 거래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서울 주택거래 2만 1000건 중 약 1/3인 7000건이 증여 등으로 인한 소유권 이전인 것으로 나타난다.
집값 오름세가 지속하자 정부는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전격적으로 발표하였다.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현재의 대출 규제는 더욱더 강화하고(LTV(Loan to Value) 비율 40%→20% 축소, 시가 15억 원 초과 주택 주택구매용 담보대출 금지), 다주택자들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늘리고, 다주택자들이 2020년 상반기까지 집을 처분하는 경우 중과규정 적용을 일시적으로 배제한다는 내용이다.
수도권 공급물량(2019년 약 38만 호)이 적정 물량(약 30만 호)대비 충분하고, 대출 규제 등 강력한 수요억제 대책이 시행되고 있는 등 오를만한 객관적인 이유가 없는데도 집값은 왜 요동치는 것일까? 16일 발표된 정부 대책은 실효성이 있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집값 상승 이유와 해결방안은 다음과 같다.
불안심리, 다주택자 보유 재고 주택 공급 부족, 묻지마 투자 등이 집값 상승 원인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첫째, 심리적인 요인이다. 대기 수요자들이 “집값이 앞으로 오를 것 같다”고 판단하고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수도권 공급 물량은 충분하지만, 대기수요가 넘쳐나는 서울은 사정이 다르다.
“지나친 규제로 인해 신축주택 공급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므로 더 오르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사야 그나마 싸게 사는 것”일 거라는 심리적인 불안감에 따른 매수자들의 추격매수 때문이다. 단순히 투기적인 수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둘째, 다주택자에 대한 지나친 양도소득세 중과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재고 주택이 매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는 주택을 팔 때 양도차익의 약 60% 이상을 세금으로 낼 바에야 자녀들에게 증여하거나(전체 거래 건수 중 증여 비율이 30% 이상인 이유), 정책이 바뀔 때까지 팔지 않고 버티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른바 ‘매물잠김’ 현상이 나타나 주택공급의 2가지 방법(신규분양, 재고 주택의 이전) 중 한 축인 다주택자 보유 재고 주택 공급이 끊겨버린 것이다. 신도시를 조성하여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까지 필요한 기간(준비단계에서부터 입주까지는 최소 약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 동안에는 기존 재고 주택이 공급을 담당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재고 주택 이전을 통한 공급이 사실상 끊기다 보니 공급이 부족하고,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투기 수요와 집값 불안 심리에 따른 실수요자까지 추격 매수에 가담하니 집값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셋째, 다주택자들의 주택 보유비용이 예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재고 주택이 매물로 나오려면 보유비용(재산세, 종합부동산세)이 집값 상승으로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보유하는 것 자체가 고통인 상황이 될 때이다. 현재의 보유세 부담 수준이 몇 억 원이 올라 벌어들이는 이익을 포기할 수 있을 만큼 큰 비용일까? 정책당국이 고민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넷째, ‘묻지마 투자’를 부추기는 사람들에 의한 거래질서 교란행위 때문이다. ‘부동산재테크 강좌’가 문전성시다. 어려운 담보대출 대신 신용대출을 받아 전세를 끼고 차액만을 투자하는 방식(갭투자)을 권한다. 지역을 불문하고 규제가 좀 덜한 지역을 찾아 집단으로 아파트를 구매하라고 부추긴다.
이들이 거쳐 간 지역은 어김없이 가격이 폭등하고, 비정상적인 투기가격이 주변 아파트 가격을 덩달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파트가격변동률’ 월 단위 발표,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완화, 거래질서 교란행위자 감시 필요
집값 안정을 위해 검토해 보아야 할 정책에는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우선,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를 안정화하는 조치가 급선무다.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는 주택의 수요·공급 같은 정밀한 분석을 통해 주택을 구매하지 않는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접하는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집을 사는 경우가 더 많다. “아파트값이 자꾸 오른다”는 보도는 심리적인 불안감을 키워 투기 수요를 더욱더 부채질한다.
‘아파트가격변동률’을 일주일 간격으로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일주일 단위로 아파트 가격 변동을 정확히 측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실제로는 매도자가 부동산에 내놓는 가격일 가능성이 큼), 가격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 거래가격을 분석하여 월간 단위 정도로 발표해도 충분하다. 주간 단위로 주택가격 동향을 발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다음으로,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 주택들이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보유비용(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을 높이면, 거래비용(양도소득세)은 낮춰 주어야만 시장기능이 작동된다.
“사람들은 절대 손해 보려고 하지 않는다.” 보유하는 것보다 파는 것이 유리해져야 다주택자 재고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난 2월 국토교통부 장관이 언론사와의 인터뷰 중 했던 “양도세는 거래세가 아닌 소득세다”라는 말은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집값 거래질서를 어지럽히는 세력의 위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주택은 단순한 투자대상이 아니라 공공재 성격을 갖는다. 아파트를 쇼핑하듯 집단적으로 사들이는 거래질서 교란행위자와 이를 부추기는 소위 재테크전문가라는 사람들, 일정금액 이하로는 팔지 못하게 가격담합을 주도하는 각종 커뮤니티 등 거래질서를 어지럽히는 세력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수천 세대의 아파트값도 불과 몇 개의 높은 거래가격이 전체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집값 움직이는 것은 경제학적 분석이 아닌 ‘사람들 심리’
지금의 집값 상승은 담보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의 투기 수요에 집값 상승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가세하여 수요는 많은데 매물 ‘잠김현상’으로 공급이 부족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정부정책은 이 지점에 대한 적절한 처방이 있어야 집값 안정에 성공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정책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한시적인 ‘양도세중과규정 완화’로 공급의 동맥경화를 없애 준 정책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려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민해야 한다. 굳이 서울(특히 강남)에 살지 않아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도 될 만큼 GTX 등 교통체계를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 명문대를 보내려면 서울(특히 강남)로 이사 가야 하는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현금부자 및 신용대출을 넉넉히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이다.
담보대출자만이 투기 수요의 근원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언론을 통해 집값 안정에 대한 지속적인 시그널을 보내주어야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은 성공할 수 있다.
“집값을 움직이는 것은 복잡한 경제학적 분석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임을 명심하자.
[프로필] 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 감정평가사/경영학박사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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