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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체재의(量體裁衣)] 데이터산업법 제정, 정보주체의 권리는 여전히 공백이다

 

 

(조세금융신문=문병윤 변호사) 소위 데이터기본법이라 불리는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약칭: 데이터산업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동법은 ‘데이터기본법(조승래 의원 대표발의’, ‘데이터의 이용촉진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안(허은아 의원 대표발의)’, ‘데이터 산업 진흥법(이영 의원 대표발의)’ 등 3개 법안을 종합하여 위원회 대안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대안이 밝히고 있듯이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의 핵심이자 원유로써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개인정보 유무와 직결되어 있어 데이터의 활용과 국민의 재산권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는 항상 남아 있다.

 

데이터에 대한 권리 VS 개인정보 주체의 권리

 

데이터 경제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쟁점은 과연 누구를 데이터의 권리자로 인정해 줄 것이냐이다. 즉, 재산권의 문제인데, 헌법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떠한 권리가 재산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재산권의 기본은 ‘소유권’인데 우리 민법은 소유권에 관하여 ‘소유자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그 소유물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이때 소유물이란 ‘물건’을 객체로 하는데 민법상 물건이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 물건의 종류는 부동산과 동산 두 종류이다.

 

그런데 데이터는 유체물도 자연력도 모두 아니다. 따라서 데이터에 대해서는 ‘소유권’이라는 개념을 설정할 수 없다. 관련 부처도 데이터의 개념과 그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소유권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법무부)거나 데이터는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사용자에 대한 배제성도 없으므로 데이터에 대한 점유권을 인정하기 어렵고 점유를 전제로 한 유치권, 질권 등을 인정하기도 곤란하다(법원행정처)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데이터에 대한 권리는 민법이 아닌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로서 인정받아왔다.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데이터베이스라고 한다.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하거나 그 소재를 갱신·검증·보충하는데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자를 데이터베이스제작자라고 한다. 데이터베이스제작자는 데이터베이스에 관하여 복제·배포·방송·전송할 권리를 가진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유권, 점유권, 임차권 등과는 다른 권리체계로 구성되는 셈이고, 그 권리체계에서 개인정보 주체의 재산상 권리는 달리 인정되지 못한다(개인정보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 및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별론이다).

 

데이터산업법에 따른 권리체계

 

데이터산업법도 이러한 개인정보주체의 재산상 권리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동법은 ‘데이터생산자’, ‘데이터산업’, ‘데이터사업자’ 등을 구별한다.

 

① 데이터의 생성·가공·제작 등과 관련된 경제활동을 하는 자를 ‘데이터생산자’,

②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하여 데이터의 생산·유통·거래·활용 등과 관련된 행위와 이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데이터산업’,

③ 데이터산업을 영위하는 자를 ‘데이터사업자’라 한다.

 

즉, 데이터 생산 단계와 유통·거래·활용 단계를 구분하여 전자는 데이터생산자, 후자는 데이터사업자로 각각 구분하는 모양새다.

 

한편, 동법은 데이터자산을 데이터생산자의 권리로만 제한하였다. 데이터자산이란 데이터생산자가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생산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데이터라고 규정한 것이다. 결국 데이터산업법이 제정되었지만 데이터사업자 또는 데이터의 소재가 된 개인정보의 주체의 재산상 권리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게 되었다. 데이터사업자는 유통 또는 거래 수수료라도 받을 수 있겠지만 개인정보주체는 그야말로 ‘원유’만 제공하는 결과로서 과거 저작권법에서 논의되던 쟁점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개인정보주체의 재산상 권리 보장

 

데이터산업법은 개인정보와 데이터의 특수한 관계를 여전히 조화시키지 못했다. 지금까지 데이터와 관련해 산업 측면에서 접근한 법률은 없었고 개인정보 보호법 차원에서 산업까지 포괄하는 데에 여러 한계가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데이터산업법은 데이터 경제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는 제도로써 첫 걸음을 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동법은 개인정보주체의 재산상 권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데이터사업자 권리의 구체적 근거는 무엇인지, 개인정보주체의 권리를 어느 단계까지 귀속시킬 것인지(개인정보는 1차 생산, 2차 가공 또는 가명처리, 재가공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얼마든지 가공될 수 있다)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보호법이든 데이터산업법이든 개인정보주체의 재산상 권리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산업법 논의 과정을 보면 개인정보와 관련된 내용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규율하고 개인정보 보호위원회가 관할하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기본법안 등에서 논의되었던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등이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으로 정리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정보주체의 재산권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그 근거를 만들고 데이터산업법이 원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데이터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권리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되고 그 안에서 모든 권리자가 정당한 이익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처럼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담보되어야 시스템에 참여할 동기와 유인이 발생하고 시스템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다. 데이터산업법은 아직 시행 전이지만 하루빨리 데이터 경제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개정안을 기대한다.

 

 

[프로필] 문병윤 법률사무소 수영 대표변호사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시 54회(사법연수원 44기)
• 국회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비서관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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