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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유럽 관세 이야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조치에 대한 EU의 대응방식 ②

 

(조세금융신문=임현철 주EU 관세관) 이번편에서는 예고한바와 같이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 Regulation (EU) 2023/2675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22 November 2023 on the protection of the Union and its Member States from economic coercion by third countries])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최근 중국, 미국, 러시아 등 이른바, 강대국들간 대결의 강도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이러한 강대국들은 세계 경제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착안,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과 같은 군사적 수단이 아닌, 경제적인 수단을 활용해 상대방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적대적 조치를 EU에서는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이라 부르고 있다.

 

경제적 강압의 개념

 

그렇다면, EU에서 생각하는 ’경제적 강압‘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 제정을 위해 제작된 유럽의회 브리핑 자료에 보면, ’경제적 강압‘은 실제적으로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명백한 강압 형태(Explicit Coercion), 수출입 금지가 대표적이다. 둘째, 합법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를 남용 또는 악용하는 것(Disguised Coercion)이다. 대표적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위생검역 조치를 남발하거나 강화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셋째, 침묵의 강요나 보이콧의 강요(Silent Coercion or Boycott)가 있다. 정부의 압력을 받은 국영방송에서 방송을 통해 민간기업이나 민간인들에게 일정한 행동을 못 하게 간접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EU는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국가 연합체다. 따라서 다른 어떤 국가나 지역보다도, 이러한 ’경제적 강압‘의 대상이 되기 쉽다.

 

더욱이 EU의 통상정책은 개별 회원국이 아닌 EU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어, 개별 회원국에 대한 ’경제적 강압‘에 대해 EU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어왔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수출입 통제 등 제3국의 비정상적인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EU만의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며, 그 역할을 집행위원회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발언에 발맞추어, 2021년 12월 8일, EU 집행위원회는 제3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해 EU 차원의 효과적인 대응책(Framework), 즉,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 법안을 제시하였고, 이사회와 유럽의회 간 협의를 거쳐 마침내 2023년 12월 발효되었다.

 

원명칭은 위에서 보았다시피, 매우 길지만 통상 ACI(Anti-Coercion Instrument)라고 불리운다. 여기서는 경제적강압보호규칙이라고 통칭하도록 한다.

 

경제적강압보호규칙의 내용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은 총 37개 서문과 20개 조항, 그리고 2개의 부록(Annex)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 제2조 제1항은 ‘경제적 강압’이란, 제3국이 EU 또는 회원국에 의한 특정 법률의 중단, 수정 또는 채택을 방지하거나 획득하기 위해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제3국의 조치를 적용하거나 적용하겠다고 위협하는 경우, 그리하여 EU 또는 회원국의 정당한 주권적 선택(Legitimate sovereign choices)에 간섭하는 경우를 ‘경제적 강압’이라 정의하고 있다.

 

제3조는 이러한 정의를 다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제3국의 경제적 조치'는 국제법상 제3국에 귀책사유가 있는 일체의 행위 또는 부작위를 의미하며, '특정 행위'는 EU 또는 회원국, 제3국의 기관, 단체, 사무소 또는 기관의 입장 표현을 포함한 모든 법적 또는 기타 행위를 말하고, 'EU에 대한 피해'는 ‘경제적 강압’에 의해 야기된 EU 또는 회원국(EU 경제운영자 포함)에 대한 경제적 손해를 포함한 부정적 영향(Negative Impact)을 의미한다.

 

또한, '제3국'은 EU 또는 회원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 별도의 관세 영토 또는 기타 국제법의 적용을 받는 국가를 의미한다.

 

경제적강압보호규칙의 집행절차

 

EU 집행위원회는 제3국의 조치가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 제2조 제1항의 조건, 즉 국제법적으로 위법한 ‘경제적 강압’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하여 제3국의 조치를 심사한다.(제2조 제2항) 집행위원회가 제3국 조치가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 제2조 제1항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결론을 내린 경우, 그 충족 사유를 명시한 이행법령 제안서(Proposal for an Implementing Act)를 이사회에 제출한다.

 

EU 권리행사규칙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행법령이란 이행규칙(Implementing Regulation)을 의미한다. 이행법령 제안서에 대해 이사회는 가중다수결(Qualified Majority)로 찬성 여부를 결정한다.

 

경제적강압보호규칙에 규정된 대응조치

 

경제적강압보호규칙에 규정된 대응조치는 아래표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범위가 단순한 관세부과를 넘어, 은행 보험 등 금융분야까지 이르는 등, 매우 광범위할뿐 아니라, 대응조치가 국제의무 불이행에 해당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까지 두고 있어 매우 강력하다.

 

1. 최혜국 수준에서의 관세 재설정 또는 최혜국 수준을 넘어서는 관세의 부과를 포함하여 신규 또는 증가된 관세의 부과, 추가 수입 또는 수출에 대한 추가 부담금

 

2. 할당량, 수출입 면허 또는 기타 조치 등을 통한 상품 수출입 제한, 수출 통제 대상 물품에 대한 수출입 제한, 수출 통제 대상이 되는 상품에 대한 제한, 국 제 의무의 불이행에 해당할 수 있는 지불수단(Payment for Goods)에 대한 제한

 

3. 국제적 의무 불이행에 해당하는 상품 무역 제한

 

4. 공공 조달 분야의 입찰 절차에 참여할 권리 제한

 

(1) 해당 제3국의 상품, 서비스 또는 상품 또는 서비스 공급업체를 공공 조달에서 제외

 

(2) 해당 제3국의 상품, 서비스 입찰 또는 해당 제3국의 상품 또는 서비스 공급업 체입찰에 대한 점수 조정(Score Adjustment)

 

※ 점수 조정: 타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

 

5. 국제 의무 불이행에 해당하는 서비스 거래 제한

 

6. 국제적 의무의 불이행에 해당하는 외국인 직접투자 조치

 

7. 국제적 의무 불이행에 해당하는 관련 제3국 국민의 지적재산권 보호 또는 지 적재산권의 상업적 이용 제한

 

8. 국제적 의무 불이행에 해당하는 은행, 보험, 자본 시장에 대한 접근 및 기타 금융 서비스 활동 제한

 

9. 국제적 의무 불이행에 해당하는 EU 화학물질 규정 해당 상품의 EU 시장 접근 제한

 

10. 국제적 의무 불이행에 해당하는 EU 위생 및 식물 위생 규정 해당 상품의 EU 시장 접근 제한

 

경제적강압보호규칙상 대응조치의 대상

 

대응조치의 대상은 ‘경제적 강압’을 시행하고 있는 제3국 상품뿐 아니라, 자연인 또는 법인, 그리고 자연인과 법인이 제공하는 서비스, 투자도 포함된다.

 

상품의 경우, EU 권리행사규칙과 동일하게 EU 관세법(Union Customs Code)에 규정된 원산지 규정에 따른다.

 

경제적강압보호규칙의 실제 집행 가능성

 

2018년과 2020년, 2025년 세 차례에 걸쳐, 국제무대에 등장한 EU 권리행사규칙과 달리,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는 2023년 12월 발효 이후 현재까지 현실세계에서 한번도 그 힘을 보여준 적이 없다.

 

이는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가 가지고 있는 대응조치의 파괴력이 크기 때문에 이를 집행할 경우, 상대국과의 극단적 대결이라는 만일의 사태를 우려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를 통상분쟁에서 EU의 협상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EU가 남겨놓은 비장의 카드로 보는 편이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를 이해하는 데 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비장의 카드라고는 하지만, 실제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 시행여부는 국제정치상황에 따른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EU 통상정책에 대한 변화를 강요하기까지한다. 이는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가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주권적 선택(Legitimate sovereign choices)‘을 침해하는 ’경제적 강압‘ 행위로 간주될수 있고, 따라서 EU는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에 근거한 대응조치를 시행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EU에서는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 시행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EU 통상업무의 최고 책임자인 세프코비치(Sefcovic) EU 통상 집행위원도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 발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볼 때, EU에서도 당분간 통상분쟁에 대한 대응은 정치적 갈등이 덜한 EU 권리행사규칙을 이용할 것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경제적 강압‘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상대방의 국제적 지위 및 ’경제적 강압‘의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 시행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부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EU가 언제까지 자제력을 갖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국제정치상황이 날로 엄중해지고 있는 가운데 EU는 앞으로도 외부로부터 계속적인 압박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날로 강해지는 압박에 대해 EU가 자제력을 발휘해 EU 권리행사규칙로 통상문제를 풀어나갈지, 아니면,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를 활용한 적극적 공세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프로필] 임현철 관세관

•법학박사(국제법, 서울시립대) 

•제47회 행정고시

•외교통상부 2등 서기관

•관세청 국제협력과장

•국경감시과장

•김포공항세관장

•(현) EU 대표부 관세관

• 저서 : '관세를 알면 EU 시장이 보인다'(박영사)

• 논문 : EU PNR 제도 연구(박사학위 논문)

• 논문 : EU 국경제도(쉥겐 협정)의 두기둥: 통합국경관리와 프론텍스

• 논문 : EU 국경관리 제도 운용을 위한  EU의 입법적 역할 연구

• 논문 : EU 관세법 위반행위에 대한 패널티 규정 부조화(Non-Harmonisation)와 EU의 대응

• 논문 :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에 대한 EU 대응조치 연구 - EU 권리행사규칙과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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