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로이터 연합뉴스]](http://www.tfmedia.co.kr/data/photos/20250208/art_17399238865287_498437.jpg)
(조세금융신문=임현철 주EU 관세관) EU 영토지만 EU 관세법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 해외국가 및 영토(OCT: Overseas Countries and Territories)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린란드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이다.
외교, 국방분야를 제외하곤 상당한 자치를 누리고 있으며, 실제로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도 있으니, 거의 독립국가 수준이지만, 엄연히 국가원수가 덴마크 국왕인 덴마크의 영토다.
EU 기능조약(TFEU) 제20조 제1항에 보면 ‘회원국의 국적을 가진 모든 사람은 EU 시민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Citizenship of the Union is hereby established. Every person holding the nationality of a Member State shall be a citizen of the Union) 따라서 그린란드 거주민중 덴마크 국적을 가진 사람은 EU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
덴마크 영토일뿐 아니라, EU 시민권까지 가질수 있는 권한이 있으니, EU 관세법도 당연히 적용될 것이라 생각할수 있겠지만, 특이하게도 그린란드에는 EU 관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EU에는 그린란드처럼 회원국의 영토이면서도 EU 관세법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이 몇곳 있다. TFEU에서는 이를 해외국가 및 영토(OCT: Overseas Countries and Territories)라 부른다.
OCT에 대해서는 ‘임현철의 유럽 관세 이야기 제2편에서’ 잠깐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린란드 관련 뉴스에서 OCT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OCT에 대한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요청이 있어, 이번 편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어보기로 한다.
해외국가 및 영토(OCT: Overseas Countries and Territories)는 무엇?
TFEU는 제198조는 OCT를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비유럽국가 및 영토(the non-European countries and territories which have special relations with Denmark, France, the Netherlands)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가 직접 통치하는 해외영토와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의 영토이긴 하지만 자치권을 가지는 별도의 행정조직을 갖추고 있는 지역이 포함된다.
TFEU 부속서(Annex Ⅱ)에 OCT 지역이 나열되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유명해진, Greenland, New Caledonia and Dependencies, French Polynesia, French Southern and Antarctic Territories, Wallis and Futuna Islands, Aruba, Bonaire, Curaçao, Saba, Sint Eustatius, Saint Pierre and Miquelon, Saint-Barthélemy(2012년에 최외곽영토에서 해외국가 및 영토로 변경)가 바로 그것이다.
이 지역은 과거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로부터 식민지 지배를 받은 역사를 가진 곳으로 백여년 이상 동안 정치 ․ 경제적으로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와 밀접하고도 의존적인 관계를 맺어온 탓에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관세 면제 등, 상당한 혜택을 이들 지역에 부여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EU의 핵심 정책중 하나인 관세동맹의 시각에서 이러한 일부 회원국의 일방적 특혜 관세 정책은 EU 관세동맹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코자 TFEU에서 OCT 규정을 만들게 된 것이다.
OCT와 EU와의 관계를 규율하는 EU법은 크게 두 개다. 첫째는 EU의 1차적 법원인 TFEU다.
TFEU 제4편(Part 4)은 해외국가 및 영토 연합(Association of the Overseas Countries and Territories)라는 제목하에 제198조부터 제204조까지 해외국가 및 영토에 대한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의 의무를 규정해놓았다.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는 OCT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여야 하며(TFEU 제200조), 자신이 체결한 조약에 의한 여러 혜택을 OCT에도 그대로 시행하여야 한다.(TFEU 제199조 제1항)
또한, OCT 주민이 본국의 입찰, 조달에 참여할 경우, 본국 국민과 동일한 대우를 해야한다.(TFEU 제199조 제4항) 유의할 점은 TFEU 규정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EU 기능조약에서 부여하고 있는 혜택은 본국과 OCT 사이에서만 효력을 가지며 다른 회원국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TFEU도 이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편, TFEU는 이러한 특혜 조치로 인해 타 회원국이 피해를 받을 가능성에 대비, OCT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한 관세특혜조치로 타 회원국이 피해를 입게 될 경우, 피해를 입은 타 회원국이 집행위원회에 시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TFEU 제201조)
두 번째 법은 ‘그린란드와 덴마크 왕국간의 관계를 포함하여 EU와 OCT간의 관계를 규정한 결정(Council Decision (EU) 2021/1764 of 5 October 2021 on the association of the Overseas Countries and Territories with the European Union including relations between the European Union on the one hand, and Greenland and the Kingdom of Denmark on the other)’으로 OCT와 EU와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정해 놓은 EU의 2차적 법원이다.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은 총 94조에 4개의 부속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OCT에 대한 EU의 무역거래상 특혜, 원산지 검증, 각종 지원금 공여, 교육, 환경, 생태계, 재단, 기후변화, 문화, 항공 및 해상운송, 디지털, 북극문제, 지역개발, 조직범죄를 비롯한 초국경범죄, 테리리즘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 EU와 OCT간 협력을 규정해 놓고 있다.
이중 관세와 관련된 내용들을 간추려보자면, 대원칙으로 OCT와 EU간 수출입 거래에는 EU 관세법이 적용되지 않으며, Council Decision (EU) 2021/1764가 적용된다.[Council Decision (EU) 2021/1764 서문 (10)]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에 따르면, OCT가 원산지인 제품은 EU 관세영역으로 수입시 관세가 부과되지 않으며[Council Decision (EU) 2021/1764 제44조], EU 공동관세정책중 하나인 수입물품에 대한 수량제한 조치도 적용하지 않는다.[Council Decision (EU) 2021/1764 제45조 제1항]
하지만, OCT는 EU가 원산지인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수 있으며, 수량제한조치도 가능하다. 또한 EU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경제적 약자인 OCT를 배려하기 위함이다.[Council Decision (EU) 2021/1764 제46조 제1항, 제2항] 원산지 증명방식은 2020년부터 EU 공식 인증수출자 시스템인 REX 시스템이 사용된다.[Council Decision (EU) 2021/1764 제22조]
Rex 시스템은 EU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증수출자 시스템으로 EU가 체결한 FTA(한국 제외)와 일반특혜관세에서 원산지 증명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EU 관세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원산지 판정기준도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에 따르는데, EU 관세법만큼 매우 상세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OCT가 원산지인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원산지 판정을 엄격하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OCT와 EU간 무역거래를 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Council Decision (EU) 2021/1764 는 3개 부속서(부속서 Ⅱ, Ⅲ, Ⅳ)에 규정되어 있는 원산지 판정 기준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특별한 OCT: 그린란드
여러 OCT 중, 그린란드만은 여타 OCT와 달리,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에서 특별대우를 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OCT가 된 역사도 독특하다.
원래 그린란드는 덴마크 영토로 덴마크가 EC에 가입하면서 자동적으로 EC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1979년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외교 및 국방을 제외한 상당한 수준의 자치권을 인정하면서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그간 EU와의 어업갈등을 이유로 1985년 EC 탈퇴와 함께 OCT로 그 지위가 변경되었다.
특별대우란 표현에 걸맞게,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에 보면 다른 OCT와는 달리, 오직 그린란드만이 고유의 이름으로 불리며 그것도 무려 35번이나 언급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먼저, 서문 (8)에서는 ‘2015년 3월 19일 브뤼셀에서 서명한 EU와 그린란드 정부간 공동선언은 EU와 그린란드 간의 긴밀한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관계를 상기하고, 폭넓게 공유된 이해관계에 기반한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라고 규정하여 그린란드에 대한 EU의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제3조 제4항에서는 ’그린란드의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그린란드를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5조는 그린란드에 대해 특별히 노동인력의 숙련도(Skill)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그린란드에 대한 EU의 관심은 부속서Ⅰ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다. 부속서Ⅰ에 따르면 EU는 OCT에 대해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약 5억유로를 지원하도록 되어있는데, 이중, 무려 2억2천5백만 유로가 그린란드에만 배정된 금액이다.
나머지 금액도 OCT와 그린란드 모두에게 지원되기 때문에(1천3백만 유로는 제외) 실제로 그린란드에 지원되는 금액은 엄청난 수준이다.
이뿐이 아니다. EU는 그린란드가 덴마크 영토임에도 별도의 어업협정(Protocol setting out the fishing opportunities and the financial contribution provided for by the Fisheries Partnership Agreement between the European Community on the one hand, and the Government of Denmark and the Home Rule Government of Greenland, on the other hand)을 통해 그린란드에 어업수수료는 물론, 어선 등록 의무, 어획량 제한 등 여러 부대 비용을 지불하며 그린란드 수역에서 어업활동을 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왜 다른 OCT에 비해 EU의 특별대우를 받는 것일까?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희토류로 대표되는 지하자원, 북극 항로 이용 등 여러 근거들이 나오지만, Jan Kochanoowski 대학에 Magdalena Tomala 박사가 쓴 ’The European Union’s Relations with Greenland’라는 논문을 보면 그린란드의 중요성을 역사적, 정치적 배경을 바탕으로 잘 설명하고 있으니, 그린란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일독을 권한다.
Magdalena Tomala 박사는 EU가 그린란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는 EU가 가지지 못한 풍부한 지하자원이다.
두 번째는 북극에 대한 영향력 확보다. EU가 유일하게 북극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지역이 바로 덴마크령 그린란드라는 것이다. Magdalena Tomala 박사의 주장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에는 ‘북극’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제3조 제4항은 ‘북극에 대한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위치(Geostrategic Position)를 인정(Acknowledgement)한다’라고 하여, 국제정치학 용어인 ‘지정학(Geostrategy)’을 동원하는 한편, 제5조에서는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이 다루는 분야 중 하나가 ‘북극 문제’임을 명시하고, 제13조에서는 그린란드와 EU간 북극 관련 협력을 규정함으로써, EU가 그린란드를 중요시하는 이유가 북극과 관련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EU가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을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EU가 난감해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최외곽 영토(OR: Outermost Regions)
기왕 EU 영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내친김에 최외곽 영토(OR: Outermost Regions)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보자. 최외곽 영토는 OCT와는 달리 EU에서 멀리 떨어진 해외영토임에도 EU 관세법이 적용되는 지역으로, 과거 유럽의 식민지였던, 남아메리카, 카리브해 등에 위치하고 있다.
EU기능조약(TFEU) 제349조에 최외곽 영토가 나열되어 있는데, Madeira(포루트칼), Azores(포루트칼), Mount Athos(그리스), Guadeloupe(프랑스), French Guiana(프랑스), Martinique(프랑스), Réunion(프랑스), Mayotte(프랑스), Saint-Martin(프랑스), Réunion(프랑스), Canary Islands(스페인)가 그것이다.
TFEU 제355조 제1조는 동 지역이 EU 조약이 적용되는 지역이라고 규정하여 EU 영토에 속한다는 것을 명백히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EU 관세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러한 최외곽 영토를 위해 EU 관세법은 T2LF라는 별도의 내부통과운송제도를 가지고 있다.
해외집합체(Collectivité d’outre-mer)
한가지 팁을 더 드린다면 프랑스 해외영토를 의미하는 해외집합체(Overseas Collectivities, 불어: Collectivité d’outre-mer)라는 개념도 알아두면 EU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외집합체는 프랑스 주권하에 있는 해외 지역을 의미하는 프랑스 헌법상의 개념으로, 현재, French Polynesia, Wallis and Futuna Islands, Saint Pierre and Miquelon, Saint-Barthélemy, Saint-Martin 등이 있다.
이 다섯 개 지역중 Saint-Martin은 최외곽영토(OR)며 나머지 4개는 해외국가 및 영토(OCT)에 속해 있다. 해외집합체는 EU 관세법과는 관계가 없으며, 해외집합체 거주 주민의 선거권, 투표권 등 프랑스 국민으로서의 주권행사와 관계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프로필] 임현철 관세관
•제47회 행정고시
•외교통상부 2등 서기관
•관세청 국제협력과장
•국경감시과장
•김포공항세관장
•(현) EU 대표부 관세관
• 저서 : '관세를 알면 EU 시장이 보인다'(박영사)
• 논문 : EU PNR 제도 연구(박사학위 논문)
• 논문 : EU 국경제도(쉥겐 협정)의 두기둥: 통합국경관리와 프론텍스
• 논문 : EU 국경관리 제도 운용을 위한 EU의 입법적 역할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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