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경기가 안 좋거나 부동산 매매시장이 침체되면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부동산 경매시장이 호황기를 맞이한다. 금리가 올라 이자부담이 늘어날수록, 규제가 강해 부동산매매가 어려워져도 경매물건이 늘어난다.
사업자금, 생활자금, 다른 투자를 위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사람들이 원금이나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게 되면 채권자들이 「민사집행법」에 따라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강제로 처분하여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이를 ‘부동산경매’라고 한다.
2018년 한해에만 약 13만 건이 경매시장에 나와 이중 4만 6000건이 낙찰되었으며 낙찰금액만도 11조 1500억 원어치에 달한다. 부동산 경매와 유사한 것으로 부동산공매가 있다. ‘부동산공매’란 ‘공적기관이 세금 등을 체납하여 압류한 재산이나, 공공기관 보유재산을 일반인에게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온비드’라는 ‘공공자산처분시스템’을 사용하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라고 함)가 수행하고 있다. 부동산을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통해서 매각하는 점은 경매와 동일하다. 부동산경매에 대해서 살펴보자.
경매투자는 낙찰가액 절반정도는 자기 돈으로, 기일은 넉넉하게, 감정가의 70~80%이하로 낙찰 받아야
부동산 경매는 크게 임의경매, 강제경매, 형식적인경매로 나눌 수 있다.
‘임의경매’란 채권자가 미리 등기부등본에 설정해 놓은 저당권에 근거해서 법원의 강제 매각을 통해서 채권을 회수하는 방법을 말한다. ‘강제경매’는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가압류권자 혹은 일반채권자가 재판을 거처 경매진행 허가를 받아 실행하는 경매를 말한다. ‘형식적인 경매’란 공동소유 지분의 분할이나 상속재산의 현금화 등을 위해 진행하는 경매로 채권청구금액이 ‘0’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관점에서 보면 부동산의 질은 임의경매 물건이 더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금융권이 돈을 빌려줄 때 양호한 부동산만 담보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리관계는 강제경매 물건이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강제경매는 채권․채무관계에 대해 사전 심의를 거쳐 경매진행 여부(‘집행권원’허가라고 함)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경매를 통한 현금화가 목적인 ‘형식적인경매’는 경매대상 부동산에 대한 모든 부담금(임대보증금, 세금 등)을 인수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인수해야 할 금액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따져서 응찰해야 한다.
경매투자시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첫째, 기일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경매절차는 ‘입찰(예정가격의 10% 납부)→낙찰허가→잔금납부(90%)→명도’ 순으로 이루어지며 최초 입찰부터 최종 명도를 받기까지 6개월 정도 소요된다. 일이 꼬여 명도가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금계획, 운영계획 등을 세울 때 기일을 넉넉하게 잡아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둘째, 낙찰 금액의 절반정도는 자기 돈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과거에는 낙찰가격의 70%정도는 대출이 가능하여 낙찰가격의 20~30%정도의 자기자본만으로도 경매투자가 가능하였다. 그러나 2017년 6월 19일이후 세 차례의 부동산대책으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역에서는 주택을 경매로 낙찰 받는 경우에도 일반매매와 동일한 LTV(Loan to Value)가 적용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여도 마찬가지이다(2018.9.13.대책). 개인사업자 혹은 법인사업자 대출도 대출한도가 일반대출과 동일한 비율로 축소되었다(2019.10.14.부터 적용). 집값 상승을 막고자 대출규제를 피하기 위한 우회로를 차단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수도권(정확히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역)에서 주택 혹은 주택상가 겸용주택을 경매로 낙찰 받는 경우 대출가능 금액은 낙찰가의 절반이하(30~40%)이거나, 세대수가 많은 주택은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금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최초 감정평가액 대비 약 30%이상 낮은 가격으로 낙찰 받아야만 투자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경매시작 가격의 기준이 되는 감정평가액은 다소 후하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감정평가액이 시가보다 낮게 평가되어 채무자가 억울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최소한 한번 이상 유찰(1회 유찰시마다 경매시작가격은 20%씩 하락)된 후 입찰하는 것이 현명하다. 낙찰이후 명도시까지의 이자, 명도에 소요되는 비용, 장기간 방치로 인한 수리비 등을 계산해보면 낙찰가격이 시세(감정평가액)대비 20~30%는 저렴하여야 투자가치가 있게 된다. 2018년도 경매 평균 낙찰가격은 감정평가액 대비 72.5%이었다.
투자원칙을 세우고,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한 후 경매시장에 참여해야
경매시장에 참여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일까?
우선, 명확한 투자원칙을 세우고 참여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 참여 할 것인지, 아파트, 상가 등 어떤 종류를 할 것인지, 투자금액은 얼마정도로 할 것인지 등 사전에 투자원칙을 세우고 참여하는 것이 좋다. 원칙이 없이 참여하다보면 분위기에 휩쓸려 냉철한 분석을 생략한 체 투자하여 낭패를 보기 쉽다. 초보자라면 자신이 잘 아는 지역 경매물건에만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음으로, 경매와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한 후 경매시장에 참여해야 한다. 경매는 부동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외에도, 경매절차, 방법, 권리분석 등 경매제도에 대한 추가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 권리분석을 잘못하여 낙찰 후에 예상하지 못한 추가부담금을 떠안게 되자, 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 입찰보증금을 날리고 낙찰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이 발생한다. ‘배당표(낙찰대금에서 배당을 받아가는 순서를 기재한 표)’를 직접 작성할 수 있을 만큼 학습이 된 후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동산 경매에 대한 ‘묻지마 낙찰’ , 과한 몰입을 경계해야
최근 부동산 규제가 심해지자 경매법원에 많은 투자자가 몰린다고 한다. 경매교육 학원도 문전성시다. “강남아파트 경매응찰자가 기본 ‘10대 1’을 넘어서고, 낙찰가격도 감정평가액을 훨씬 상회하여 고공행진을 보인다”고도 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간의 부동산대책으로 대출이 사실상 어려운 현실에서 20억이 넘는 아파트를 오로지 현금으로만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 대출규제 대책의 나비효과로 현금부자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기회의 불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서울(특히 강남)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아직도 견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진 돈이 얼마 없는 소시민들이 경매시장에서 현금부자들과 경쟁하여 낙찰받기는 쉽지 않다. 고가의 강남아파트 경매시장에서 경쟁하기는 더욱 더 그렇다.
강남에 있는 부동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경매로 한몫 챙기겠다는 각오로 무조건 베팅하고 보는, 경매에 대한 과한 몰입을 경계해야 한다. 충분히 분석하고, 충분히 학습한 후 참여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경매시장도 정글이다.”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자.
[프로필] 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 감정평가사/경영학박사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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