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현철 주EU 관세관) 전편에 약속한 것처럼 이번에는 ‘경제운영자(Economic Operator)’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EU 관세법에서 말하는 ‘경제운영자’란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EU 관세법이 적용되는 활동에 참여하는 자(Person)를 말한다.
[EU 관세법 제5조 (5)] 저자는 ‘Person’을 ‘자(者)’ 라고 번역했지만, 우리 민법상 ‘인(人)’의 개념, 즉, 자연인과 법인을 의미한다고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EU 관세법은 자연인, 법인뿐 아니라, 법인은 아니지만 EU 법이나 회원국 국내법에 따라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인(人)의 단체’(Association)도 ‘Person’에 포함시키고 있다.
정리해보면, ‘경제운영자’란 EU 관세법에 적용을 받는 사업을 영위하는 자연인과 법인, 그리고 일정조건을 갖춘 단체라고 정의할수 있겠다.
하지만, 이는 ‘경제운영자’의 정의일뿐이며, 실제로 EU 관세영역에서 EU 관세법에 적용을 받는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경제운영자등록번호(EORI: Economic Operator Registration and Identification)를 관할 세관으로부터 받는 것이다.
(제9조) 아무리 EU 관세영역내에서 EU 관세법에 적용을 받는 사업을 하는 사업가라고 주장하더라도, EORI를 갖고 있지 못하면, EU 관세법상 ‘경제운영자’가 될수 없고 당연한 결과로 EU 역내에서 수입, 수출 등 무역활동을 할수 없다.
따라서, EORI는 ‘경제운영자’로서 실질적 활동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필수 요건이다.
◇ ‘경제운영자’의 필수 요건 EORI
EORI는 어떻게 받을까?
자연인인 ‘경제운영자’의 경우, EU 관세영역에 거주지를 두고 있다면, 거주지 세관으로부터 EORI를 받는다. 한편, 법인 또는 단체의 경우, EU 관세영역에 등록사무소(Registered Office), 본사(Central Headquarters) 또는 고정사업장(PBE: Permanent Business Establishment)을 두고 있다면 그곳을 관할하는 세관에서 EORI를 받으면 된다.
고정사업장이란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적, 기술적 자원이 영구적으로 존재하고 EU 관세법이 적용되는 사업이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수행되는 고정된 사업 장소를 의미한다.
[EU 관세법 제5조 (31)] EORI를 받고자하는 자는 거주지, 본사, 등록사무소, 고정사업장 등을 관할하는 세관에 ‘경제운영자’ 이름, 주소, 주영업소 소재지, 부가가치세 확인번호(VAT Identification Numbers), 연락처, 기업활동 종류(업종), 기업설립일 등 각종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위임규칙 부속서 12-01) 이중, 부가가치세 확인번호는 없어도 된다.
통관시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모두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 확인번호가 중요하긴 하지만, 부가가치세는 EU 관세법이 아닌, EU 이사회 지침(Council Directive) 2006/112/EC 및 각 회원국 국내법에 적용을 받기 때문에 ‘EU 관세법이 적용되는 활동에 참여하는 자(Person)’에게 부여되는 EORI는 부가가치세 확인번호가 없어도 취득이 가능하다.
따라서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 A가 수출입활동은 헝가리에서 한다고 하더라도, EORI는 스웨덴 세관에 신청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A 회사의 본사가 스웨덴에 있기 때문이다. 신청을 접수한 세관은 심사를 거쳐 EORI 번호를 부여한다. EORI는 EU 국가코드에 최대 15자리의 영문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폴란드 세관에 EORI를 신청하게 되면, 폴란드 국가코드 PL과 영문알파벳과 숫자조합인 123456789ABCDE를 합쳐 PL123456789ABCDE식으로 구성된 EORI가 발급된다.(이행규칙 부속서 12-01) EORI 신청 및 발급은 모두 EORI 2(Economic Operators Registration and Identification Number 2)라 불리는 전자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언뜻 보면 복잡해보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실무에서는 통관사가 EORI 등록을 대신해주고 있어, EORI를 받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EORI는 누가 받아야 할까?
EU 관세법에서 의미하는 ‘경제운영자’가 아닌 경우, EORI가 필요없다. 대표적으로 EU 관세영역내에 설립된 외교 공관(대표적으로 대사관)은 ‘경제운영자’가 아니기 때문에 EORI가 필요없다.
국제기구나 비정부기구(NGO), 공기업의 경우도 ‘경제운영자’로서의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경우에 따라 EU 관세법 적용을 받는 ‘경제운영자’가 될수 있기 때문에 EORI가 필요할 수 있다.
EU 관세영역에 설립되지 않은 ‘경제운영자’도 EORI를 받을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한국의 A라는 기업이 자신의 제품을 EU 관세영역으로 수출한다 하더라도, 한국 기업 A는 EORI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만일 A 기업이 EU 관세영역에서 통관이나 운송 등 EU 관세법 적용을 받는 활동을 하게 된다면, EORI를 받아야 한다.(위임규칙 제5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갈수 있어, 예를 들어 설명을 해보겠다. 구체적 상황을 상정해보자. 한국의 A기업은 벨기에 소재 B라는 기업에게 제품을 수출하려 협상중이다.
협상이 거의 타결이 되었지만, 확실히 마무리가 되지 않아, 제품 선적을 늦추려고 생각중이다. 하지만, 해상운송 일정을 확인해보니 당장 선적을 하지 않으면, 선복을 구할수 없어, 협상이 마무리되어도 수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민끝에 A기업은 수입자를 본인으로 하여, 우선 제품을 벨기에로 수입한 뒤, B기업과 협상이 타결되면 바로 B기업에 제품을 인도할 생각이다.
언뜻 봤을 때, 한국기업인 A가 어떻게 EU 관세영역인 벨기에에서 수입자로 활동할 수 있는지 의아해할 수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EORI다.
만일, 한국기업 A가 EORI를 가지고 있다면, A는 벨기에에서 수입자로 자신의 제품을 한국으로부터 수입할 수 있다. 이처럼, EU 관세법은 EU 관세영역에 설립되지 않은 외국기업의 경우에도 EORI를 취득하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이 EORI를 가지고 외국기업은 EU 관세영역에서 수입통관 등 EU 관세법 적용 활동을 할 수 있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실제로 실무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앞에서 EORI 취득요건에 부가가치세 확인번호가 필수가 아니라고 설명했는데, 바로 이런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EU 관세영역에 등록된 ‘경제운영자’도 아니고, 부가가치세 확인번호도 없으니, 관세 및 부가세 납부를 비롯해 모든 절차를 혼자힘으로 해결할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EU 관세법은 이러한 도움을 주기위해 ‘간접대리인’(Indirect Representative)과 ‘재정대리인’(Fiscal Representative)이란 제도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간접대리인’과 ‘재정대리인’은 EU 관세법의 특별한 개념으로 다음편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한편, EU 관세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EORI도 필요없다.
예를 들어 EU 관세영역으로 수입통관이 완료된 제품을 EU 관세영역에서 운송하는 기업은 EORI가 필요없다. 또한 수입통관이 완료된 제품을 EU 관세영역에서 판매하는 기업도 EORI가 필요없다. 하지만, 보세운송업체의 경우, EU 관세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EORI가 필요하다.
예외적으로, EU 관세법이 적용되는 활동이라도 그 활동이 정기적이지 않고 부정기적으로 행해지고(Occasionally), 세관당국에서 이를 정당하다고(Justify) 인정하는 경우에는 EORI가 필요하지 않다. (위임규칙 제6조).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예외조항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EORI는 한 개만?
원칙상, EORI는 경제운영자당 1개만 부여되며(이행규칙 제7조), 일단 부여받은 EORI는 전체 EU 회원국에서 유효하게 사용된다. 따라서 경제운영자가 EU내에서 거주지를 옮긴다고 해도 이미 발급된 EORI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벨기에에 거주하면서 벨기에 세관으로부터 EORI를 받은 경제운영자가 프랑스로 거주지를 옮긴 경우, 프랑스 세관으로부터 다시 EORI를 받을 필요가 없으며, 벨기에 세관으로부터 받은 EORI를 계속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기업이다.
기업, 특히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모기업을 중심으로 각 나라에 지사를 두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사들이 법인격을 갖추고 있는 법인이거나 또는 EU 회원국법에 의해 정상적인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단체일 경우, EORI는 경제운영자당 1개만 부여된다는 원칙에 예외가 인정된다. 예를 들어 보자. 독일에 모회사를 둔 다국적기업 A가 있다고 하자.
이 회사 A는 폴란드, 헝가리에 각각 지사 A1, A2를 두고 있는데, 모기업 A는 EU 관세법 적용 활동을 전혀 하지 않으나, 이 두 지사는 모두 법인격을 가지고 있으며 EU 관세법 적용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경우, 모기업은 관세법 적용 활동을 하지 않으므로 EORI를 받을수 없으며, 대신, A1과 A2 지사가 폴란드, 헝가리 세관으로부터 EORI를 받을 수 있다.
만일 모기업 A가 관세법 적용 활동에 관여하여 EORI를 가지고 있다면, 이 다국적 기업은 A1과 A2 지사의 EORI와 함께 3개의 EORI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유의해야 할 것은 산하 지사들의 경우, 그 지사가 위치한 회원국의 국내법에 의해 법인 또는 법인은 아니지만 EU 법이나 EU 회원국 국내법에 따라 법률행위를 할수 있다고 인정되는 ‘인(人’)의 단체(Association)이어야만 EORI가 부여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국적 기업이라도 산하 지사가 위의 조건을 만족하지 않으면 EORI를 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 설립된 다국적 기업 F는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곳에 지사 F1, F2, F3를 두고 있다.
이중 오스트리아에 설립된 지사 F1은 오스트리아 법에 의해 법인격을 인정받고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 설립된 지사, F2, F3는 법인격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 프랑스 모기업 F와 오스트리아 지사 F1만 EORI를 받을 수 있으며 F2와 F3 지사는 모기업 F나 F1 지사의 EORI를 사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EU 관세영역에서 EU 관세법 적용을 받는 활동을 하고자 한다면, EORI 취득이 필수라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프로필] 임현철 관세관
•제47회 행정고시
•외교통상부 2등 서기관
•관세청 국제협력과장
•국경감시과장
•김포공항세관장
•(현) EU 대표부 관세관
• 저서 : '관세를 알면 EU 시장이 보인다'(박영사)
• 논문 : EU PNR 제도 연구(박사학위 논문)
• 논문 : EU 국경제도(쉥겐 협정)의 두기둥: 통합국경관리와 프론텍스
• 논문 : EU 국경관리 제도 운용을 위한 EU의 입법적 역할 연구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