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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양체재의(量體裁衣)]주택가격 규제의 역사, 성패 여부는 항상 의지였다

'양체재의(量體裁衣)’란 일을 실제 상황이나 형편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입니다. 평소 법률과 정책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후에 그에 맞도록 만들어지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문병윤 변호사의 주장이 담긴 연재물이다.  

 

(조세금융신문=문병윤 변호사)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주택법 시행령이 경과기간을 거쳐 7월 29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분양가상한제는 말 그대로 신규 주택 공급가격을 일정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법률상 용어는 주택 또는 공동주택이지만, 현실적으로 ‘아파트’가 적용대상이다).

 

수도권 특정 지역의 아파트시장은 신규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되고(새 상품이므로 당연하다), 기존 아파트 가격은 새롭게 형성된 신규 아파트 가격을 추종하면서 양에 양을 더하는 상승구조라는 인식 아래 그 구조를 깨트려서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취지다. 이 제도를 두고 가격통제다, 자유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난다, 분양가는 전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상관관계도 없어 효과가 없다는 등 수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격통제는 이미 존재

 

우리 헌법은 제119조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자유시장경제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경제민주화 조항도 함께 두고 있다.

 

이 경제민주화조항에 근거를 두고 공정거래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에서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경제력 남용 등을 규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료분야에서는 확실한 가격통제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제도로써 의료비를 대부분 급여화하고,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모든 급여 수가를 제한하고 있다.

 

토지는 공공재로서 특별히 제한가능

 

한편, 우리 헌법은 토지에 관해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헌법 제122조)’는 국토균형발전조항이다.

 

이 조항에 근거하여 토지공개념이 도출되고, 헌법재판소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생존권을 보장해주기 위하여서는 토지소유권은 더 이상 절대적인 것일 수 없고, 공공의 이익 내지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의무를 부담하거나 제약을 수반하는 것으로 변화되었다’고 이를 확인하기도 하였다(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88가13 결정).

 

따라서 분양가상한제가 가격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시장경제원리에 위배되거나 우리 헌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법리상 맞지 않으며, 다소 선언적인 구호에 불과하다. 더욱이 우리 역사상 분양가격 통제는 주택시장 과열을 막는 대책으로 여러차례 활용된 바 있다.

 

분양가격 규제 부침사(史)

 

분양가격 통제제도는 박정희 정부인 1963년 공공주택에 최초로 도입됐다가 1977년에는 민간주택으로 확대됐다. 수출증가와 중동특수로 인한 외화(이른바 오‘ 일달러’)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증가하였고, 이로써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었다.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하여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였고, 모든 신축 주택에 대해 평당 분양가의 상한을 55만원으로 제한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분양가상한제는 건설경기와 연동되어 부침을 반복한다. 1981년 원유파동, 수출감소 등 불황이 닥치면서 경기활성화를 위해 민간주택 분양가를 자율화했다가 이듬해 부동산시장 반등 조짐이 보이자 85㎡ 초과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을 평당 134만원으로 다시 제한했다. 주택 200만호 공급을 공약한 노태우 정부는 건설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1989년 11월 획일적인 평당 상한제를 폐지하고,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에 연동하는 원가연동제를 시행했다.

 

IMF 외환위기 여파로 삼익, 우성 등 건설사 도산, 실업률급등 등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정부는 1997년 지방부터 시작해 1998년 민간 및 수도권 공공주택 분양가 자율화를 거쳐 1999년 1월에는 국민주택기금 지원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주택의 분양가 규제를 폐지하였다. IMF가 극복되고 경기가 회복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다시 꿈틀거렸고,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1998년 평당 512만원에서 2006년 1438만원까지 오르자 다시 규제론이 힘을 얻었다. 정부는 2005년 85㎡ 이하 공공주택부터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였고, 2007년에는 민간주택으로 확대되었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경기는 다시 침체국면으로 들어섰다. 정부는 주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줄이기 시작했고(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강화), 결국 2015년 4월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이 3개월간 매매가격 상승률 10%, 3개월간 아파트 거래량 200%이상, 3개월간 아파트 청약경쟁률 20:1초과 등으로 강화되면서 사실상 해당 지역이 전무하게 되었고, 분양가상한제는 사실상 폐지되었다.

 

이렇듯 주택가격 통제의 역사는 건설경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경기’라는 단어 자체에 유동성, 실업률, 기업 수익률 등이 포함되어 있고, 그렇다면 주택시장 정책이란 단순한 수요·공급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건설경기는 유동성과도 연동되어 있다.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이 갈 곳을 잃으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었고, 가격상승을 이끌었다.

 

주택시장 안정화는 옳고 그름이 아닌 의지의 문제

 

어떤 정부든 건설경기 부양으로 얻게 될 수치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다.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당위성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주택가격 규제의 역사에서 살펴보았듯이 진보·보수라고 다르지 않으며, 그보다는 그 시대의 복잡 다양한 정치·경제적 여건에 따른 우선순위의 문제다.

 

분양가상한제 등 주택가격 규제 정책은 경기가 하향하면 여지없이 완화되거나 폐지되어왔다. 정책이 틀렸다기보다는 주어진 여건 상 우선순위가 바뀌어 왔던 것이다. 집권 4년차, 코로나 감염병, 유례없는 과잉 유동성 등 현시기 정책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정부는 과연 어떤 의지를 보여줄 것인지 일단은 지켜볼 일이다.

 

[프로필] 문병윤 법률사무소 수영 대표변호사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시 54회(사법연수원 44기)
• 국회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비서관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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