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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체재의(量體裁衣)]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세금융신문=문병윤 변호사) 기업의 종사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약칭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강은미 의원이 최초 발의하고, 박주민, 이탄희, 임이자, 박범계 의원 등이 유사한 내용의 제정안을 차례로 발의하여 최종적으로는 법제사법위원회 대안으로 통과되었다. 이 법률안은 제목에서부터 크고 작은 논쟁이 많았는데, 대안조차도 공무원 처벌 조항을 삭제하면서 제1조에는 여전히 공무원 처벌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남아 있는 등 허겁지겁 처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심지어 강은미 의원안의 경우 총 12개 조항 중 의무규정은 2개 조항인 반면, 절반인 6개 조항이 처벌 및 제재 조항인데, 제1조(목적) 및 제12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등 형식적인 규정을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처벌규정인 법률안인 셈이다.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법치주의원칙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한다. 자유권을 침해한 살인, 상해, 감금 또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절도, 강도, 사기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국가가 임의로 금지행위를 정함으로써 오히려 국민을 탄압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형사처벌은 반드시 국민의 대표자가 제정한 법률로써만 가능하다.

 

누구든지 법률을 보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이를 위반할 경우 어떤 책임을 지는지 알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이 행한 행위가 아닌 이유로서 처벌되지 않는다. 전자를 명확성 및 유추해석 금지 원칙, 후자를 자기책임 원칙 또는 연좌제금지원칙이라고 한다.

 

또한 국민이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형사소추권을 가진 국가가 입증해야 하며, 범죄자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고의범인지 과실범인지, 그 경중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전자를 무죄추정의 원칙, 후자를 과잉금지원칙 또는 균형성의 원칙이라고 한다.

 

범죄자에게 무슨 권리인가라는 반론도 가능하겠지만, 위와 같은 형사법 원칙은 어디까지나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하여 수 백년에 걸쳐 형성되어 온 법치주의의 한 모습이다.

 

법률이 명확하지 않으면 누군가 해석해야 하고, 그 해석권을 가진 자가 유무죄를 결정할 권한을 갖게 된다.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따지지 않으면 처벌 대상을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범죄에 대한 의심만으로 비난받게 된다면 고소·고발인 또는 수사기관이 이미 유무죄를 결정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셈이 된다.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 강도가 균형을 잃고 합리적이지 못하다면 수범자인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

 

중대재해법과 법치주의

 

‘사업주와 법인·기관의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소유·운영·관리하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에서 그 종사자 또는 이용자가 생명·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입지 않도록 유해·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규정을 보고 자신이 어떤 행위를 해야 하는지, 어떤 행위는 하면 안 되는지 알 수 있을까. ‘유해’는 무엇이며, ‘위험’은 무엇인지, ‘유해·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조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유해·위험 방지의무’가 무엇인지는 1차적으로 수사기관, 2차적으로 사법부가 판단하게 될 것이며, 어떤 경우에는 의무위반이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의무를 위반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3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법인은 1억원 이상 20억원 이상의 벌금을 맞고, 영업허가 취소·최대 5년 영업정지·무기 또는 1년 이상 공계약 배제·무기 또는 1년 이상 자금 공모 금지 등을 당할 수 있다. 공무원도 책임을 진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감독 및 인·허가 등 직무를 게을리하거나 의무를 위반한 공무원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는 ‘5년 이하의 금고’,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보건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망은 ‘7년 이하의 징역’이고, 심지어 형법상 고의범인 살인도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형법상 공무원의 직무유기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이다. 중대재해법은 과실범인 업무상과실치사를 고의범인 살인죄의 수준으로 처벌하려는 것인데 과연 행위와 책임 사이의 균형을 이루었는지 의문이다.

 

심지어 중대재해법에는 직접행위자에 대한 의무 또는 처벌규정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런 법률이 만들어지면 결국 개별 사건에서 판사가 재량을 발휘하여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법의 미래

 

다행히 대안으로 제시된 중대재해법안은 의무규정을 구체화해 최소한의 명확성을 확보하고, 인과관계도 불투명한 공무원 처벌규정을 삭제했으며, 법정형의 하한을 낮추는 등 자기책임원칙 및 균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담았다.

 

그럼에도 실제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재판 과정에서 경영책임자 해당 여부, 인과관계, 피해자 측의 과실, 예측가능성, 입증책임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쟁점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첫 사건에서부터 위헌법률심판으로 갈 가능성마저도 있어 보인다.

 

유죄인정은 곧 폐업이라 볼 수 있는데 극렬히 다투지 않겠는가. 중대재해법은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써 소중한 가치가 있다. 반면, 사업주 또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교도소 수감, 사업 폐업, 막대한 부채 등 공포가 될 수 있다. 이 법이 과실범을 처벌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토록 첨예한 대립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중대재해법이 일부의 공명심 때문에 현실에 쓸모없는 법률이 되지 않도록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

 

 

[프로필] 문병윤 법률사무소 수영 대표변호사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시 54회(사법연수원 44기)
• 국회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비서관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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