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체재의(量體裁衣)’란 일을 실제 상황이나 형편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입니다. 평소 법률과 정책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후에 그에 맞도록 만들어지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문병윤 변호사의 주장이 담긴 연재물이다. |
(조세금융신문=문병윤 변호사)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정책을 두고 설왕설래가 난무한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국회의원은 부동산정책이 주택가격을 상승시켰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구로구 주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린 대통령의 아들도 그 수혜자이며, 그가 실거주하지 않았다면 투기를 위한 보유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오히려 곽상도 의원이 보유한 송파구 아파트의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면서 곽 의원 역시 높은 시세차익을 누릴 수혜자라며 반박했고, 이에 곽 의원은 정부가 실패한 정책으로 아파트 가격을 올려놓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니 기가 찬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 정부 부동산정책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기 때문에 접어두더라도 두 국회의원의 설전은 큰 시사점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부동산 투기의 쟁점을 잘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가만히 살고 있는데 정부가 주택 가격을 높여 놓았다’는 곽의원의 지적은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라는 부동산 양도소득세 및 재산세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정확히 짚고 있다.
투기억제수단으로서 양도소득세 도입
부동산 불로소득과의 전쟁은 박정희 정부로부터 시작된다.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은 원조 8억달러, 차관 5억달러 이상을 도입하여 연평균 경제성장률 7.9%, 연평균 수출증가율 43.6% 등을 목표로 시행되었다.
그 결과 시중에 유동성이 확대되고 투기수요가 토지로 몰리면서 지가가 급등하게 되었다. 정부는 1967년 11월에 부동산 양도차익을 과세대상으로 삼은 최초 입법인 ‘부동산투기억제에 관한 특별조치세법’을 만들었다.
개인과 법인이 토지를 매도하고 얻은 양도차익의 50%를 투기억제세라는 취지로 과세했다. 기본 취지는 경기확장에 따른 불로소득인 양도차익에 과세하고, 수익성을 떨어뜨 림으로써 투기수요를 막자는 것이었다.
특별조치세는 1974년에 양도소득세라는 세목으로 ‘소득세법’에 흡수됐다. 신설된 양도소득세는 투기억제라는 취지에 따라 기존 부동산소득세보다 세율을 높이고, 적용지역도 전국을 대상으로 했다. 특기할 점은 토지뿐만 아니라 건물에도 적용되었다는 사실인데, 이로써 주택에 대한 양도차익에도 과세가 시작되었다.
다만, 1가구 1주택은 양도소득세를 면제하였고, 취득시점과 처분시점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함으로써 최득가액과 처분가액의 격차를 줄여주었으며, 실거래가가 아닌 내무부가 고시하는 공시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조세저항을 감안한 이러한 조치로 인해 양도소득세는 결국 투기억제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인 중동국가들이 그 돈을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쏟아 붓자, 중동발 건설 특수를 타고 다시 한 번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되었다. 정부는 1978년 8월 경제부처 주도로 부동산투기를 잡고 실질과세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해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방법은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에 거래당사자와 실거래금액을 기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 안에서부터 건설부, 내무부 등이 반대했고, 결국에는 일부 투기과열지역에 대해서만 국세청이 별도로 관리하는 과세표준(내무부 고시보다 상향 조정된)을 적용하는 ‘부동산투기지역 고시제도’로 후퇴하고 말았다.
실거래가 기준 과세의 기초인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는 2006년 1월에서야 시행되었다. 시행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법원이 실거래가를 등기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반대했다.
등기부는 재산의 소유관계를 공시하는 문서일 뿐 가격과는 무관하며, 가격공시는 민법상 사적 자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논리였다. 논리 자체는 타당했지만, 법원도 건국 이래 꾸준히 사회문제가 되었던 부동산투기를 근절해야 한다는 정책방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박정희 정부에서부터 시도된 실거래가 기준 과세는 3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제도로써 안착되었다.
양도소득세의 본질은 불로소득에 대한 소득세
박정희 정부에서 모양새를 갖춘 양도소득세는 이후 부동산 경기 상황에 따라 부침을 반복해왔다. 정부는 경기가 침체될 때마다 세율을 낮추고 면세조건을 확대하면서 경기부양책으로 활용했다. 1980년대 초 경기침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학자들은 부동산정책이 오락가락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평가한다.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의지가 약해질수록 투기에 대한 기대심리는 높아지고 널리 퍼진다는 점에서 타당한 지적이다. 양도소득세가 부동산경기에 연동되어 언젠가는 완화된다는 경험은 부동산을 보유한 채 오래 버티면 결국 불로소득을 그대로 챙길 수 있다는 경험칙으로 굳어져버린 것이다.
‘거래세를 높여서 거래를 막는다’는 표현도 그러한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부동산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거래세의 일종인 양도소득세를 낮춰야 한다는 논리인데, 그 전제부터 틀렸다. 양도소득세는 소득세이지 거래세가 아니다.
그럼에도 양도소득세는 취득세, 등록세 등과 묶여서 ‘거래세’로 불리고 있다. 양도소득세를 줄여서 ‘양도세’라 칭하는 관행도 양도소득세를 오해시키는 데에 한 몫 거들고 있다. 취·등록세는 부동산을 거래했다는 사실 자체에 착안하여 부과되는 세금인 반면, 양도소득세는 양도로 인한 소득이 존재해야만 납부의무가 발생한다. 따라서 양도소득세는 모든 거래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세금은 아닌 것이다.
혹자는 양도세니 거래세니 하는 표현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소유자들이 부동산을 매도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거래가 줄어든다’는 논리과정이 생략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 논리구조에도 양도세를 거래세로 묶어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라는 양도소득세의 본질을 숨기려는 의도는 여전히 읽힌다.
따라서 양도소득세와 거래활성화 또는 경기부양을 연결시키려는 논의에는 반드시 ‘그렇다면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는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 김영삼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즐거움이 아닌) 고통이 되도록 하겠다.’ 불로소득에 대한 선전포고로서 가장 간결하고 확고한 표현이다.
[프로필] 문병윤 법률사무소 수영 대표변호사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시 54회(사법연수원 44기)
• 국회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비서관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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