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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건설사, 안전조직·연구소 등 조직 체계화

건설업계 ‘안전’ 최우선으로 강조
안전전담조직 확대…협력업체까지 관리 진행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공포 이후 1년이 지나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기업이 스스로 경영책임자를 중심으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기 위해 재정됐다. 하지만 노동자 1명 이상이 숨지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명되면 기업 대표이사도 징역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층 강화된 법과 형사처벌 등으로 일선에 있는 직원뿐 아니라 기업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편집자주>

 

중대재해법이란

 

중대재해법은 업종, 기업 규모, 작업 특성 등에 따라 기업별로 유해·위험요인이 다르므로 현장에 어떤 유해위험요인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제거, 대체, 통제하는 등 개선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통해 안전을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법은 2020년 4월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를 계기로 제정됐다.

 

중대재해법상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먼저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등이 발생했을 때를 말한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산재 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법에 규정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1년 이상의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여기서 경영책임자는 대표이사와 같이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나 안전 담당 이사 등을 가리킨다.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중대시민재해에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질병자 10명 이상 발생 등이 있다.

 

중대재해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산업군은 역시 건설사다. 실제 지난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576곳 중 약 60%(339곳)가 건설업 사업장이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200위 이내 건설사업자는 모두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둬야 한다. 또, 전담조직은 연 1회 안전보건 활동 실적 평가를 실시, 반기 1회 각 사업장의 책임자 등의 업무 수행 평가 기준을 마련해 경영책임자에게 보고했는지를 담아야 한다.

 

반기마다 안전보건 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했는지 여부를 살피며 종사자 의견을 검토·점검해 경영책임자에게 보고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연 1회 안전보건 예산을 산출하고 기획·재무 부서와 공조해 경영책임자와 안전보건 관리 업무 예산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영책임자는 분기 1회 등 일정 주기로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 방침을 수립하고 공표해 중대산업 재해를 예방해야 한다.

 

기업의 새해 화두는 ‘안전’

 

이에 따라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은 각각 지난해 말까지 안전전담조직을 확대하고, 임원급의 CSO를 선임했다. DL이앤씨는 해가 바뀌고 1일 경영위원회 직속 안전지원센터를 신설했다.

 

대형사의 경우에는 협력업체 관리까지 해야 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건설안전연구소’를 신설하고 협력업체들의 안전관리 컨설팅을 진행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장별 안전 전담자를 배치하며, 협력사의 전담자 채용 비용은 직접 부담한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안전체험학교’를 개관하고 협력업체 근로자 및 학생, 지역사회까지 체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협력사 선정 시 안전보건 평가를 하는 등 역량 있는 업체 선정에 나섰다.

 

올해 주요 대형건설사 CEO들의 신년사 모두 ‘안전’에 무게를 뒀다. 김형·정항기 대우건설 사장은 신년사에서 “안전에 대해서는 더이상 우리가 물러설 곳이 없다”라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대우건설에 안전 최우선 문화가 뿌리내려 더이상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대우건설은 2019년 발생한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에 대해 작년 9월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일부 건설사의 경우 꼼수를 쓰는 곳도 있다. 회사 책임자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경우다. 태기전 한신공영 부회장, 권민석 IS동서 사장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이어 8월 김상수 한림건설 회장, 최은상 요진건설산업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오너 경영인들이 줄줄이 대표 직함을 내려놓은 것을 두고 중대재해법을 피하려는 조치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한편, 분주한 대형사들과 달리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법 논란에서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일단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이 3년 유예돼 2024년 1월부터 처벌 대상이 된다. 그동안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실제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지켜보자는 인식이 강하다.

 

이같은 분위기에 지난달 20일 법무법인 율촌은 기업인들과 중대재해법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내용과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경수 율촌 중대재해총괄센터장은 “기업은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가 없는 지금껏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며 “처벌 범위가 어떻게 적용될지 또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영자 책임 문제나 협력업체와의 관련 설정에서 많은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강화된 법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기업 현실에 맞는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현 율촌 책임노무사는 “각 의무별 이행 방안이 빠짐없이 수립됐는지, 이행 방안의 수준은 적절한지, 이행 방안별 이행 주체와 절차가 명확히 구분됐는지, 이행 방안이 실효성 있는지 등으로 준비 상황을 체크하면 된다”며 “세부적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 체계와 시행령 내용, 고용노동부 해설서와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판례 및 노동청·검찰·경찰의 실무례를 참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법을 두고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련해 처벌보단 예방이 중점이지만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담당자가 있어도 대표이사가 책임지다 보니 법리 공방이 불가피하다”라며 “안전이 우선이지만 그 책임을 모두 한 사람에게 지게 한다는 것도 불합리해 보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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