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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체재의(量體裁衣)] 고액자산가 피부양자 자격 상실, 자기부담원칙에 따른 결과일 뿐

 

 

 

(조세금융신문=문병윤 변호사) 2013년 10월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은 ‘현재 건강보험 무임승차 피부양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서서 국민 10명 중 4명은 아무런 기여 없이 혜택을 보고 있는 구조인데, 향후 건보재정 건전성이 우려된다’고 밝히면서 ‘금융소득과 연금소득을 합산해 건보료를 부과하지 못함으로 인해 형평성 논란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건강보험제도는 수익자로부터 건강보험료를 걷어서 건강보험재정을 충당하고, 일부를 국가재정으로 보조하는 시스템이다. 온전히 국가재정으로 부담하는 영국 시스템과의 차이다. 즉, 우리 건강보험료 부과체제는 형평성에 입각한 자기부담원칙이 강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 있는데, 피부양자는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으면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논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른 측면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소득 없는 80세 노부모도 건보료 폭탄’, ‘소득 한 푼 없는데 260만원 건보료 폭탄’ 등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건강보험료를 과도하게 부담시킨다는 것이다.

 

건강보험료 부담 체계와 부의 재분배

 

우리나라는 1963년 「의료보험법」을 제정하면서 의료에 대한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했고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다가 1977년에서야 500명 이상 사업장에 최초로 의무 직장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었다. 이후 직장의료보험은 1979년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으로, 1988년에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되었다. 지역의료보험은 1988년 농어촌 주민부터 가입하였고, 1989년에는 도시지역 자영업자까지 포괄하면서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로 완성되었다.

 

의료보험은 재정을 축적해두었다가 의료수요가 발생하면 의료 기관에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재정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다.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고 조세 등 수입으로 충당하거나, 의료보험 가입자가 부담하는 방법 등이 있다.

 

국가 재정으로 충당할 경우 건강보험료만의 부과체계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일반 조세 부과 시스템을 따르는 셈이다. 소득세, 재산세 등은 과세표준이 늘어날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시스템이기 때문에 결국 건강보험제도로서도 부의 재분배 효과를 강하게 볼 수 있다.

 

반면, 건강보험료를 별도로 부과할 경우 조세 부과 시스템과는 다른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이때 누진율을 어떻게 할지는 국가마다 다르겠지만 우리의 경우 누진율이 없거나 고액 구간으로 갈수록 부담률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부의 재분배 효과가 떨어진다. 이를 역진성이라 한다.

 

건강보험료 부담 체계의 역진성

 

우리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소득을,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직장가입자건강보험료는 자신의 월 보수액에 보험료율(2021년 기준 6.67%)을 곱한 액수인데 이 중 절반을 사업주가 부담한다. 즉, 급여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일정한 보험료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누진 효과는 없다.

 

더욱이 직장가입자가 이자, 배당, 사업, 기타소득 등 근로소득 이외의 소득을 올리는 경우에도 근로외 소득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고, 그 결과 2012년부터는 근로외 소득이 연 72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서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건강보험체계의 역진성은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는 소득, 재산, 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즉, 소득, 재산, 자동차 등의 가액을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고 각 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를 합한 후 합산된 점수에 역시 일정액(2021년 기준 179.6원)을 곱한다. 여기서 각 등급별 점수를 통해 누진율을 설정할 수 있지만 실상은 오히려 반대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 1등급(연 500만원~600만원)과 50등급(연 1억 5000만원~1억 5800만원)의 소득 차이는 30배인데, 점수로는 1구간(380점)과 50등급(2020점)이 5.3배에 불과하다. 월보험료를 기준으로 보험료율을 산정해보면 1등급은 14.9%, 5등급은 2.8%로 오히려 저소득자에 대한 부담률이 더욱 크다.

 

재산을 기준으로 하면 역진성은 더욱 심해진다. 1등급(100만원~450만원)과 50등급(30억원 이상)의 차이는 3,000배인데 반해, 점수로는 1등급(22점)과 50등급(1,475점)이 67배에 불과하다. 월 보험료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1등급인 가입자의 보험료율은 무려 58%에 달하는 반면에 고액 재산가인 50등급의 보험료율은 3.5%에 그친다(이은경외,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의 효과 분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16년).

 

피부양자 기준 강화 노력

 

피부양자 제도 역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우리는 건강보험료를 부담할 수없거나 부담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직장가입자 피부양자제도를 두고 있다. 직장가입자 본인의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그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2010년 기준 건강보험 피부양자는 1962만 명이고, 직장가입자 1276만 명이 이를 부양하여 1인당 부양률은 1.54명이다. 이러한 수치는 독일 0.3~0.7명, 프랑스 0.56명, 일본 1.09명과 비교할 때 확연히 높다. 최신자료인 2016년을 기준으로 해도 우리나라 부양률은 1.24명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피부양자의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은 금융, 공적연금, 근로 및 기타소득 각각 4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다. 즉, 각각 4000만원 내라면 총 1억 2000만원의 소득이 있더라도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그 기준을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인 종합소득 연 3400만원으로 축소한다.

 

재산 요건도 현행 과세표준 9억원(시가 18억원 상당) 단일 기준에서 과표 9억원에 더하여 생계가능소득 유무를 추가하고, 가족 범위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피부양자 자격 상실 기준의 합리성

 

8년 전 류지영 의원의 지적은 건강보험의 형평성과 재정건전성을 위하여 피부양자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이고, 정부 역시 그에 따라 꾸준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해왔다. 더욱이 과세표준 9억원(시가 18억원 상당)이라는 재산 기준은 새롭게 추가되지도 않았고 오랜 기간 합의되었던 부담 능력판단 기준이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내지 않았던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점에만 주목하여 마치 건강보험 부과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현행 과세 표준만을 기준으로 하는 재산 기준은 형평성과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에 부족하고, 향후 소득기준까지 추가될 예정이다.

 

쟁점은 과세표준 9억원(시가 18억원 상당)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건강보험료를 부담할 경제력이 있느냐이고, 그 판단은 이미 오래 전에 내려진 셈이다. 다만, 자산만 있고 소득이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반론도 있겠으나 이 역시도 과세표준 9억원이라는 기준이 마련될 당시에 이미 검토되었을 것이다.

 

다시 검토한다면 현재 시가 18억원 상당의 자산가가 어느 정도의 금융, 연금, 기타 소득을 올리는지 그 평균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고액 자산가의 소득 수준을 전체적으로 파악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소득 없는 고액자산가의 진위 여부도 가리고, 앞으로 추가될 소득 기준의 타당성을 예측해볼 수 있는 자료도 획득한다면 일거양득이다.

 

 

 

[프로필] 문병윤 법률사무소 수영 대표변호사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시 54회(사법연수원 44기)
• 국회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비서관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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