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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철의 부동산 돋보기]기획부동산, 그 달콤한 유혹의 덫

(조세금융신문=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기획(Planning)의 사전적 의미는 ‘일을 꾀하여 계획함’을 말한다. 그러나 기획이 부동산과 결합하면 ‘부동산을 이용해 마치 경제적인 이득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처럼 조작하여 투자자들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행위’라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기획부동산에 투자하여 돈을 벌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을 뿐더러, 피해를 본 사람들의 대부분이 돈 많은 부유층들이 아니라 자녀의 결혼자금, 노후자금에 보태려고 피 땀 흘려 한 푼, 두 푼 열심히 모은 돈을 조금이라도 불려보고자 투자한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토지거래 중 약 17%가 기획부동산 거래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업체 ‘밸류맵’이 2018년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4개월치 부동산거래신고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는 전체 토지실거래신고 건수 중 약 17%(7400건), 세종시는 약 30%(802건)가 기획부동산 거래인 것으로 분석되었다(전국적으로는 1만 1600건). 적지 않은 수치이며 기획부동산 투자 피해자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기획부동산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필자도 자문의뢰를 받은 적이 있는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번지’ 사례로 살펴보자. 해당 토지는 138만 4964㎡(약 42만평)의 청계산 국사봉과 이수봉에 걸쳐 있는 그린벨트 임야이다. 급경사이며 공시지가는 2만 700원/㎡(평당 6만 8000원), 기획부동산 업체가 투자자에게 잘게 쪼개어 지분으로 팔아 현재는 4088명(2019년 8월 기준)이 공동소유자로 되어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땅은 2018년 7월 기획부동산 3개 업체가 공시지가의 절반가격인 평당 약 3만 6000원에 구입한 후 텔레마케터, 다단계 영업방식을 동원하여 300평 정도씩 잘게 쪼개 매입가보다 약 7〜8배 비싼 평당 25만〜30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총액 1200억원 규모).

 

필자가 직접 본 홍보용 책자에는 주변의 ‘제3판교테크노밸리·신도시(금토지구)’ 개발내용, 해당 임야는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높아 타운하우스를 지을 수 있다는 내용 및 완성 후의 단지조감도, 가격은 향후 최소 10〜20배 정도 오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신뢰성을 주기 위해 필지 사이에 끼어 있는 일부 ‘전(다른 사람 소유로 추정)’에 대한 ‘비닐하우스 설치를 위한 진입로 개설 허가증’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이것은 실현가능한 얘기일까? 그린벨트 해제는 불가능하고, 경사도가 높아 개발가능성 또한 거의 없는 토지이다. 이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 팔아먹은 것과 다를 바 없다.

 

기획부동산은 그린벨트, 개발 불가능한 토지를 지분등기 이전방식으로 판매

 

기획부동산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첫 번째 특징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3기신도시 예정지역, 남북경협 영향지역, 지방 국책사업지 등 개발호재지역 주변의 그린벨트로 묶여 있거나,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임야 등을 작업 대상지로 하고 있다.

 

투자자 모집을 쉽게 하기 위해 1억원 이하로 팔 수 있으면서 10배 이상 수익을 남기려면 구입가격이 최대 5만원을 넘지 않은 개발 불가능한 급경사지 임야나 그린벨트 토지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지관리법」상 임야는 경사도가 최대 25도(25도 내에서 지역 시도조례로 정함)를 넘으면 개발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또한 그린벨트 해제는 환경평가 3등급 이상(숫자가 높을수록 보존가치가 낮음)의 보존가치가 낮은 임야에 한하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 이 해제기준은 정부가 신도시를 만들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앞의 ‘금토동 임야’ 사례는 ‘환경평가1등급’ 토지이므로 그린벨트가 풀릴 가능성이 없으며, 설령 그린벨트가 풀린다고 해도 경사도가 높아 개발허가가 나올 수가 없는 토지인 것이다.

 

기획부동산의 두 번째 특징은 ‘소유권이전을 지분등기 방식으로 한다’는 점이다.

법상 그린벨트 내 토지는 토지분할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분 이전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지분으로 토지를 구입하면 자기가 산 땅의 위치가 특정되어 있지 않아 그 땅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분권자들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앞 ‘금토동 임야’ 사례의 경우 공유자 4088명의 동의서가 있어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기획부동산들은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특별한 어려움 없이 받을 수 있는 허가 내용이나 해당토지와는 상관없는 주변의 개발정보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특징이있다. 앞 ‘금토동 임야’ 사례처럼 ‘비닐하우스 설치를 위한 진입로 개설허가증(그린벨트에서도 영농을 위한 비닐하우스, 진입로 설치는 가능함)’ 등으로 현혹하여 기획부동산 토지도 마치 건축허가가 가능한 것처럼 홍보한다.

 

기획부동산은 혈연, 동창 등을 찾아 다단계영업방식으로 판매, 계약전 지번도 안 알려줘

 

기획부동산의 판매방식은 어떠할까?

‘○○개발, ○○에셋, ○○투자’ 등의 상호를 주로 사용하는 기획부동산 업체들의 활동무대는 전국적이지만 사무실은 주로 서울 강남 일대에 많다. 위험부담 회피를 위해 별도로 법인을 만들고 분양이 끝나면 곧바로 폐업하는 방식이다. 사기를 당한 것을 알고서 투자금을 돌려받고 싶어도 돌려받을 주체가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획부동산 영업방식은 과거 무작위로 전화하던 방식에서, 최근에는 고향사람, 동창, 교인, 혈연 등을 찾아 접근하는 방식, 즉 다단계 영업방식으로 진화되어 있다. 또한 투자자가 의심하지 않도록 텔레마케터 본인에게도 1필지를 구입(물론 투자자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하도록 강요하여 “나도 샀으니 믿고 투자해도 된다”는 식으로 유혹한다. 판매수수료는 한 건당 대략 500만원에서 큰 땅은 5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텔레마케터들은 “관광단지, 도로개설 등 각종 개발호재들을 언급하며 조만간 가격이 크게 오를 지역인데, 몇 개 안 남아 당신에게만 특별히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유혹한다. 투자자가 관심을 보이면 매매가의 10% 정도를 선입금하도록 한 후 계약서는 사무실에 방문하여 작성하도록 유도한다. 의심받지 않도록 사무실을 최대한 호화롭게 꾸미고 계발계획도, 청사진, 관련 사진 등을 전시해 놓고 투자자를 안심시킨다.

 

계약 전에는 기획부동산 주소를 알려주지 않는 것 또한 불문율이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땅 주소를 알려주면 다른데 소문이 난다”는 이유인데 투자자가 미리 알아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기획부동산 투자전 전문가와 상담이 필수적, 사기가 의심되면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기획부동산, 그 유혹의 덫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온라인 정보에 의존하지 말고, 계약하기 전 반드시 현장조사나 구청방문을 통해 개발가능성, 규제 등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없다면 전화로라도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 등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고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둘째, 분쟁에 대비하여 상담내용 등을 녹음해 놓거나 계약서를 작성할 때 “설명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특약사항을 넣는 것이 좋다.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법적분쟁에 대비하여 계약서에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는 경우가 많으므로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하는 것도 필수다.

 

셋째, 이미 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현장조사를 하여, 사기가 의심된다면 기획부동산 회사가 폐업하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기획부동산 사기를 당했으면서도 자신이 피해자인지조차도 모르고 지낸다.

 

기획부동산 회사에 가보니 사무실도 강남에 그럴 듯하게 꾸며져 있고, 설마 친구가, 친척이 나한테 사기를 칠까? 근거없는 믿음이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돈도 잃고, 사람도 잃을 수 있다. 투자할 때는 직접 발품, 손품을 팔아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격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프로필] 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감정평가사/경영학박사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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