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지난 4월 1일 국토부는 정부가 확정 고시한 표준주택공시가격상승률에 비해 각 지자체가 산정한 개별주택공시가격상승률이 비정상적으로 낮게 산정된 지역(1~2% 차이가 일반적이나, 5~8%까지 차이가 나는 지역)인 서울 일부지역과 주택공시 업무를 총괄하는 한국감정원에 대해 감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4월 4일 과천시는 “2019년도 공동주택공시가격상승률(23.41%)이 실거래가격상승률(14%)을 크게 상회하여 주민의 세금 부담이 과중하다”며 국토부에 ‘공시가격하향조정요구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주택보유세와 주택공시가격 공정성 논란
이런 일은 왜 벌어질까? 그리고 이번 한번으로 끝날까?
예를 들어보자.
과천시에 아파트(32평형, 시가 10억원, 공시가격 6억원) 1채 보유자 A, 2채 보유자 B가 있다고 하자.
2019년도 공시가격을 적용해 세금을 계산하면 1주택자인 A씨는 작년보다 약 45만원이 오른 17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2주택자인 B는 재산세에 종합부동산세를 추가로 내야 하므로 지난해보다 약 440만원이 오른 1300만원 가량 내야 한다(3주택자는 2400만원).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으로 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은 주택 수가 많을수록, 고가일수록,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매년 5%씩 증가하는 2022년까지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동시에 주택공시가격 산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과 그 결정 과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 요구 등 민원도 같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개별주택공시가격 산정을 담당하는 지자체가 주택소유자들의 집단민원을 의식해 공시가격을 가급적 낮게 산정하였고, 이를 견제해야 할 한국감정원의 검증이 부실했을 가능성이 높다.
주택공시가격 신뢰의 조건
주택공시가격이 신뢰를 얻으려면, ‘공시업무의 전문성(Professionality)’, ‘공시가격의 공정성(Fairness)’, ‘정부정책의 일관성(Consistency)’이 있어야 한다.
먼저 ‘공시업무의 전문성(Professionality)’을 살펴보자.
현재 정부가 발표하는 공시가격 중 토지(공시지가)는 감정평가사가, 주택(개별주택공시가격, 공동주택공시가격)은 한국감정원이 담당한다.
개별주택공시가격은 당초 감정평가사가 담당하였던 것을 2016년 9월부터 한국감정원이 하고 있다.
토지에 관한 표준지공시지가(약 50만 필지) 평가와 지자체가 산정한 개별공시지가(약 2500만 필지) 검증업무에는 감정평가사 1078명이 동원되고 있지만, 표준주택(약 22만호) 및 공동주택 가격산정(약 1300만호), 지자체가 선정한 개별주택공시가격(약 400만호) 검증업무는 한국감정원이 담당한다.
한국감정원만의 인력(감정평가사 약 214명)으로 전체 1700만 호의 주택공시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전문성을 기대할 여건이 되는지 의문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대량산정모형을 이용하므로 가능하다거나, 감정평가사가 아니어도 전문성이 있다”는 주장은 “의사가 아니어도 진료할 수 있다”는 말로 설득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찰 일이다.
그 다음은 ‘공시가격의 공정성(Fairness)’이다.
정부는 지난 1월 현재의 개별주택공시가격은 종류별, 지역별, 가격대별로 불균형이 크고, 공동주택보다 단독주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렇다면 주택 중 약 75%를 차지하는 공동주택(아파트, 연립, 다세대 약 1300만호)공시가격은 공정하게 산정되고 있을까?
필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개별주택 못지않게 불공평이 심하다. 거래가 빈번한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제외하고, 나홀로 아파트, 재개발지역 등 가격변동이 큰 공동주택,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의 공시가격 불균형이 심한 편이다.
HPAS(Housing Price Appraisal System, 주택가격자동산정프로그램)에 의해 산정된 가격이 전문가에 의한 검증절차도 없이, 과세권자인 지자체의 충분한 참여절차도 없이 고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표준적인 공동주택을 감정평가사에 의해 평가하도록 하고, 이를 기준으로 과세권자인 지자체가 개별적인 공동주택공시가격을 산정한 후, 감정평가사의 검증을 거처 결정하는 방법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평가는 전문가에게, 과표 결정은 과세권자에게’
마지막은 ‘정부정책의 일관성(Consistency)’이다. 주택 보유세의 특징은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이지만, 눈에 보이는 세금이라 상승에 무척 민감하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세금 앞에서 ‘공평과세’라는 대의명분만으로는 납세자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 방침대로 공시가격 현실화를 일관되게 추진하려면 현재의 주택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실화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여 납세자가 미래의 공시가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기수요 억제라는 정책수단만을 의식하여 특정시기에만 집중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과표=공시가격×공정시장가액비율’이므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없애는 대신 공시가격은 시세의 100%가 아닌 70% 정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공시가격이 경기에 따라 지나치게 널뛰기 되지 않고 안정성이 유지된다.
정부가 공시가격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제도개편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약 20년 전 사회적 갈등이 심했던 의약분업의 본질은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이었다. 공시가격 신뢰도 향상을 위한 제도 개편의 본질 또한 국민 입장에서 보면 명확해진다.
‘공시가격 평가는 전문가에게, 과표 결정은 과세권자에게’가 해답이다.
[프로필] 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감정평가사/경영학박사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