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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체재의(量體裁衣)] 건축물 철거 붕괴사고, 제도가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조세금융신문=문병윤 변호사)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이던 5층 높이 상가 건물이 붕괴하면서 도로를 덮쳐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는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대통령을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고, 경찰은 합동 감식반을, 국토교통부는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를 각각 구성하여 원인을 조사하는 중이다.

 

아직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각종 언론에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부실한 철거계획, 불법 재하도급, 형식적인 관리감독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뒤늦게 철거현장 붕괴사고를 막기 위한 각종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철거 공사를 둘러싼 문제점들은 긴 시간에 걸쳐 다양하게 쌓여왔기에 제도 개선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건축물 철거 붕괴사고의 역사 


광주 학동 붕괴사고 1달여 전인 2021. 4. 30.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재개발 지역에서 지상 9층 높이 건물을 철거하던 중 지상 3층이 붕괴하면서 근로자 1명이 지하층으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0. 2. 21. 부산 연제구에서는 지상 2층짜리 단독주택의 용도변경공사 중 주택이 붕괴되면서 작업하던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2019. 7. 4.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이 붕괴했다. 건물 지지대가 파손되면서 외벽 30여 톤 가량이 공사 구역 바깥쪽 도로로 쓰러지면서 도로 위에 있던 차량 4대를 덮여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7. 1. 7.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서 지상 11층 규모 숙박업소를 철거하던 중 붕괴해 근로자 2명이 사망했다. 이 건물은 안전보건공단에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규모의 건물이었으나 조건부 적격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하다가 사고를 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이 외에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철거·해체공사 중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는 총 15건인데 15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철거 현장 인명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철거 붕괴사고의 역사는 철거 공사 규제의 역사 


서울시는 2017년 낙원동 붕괴사고 이후 조례를 개정해 지상 5층, 지하 2층 이상 건축물을 철거할 경우에는 철거 안전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그럼에도 2019년 잠원동 사고가 또 발생하자 이를 전체 건물로 확대했다.

 

기존 철거업체 주도로 작성되던 해체계획서를 전문기술자가 직접 작성한 후 서명까지 하도록 책임을 강화하고,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관리 매뉴얼도 작성하여 일선에 배포했다. 국토교통부는 2020. 5. 1. 건축물 철거·해체와 관련된 내용을 별도로 정하는 건축물관리법을 제정했다.

 

동법에 따르면 연면적 500제곱미터 이상, 높이 12미터 이상, 지상층과 지하층을 포함하여 4개 층 이상인 건축물을 철거하려면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건축법상 신고제에 허가제를 도입한 것이다. 


또한 ① 해체공사 수행자 및 공정 등 해체공사의 개요, ② 해체공사 작업순서, 해체공법 및 구조안전계획, ③ 화재방지, 공해방지, 교통안전, 안전통로 확보 및 낙하방지 등 안전관리대책, ④ 해체물의 처리계획, ⑤ 해체공사 후 부지정리 및 인근 환경의 보수 또는 보상 등에 관한 사항 등이 담긴 해체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체계획서는 건축사법에 따라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한 자(건축사), 기술사법에 따라 기술사사무소를 개설등록한 자(기술사), 안전진단전문기관 등으로부터 검토를 받은 후 허가권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검토를 의뢰할 수 있는 기술사는 기술사법 시행령에 따른 건축구조, 건축시공 또는 건설안전으로 직무범위를 등록한 기술사라야 한다.

 

허가권자는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하여 점검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현장점검을 실시할 수 있고, 감리자격이 있는 자를 해체공사감리자로 지정하여 감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기존 건축 공사에 한해 적용되던 감리제도를 해체·철거 공사에도 도입한 것이다. 


이처럼 철거 공사 관련 법령은 붕괴 사고와 인명 사고가 빈발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광주 학동 붕괴 사고가 발생할 당시에도 해체 공사 허가제, 해체계획서 작성 및 검토 의무, 재하도급 금지, 허가권자의 감독 의무 등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제도개선은 실효성이 중요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제도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건축사·기술사 등 전문가가 해체계획서를 검토하는 데에서 나아가 직접 작성하도록 하고, ② 해체공사장에 CCTV를 설치하여 현장을 녹화한 후 제출하도록 하며, ③ 허가권자의 현장점검을 재량이 아닌 의무로 바꾸고, ④ 해체공사감리자를 상주시키고 업무소홀을 처벌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도 해체계획서는 건축사·기술사 등 전문가가 검토하게 되어 있고, 누가 검토하였는지 확인되는데 직접 작성과 검토가 어떤 차이를 보일지 의문이다. 게다가 철거계획서대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대책이 되기 어렵다.  

 

현행 국토부 고시에 따르더라도 감리자는 공사과정, 공법, 특기사항 등을 사진 또는 비디오카메라 등으로 촬영하여 정리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규정부터 준수하는 게 순서다. 나아가 CCTV는 철거 현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과연 철거 현장에 그러한 장소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허가권자에게 현장점검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은 행정청의 의무를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법률로써 행정청에게 의무이행을 강제한다는 것도 의아하지만, 선언적인 규정이 되지 않으려면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규정이 있어야 할 텐데 가능할지 의문이다. 


상주감리제도 도입은 건축 공사와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해체·철거 공사의 범위와 사고 등에 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추정할 수밖에 없지만, 해체·철거 공사보다 건축 공사 현장에서 인명사고 발생 비율이 더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건축법령이 상주감리를 의무화하는 기준인 ① 바닥면적 합계 5,000 제곱미터 이상, ② 지하층을 포함하여 연속된 5개 층 이상으로서 바닥면적 합계가 3,000 제곱미터 이상, ③ 아파트, 또는 ④ 준다중이용 건축물 등의 기준과 형평에 맞아야 할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무작정 형사처벌 규정을 도입하거나, 형량을 높이는 것이다. 


형사처벌은 기본권 침해 정도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법률로써 정해야 하며, 필요최소한 범위로 제한되어야 한다. ‘해체계획서 또는 안전관리대책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과연 ‘성실하게’가 어떤 의미인지, ‘이행하지 아니한 자’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문언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법률 만능주의는 탈피해야


철거 현장 인명사고를 예방하려는 의도는 아무리 과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모든 것을 법률로써 강제하고 처벌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법률 만능주의는 피해야 한다. 더욱이 광주 학동 사고의 경우 아직 조사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사고원인과 관련된 현 제도가 무엇인지, 이미 제도가 존재함에도 효과가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원인보다 앞서 답이 나온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프로필] 문병윤 법률사무소 수영 대표변호사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시 54회(사법연수원 44기)
• 국회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비서관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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