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감정평가사) 거래절벽에 따른 일시적인 가격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현 정부 최대실정 중의 하나가 부동산정책 실패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공식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집권 초부터 지금까지 공동주택가격상승률(2017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공동주택실거래가격지수)은 무려 40% 상승에 달한다(수도권 58% 상승).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발표하고 있는 부동산대책은 어떤 차이가 있고, 집값, 전세값을 잡는데 효과가 있을까, 허와 실을 무엇일까? 문제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만 효과적인 대책수립이 가능하므로 먼저 현재의 집값, 전세값 상승의 원인부터 살펴보자.
현재의 집값, 전세값 상승은 공급부족·투기수요·불안심리·시장기능붕괴 등
다양한 원인의 결합 결과
현재의 집값, 전세값 상승은 공급부족과 같은 특정 한 가지 이유만이 아니다. 공급부족, 투기수요, 불안심리, 시장기능의 붕괴, 시중에 넘쳐나는 풍부한 유동성(돈) 등 다양한 원인이 결합된 결과이다.
‘수도권주택공급물량’은 현 정부 집권시작인 2017년 약 28만호에서 2018년에는 33만호로 증가하다가, 2019년에는 26만여호, 2020년에는 25만호로 감소되었다. 그 변동 폭이 7〜8만여호 감소에 불과하였다(수도권 적정 공급물량 30만호). 과연 이 정도 감소물량이 ‘집값상승의 주범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집값상승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집값상승의 모든 원인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일시적 수급불안에 따른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 재테크를 빙자한 집단적인 주택 쇼핑행위자들의 투기행위, 양도세 강화로 기존 재고주택의 매물 잠김 현상과 이로 인한 시장매커니즘의 붕괴가 집값상승의 이유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기본주택’, ‘청년원가주택’ 등의 이름으로
임기 내 250만호 주택공급공약, 역세권에 그만큼 지을 땅 없어
이런 원인분석을 토대로 유력 대선주자들의 부동산대책 공약을 살펴보자.
우선, 두 후보 모두 임기 내 250만호의 주택공급을 공약하였다. 지금까지 일 년에 공급되는 주택물량이 40〜50만호 정도이었으니, 5년 임기 내 250만호 공급은 특별히 늘어난 물량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공급방식인데, 이재명 후보는 공공주도에, 윤석열 후보는 민간주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중산층을 포함하여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건설원가수준의 임대료(월 60만원 정도)만 내고, 역세권 33평형 아파트에 최장 3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장기임대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역세권에 제1기 신도시 총 공급물량(약200만호)만큼을 지을 토지가 과연 있을까? 의문이다.
윤 후보는 “청년원가주택 30만호, 역세권 국공유지에 첫집주택 20만호를 공공이 공급하고, 나머지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제도를 개편하여 공급하겠다”는 공약이다. 청년원가주택은 “무주택청년가구가 시세보다 싼 원가로 분양받고, 5년 이상 거주 후 국가에 매각하고, 그 경우 차익의 70%를 입주자에게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분양받지 못한 청년들과의 형평성, 국가가 나서서 공공주택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처음부터 70%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20만호를 건설할만한 역세권 국공유지가 과연 있을까? 의문이다.
이 후보 “주택도시부·부동산감독원 신설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윤 후보 “거의 모든 규제를 풀어 시장기능에 맡기도록 하자”는 공약
다음으로, 이 후보는 재원마련과 투기근절을 위해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윤 후보는 규제완화와 부동산 관련 세제의 전면 재검토를 공약하였다.
이 후보는 ‘주택도시부’를 신설해 관련기능을 통합하고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해 부동산범죄를 적발·처벌한다는 공약과 함께, 현재의 재산세와 종부세를 폐지 후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여 실현보유세를 1%(현재는 0.8% 수준)까지 늘리고,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공개, 후분양제 도입을 통해 분양가를 확 낮추겠다는 공약이다.
주택은 의·식·주 중의 하나이므로 전담부서설치 및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바람직한 정책방향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공급위축을 가져오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보유세를 늘리려면 양도세 등 거래세는 반드시 내려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거래세 부담률은 OECD국가 중 1위로 OECD 평균 0.44%의 약 4.3배에 이른다(2018년 기준 1.92%).
윤 후보는 징벌적 과세와 과도한 대출규제가 집값 폭등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종부세 전면재검토, 재산세와 양도세 완화, 임대차3법 개정, 대출규제 및 재개발·재건축 완화 등을 공약하였다. 한마디로 거의 모든 규제를 풀어 시장자율에 맡긴다는 공약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모든 욕망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어가는 정책에 나는 투기꾼”이 있는 현실에서 모든 것을 시장기능에만 맡겨 놓아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이 후보는 “공직자 부동산신탁제도 도입”,
윤 후보는 “임대차3법 종전환원”을 공약
마지막으로, 무너진 시장기능 복원 및 기타 부동산 관련 공약 등을 살펴보자. 이 후보는 정책입안자들에 대한 신뢰성 제고를 위해 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백지신탁제 및 공직자 부동산 취득 심사제 도입 등을 공약하였다. 대출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명시적 공약은 없으나 고가주택, 다주택자들에 대한 대출규제는 강화하되,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는 완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후보는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정책은 정부가 확실히 추진하되, 세금, 재건축·재개발, 대출 규제를 과감히 풀어 시장원리가 작동되도록 하고, 임대차3법도 현재 ‘2+2년’을 ‘종전의 2년’으로 환원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임대물량의 꾸준한 공급, 중장기 수급대책 수립·발표,
투기세력 차단, 세금 및 대출규제는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이와 같은 두 후보의 부동산공약에 보완되어야 할 점은 무엇일까?
현 정부 부동산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사람들의 심리, 돈의 속성,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선과 악, 정의의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집값, 전세값은 일정기간 관망기간을 지난 후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은 단기가 아니라, 1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 위주로 전체 임대수요 물량의 10% 수준이 될 때까지는 꾸준히 공급하여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전세값 상승이 매매가 상승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흩어져 있는 기존 조직을 통폐합하여 부동산문제를 다루는 통합 정부부처를 만들어 집값에 대한 불안심리가 나타나지 않도록 일관된 중장기 수급대책을 수립·발표하고, 부동산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투기꾼들에 대해서는 다시는 활개치지 못하도록 근원을 찾아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양도세 등 거래세는 줄이고, 보유세는 늘리되, 세금부담률은 억울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설계하여야 한다. 소도시 및 농촌에는 빈집 천지인데, 농촌주택, 상속주택 등을 1채 더 소유한 사람들까지 몽땅 다주택자로 취급하여 중과세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현재의 지역중심의 대출규제는 사람중심으로 전환하고, 무주택자가 집을 살 때는 LTV, DSR을 (폐지에 가까울 정도로)획기적으로 완화시키고, 청약당첨주택에 대한 대출규제는 없애는 것이 합리적이다.
해묵은 부동산과제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어,
보이는 공약에 속지 말고, 누가 더 정책유연성이 있는지로 판단해야
선거철이 되면 표를 의식한 각종 부동산공약이 쏟아진다. 그 중 많은 공약들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사라질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해묵은 과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리 만무하다. 이런 현실에서 유권자인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보이는 공약에 속지 말고 “누가 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지, 잘못된 정책을 과감히 버리고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는지”로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다. 현 정부 실책이 “정책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직진만을 고집한 고집불통에 있었음”을 기억하자.
[프로필] 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 감정평가사/경영학박사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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