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현철 주EU 관세관) 전편에 이어, EU 관세법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중 하나인 대리인 제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EU 관세법상 대리인 제도는 한국 관세법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한편, 이를 잘 활용하면, EU 통관에서 여러 이점을 누릴수 있기 때문에 EU와 무역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대리인의 종류
EU 관세법에서 규정하는 대리인의 종류는 크게 직접대리인(Direct representative)과 간접대리인(Indirect representative)이 있다. 이외에도 EU 관세법 개념은 아니지만, 수입통관시 VAT 납부와 관련하여 알아두어야 하는 개념이 있는데, 재정대리인(Fiscal Representative)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EU 관세법상 개념인 직접대리인과 간접대리인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직접대리인(Direct Representative)과 간접대리인(Indirect Representative)
EU 관세법은 대리인에 대해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EU 관세법 제18조) EU 관세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대리인을 지명할 수 있으며, 두가지 방식으로 지명된다.
첫째는 직접대리인(Direct Representative)으로 직접대리인은 위임자의 이름으로, 위임자를 위해 EU 관세법이 적용되는 법률행위를 한다.
둘째는 간접대리인(Indirect Representative)으로 대리인 자신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다.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보는 수입통관을 대리하는 관세사들이 직접대리인의 대표적 모습이다.
간접대리인와 직접대리인의 가장 큰 차이는 대리인의 책임 범위다. 직접대리인은 위임자의 이름으로 각종 법률행위를 하기 때문에 책임도 위임자가 지게 된다.
물론 직접대리인 자체의 책임이 있을 경우, 책임을 지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 화주가 제공한 자료를 그대로 세관에 제출하기 때문에 직접대리인이 세관에 대해 책임질 부분은 크지 않다.
하지만, 간접대리인은 자신의 이름으로 EU 관세법상 법률행위를 하기 때문에 책임도 간접대리인 본인이 지게 된다. 자신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하기때문에 그에 대한 모든 책임도 화주가 아닌 간접대리인이 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입신고가 잘못된 경우, 수입통관 보류, 과태료 부과 등 세관에서 부과하는 각종 처벌을 간접대리인이 지게 된다.
심한 경우, 형사책임을 질수도 있다. 이렇게 간접대리인은 무거운 책임을 가지고 있어, 실무에서 간접대리인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간접대리인이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맡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대규모 통관법인, 또는 상당한 이익이 보장되거나, 아니면 위임자와 두터운 신뢰관계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간접대리인을 하려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설사 두터운 신뢰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간접대리인은 자신이 가지는 무거운 책임을 완화하기 위해 보통, 위임자와 사전에 계약서를 작성하여, 문제 발생시 책임을 서로 나누어 가지도록 하고 있다.
대리인의 자격
대리인은 관할 세관에 자신이 위임자를 대신하여 법률행위를 하고 있음을 명시하여야 한다. 세관도 자신이 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자에게 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만일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명시하지 않거나 권한 없이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술하는 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자로 간주되어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도록 하고 있다.
대리인은 EU 관세영역에 등록해야 하며 자신이 등록한 회원국에서 대리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
다만, EU 관세법 제39조 (a)~(d)에 규정된 기준, 즉, ①신청자의 경제 활동과 관련된 심각한 범죄 기록이 없는 것을 포함하여, 관세법 및 세금 관련 법령에 대한 심각한 침해 또는 반복적인 위반이 없으며, ②적절한 세관 통제를 허용하는 상업기록 및 운송 기록 관리 시스템을 통해 기업 운영 및 물품 흐름에 대한 높은 수준의 통제를 입증하고, ③대리인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여 자신의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양호한 재정 상태를 가지고 있고, ④역량과 전문자격을 갖춘 대리인은 다른 회원국에서 대리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EU 관세법 제18조 제3항)
재정대리인(Fiscal Representative)
일반적으로, 재정대리인이란 비EU 관세영역에 설립된 기업의 EU영역내 VAT업무를 대행해주는 대리인을 의미한다고 설명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재정대리인은 다시 일반적 재정대리인(General Fiscal Representative)과 제한적 재정대리인(Limited Fiscal Representative)으로 나뉜다. 일반적 재정대리인은 EU 내부에서 회원국간 상품 이동시 발생하는 VAT를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독일기업 G가 프랑스로 상품을 수출할 때, VAT 납부문제가 발생하지만, 독일기업 G는 프랑스 VAT가 없기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대신하여 VAT 확인번호 제공 및 VAT 신고등을 책임지는 대리인이 바로 일반적 재정대리인이며 주로, 회계법인이 맡아서 한다.
한편, 제한적 재정대리인은 수입통관시 VAT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되는 제도로 바로 뒤에서 설명하는 CP 42(Customs Procedure 42)와 함께 활용되며,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CP 42(Customs Procedure 42)와 CP 40(Customs Procedure 40)
간접대리 및 제한적 재정대리(Limited Fiscal Representative)에 대해 보다 잘 알기 위해서는 CP 42(Customs Procedure 42)와 CP 40(Customs Procedure 40)이란 개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바로 간접대리와 제한적 재정대리문제가 CP 42 상황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EU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수입신고서(SAD: Single Adminstrative Documents)에 보면 50개가 넘는 기재란(Box)이 있는데 그중 37번 기재란(Box 37)에 보면 Procedure라고 제목이 붙어 있고 여기에 일정한 숫자를 쓰는데, 그 숫자가 바로 42와 40이다. 바로 이 숫자를 보고, CP 42, CP 40이라 부르는 것이다.
CP 42는 수입지에서 수입통관은 되지만, 상품이 수입지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고 제3의 회원국으로 운송되어 그 곳에서 판매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벨기에 앤트워프항으로 상품을 수입, 통관하되, 판매는 헝가리에서 하는 경우를 말한다. 한편, CP 40은 바로 수입지에서 통관되어 판매까지 되는 경우, 즉 벨기에 앤트워프항으로 상품을 수입, 통관하여 판매까지 벨기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를 뜻한다.
CP 42와 부가가치세(VAT)
수입통관지와 실재판매지가 서로 다르면, 한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VAT가 그것이다. 수입통관은 벨기에에서 했는데, 실제 판매는 헝가리에서 된다면, VAT 납부는 엄격히 말하면 헝가리에서 해야한다.
그런데, 수입통관을 하기 위해서는 통관시 관세와 VAT를 모두 납부해야하기 때문에 2중 납부의 문제가 발생할수도 있고, 차후 환급 등 복잡한 상황이 발생한다.
CP 42를 이용하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다. 수입신고서에 CP 42로 수입신고가 이루어지면,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수입통관시, VAT는 면제받고 관세만 납부하면 된다. CP 42 상황에서 VAT는 헝가리로 상품이 운송된 이후, 최종 수입자가 납부하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여러번 설명했지만, 비EU 관세영역에 설립된 기업이 EU 관세영역에서 수입통관을 하기 위해서는 EORI 번호와 VAT 등록번호가 필요한데, EORI는 있다해도 VAT는 없기 때문에 간접대리인와 재정대리인을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CP 42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CP 42(Customs Procedure 42)와 간접대리인, 제한적 재정대리인
이제 본격적으로 CP 42에서 간접대리인과 제한적 재정대리인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 예를 들어 살펴보도록 하자.
EORI 번호를 가지고 있는 한국기업 A는 헝가리에 있는 바이어 B와 수출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헝가리 바이어 B는 상품을, 우선 벨기에의 앤트워프 항으로 수입통관을 한 뒤, EU 역내 운송을 통해 헝가리에서 인도받고 싶어한다.
(DDP 조건) 한국기업 A와 신뢰를 쌓아온 벨기에 통관법인 Q는 상황을 인지하고, 간접대리를 맡기로 한다.
사전에 A와 계약을 맺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은 물론이다. 통관법인 Q는 수입신고서에 벨기에 수입자를 A로 하되 자신의 책임으로 관세를 납부하고 통관업무를 진행한다.
이제 남은 것은 VAT다. CP 42에서는 VAT 납부가 면제된다고 하지만, 무턱대고 그냥 면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통관법인 Q가 제한적 재정대리인(Limited Fiscal Representative)의 자격으로, 수입신고서 44번 기재란(Box 44)에 헝가리 바이어 B의 VAT 등록번호를 기입하고, 앤트워프 세관으로부터 VAT를 면제받는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
결국, 통관법인 Q는 간접대리인과 동시에 제한적 재정대리인의 자격으로 A기업을 위해 앤트워프에서 수입통관을 완료, DDP 조건에 따라 상품을 헝가리로 운송하고, 헝가리 바이어 B가 상품을 인수하게 된다.
이후, 통관법인 Q와 헝가리 바이어 B는 EU 국가간 상품 무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통계를 생성하는 Instrastat에 거래정보를 입력하게 되고, 헝가리 바이어 B의 VAT 납부로 모든 업무가 종료된다.
이처럼 한국기업 A는 비록 EU 관세영역 설립되어 있지 않아 VAT 확인번호가 없다하더라도, 간접대리와 제한적 재정대리라는 방식을 활용하여, EU와 수출입업무를 문제없이 진행할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실무에서 자주 이용되고 있어, EU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기업들은 간접대리와 재정대리 제도를 꼭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다만, CP 42는 상품의 이동을 전제조건으로 VAT를 유보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VAT 탈루문제가 발생할수 있다.
실제로 유럽회계감사원(European Court of Auditors)에서는 2011년, CP 42와 관련한 VAT 탈루에 대해 감사를 진행한 바 있으며(DOES THE CONTROL OF CUSTOMS PROCEDURE 42 PREVENT AND DETECT VAT EVASION, Special Report No. 13, 2011), 따라서 세관을 비롯한 관련기관에서 사후 통제를 강화하고 있어, CP 42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관련 세관절차를 철저히 준수할 필요가 있다.
한편, CP 40의 경우, 수입지에서 통관과 상품판매가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세와 VAT를 모두 납부하여야 한다. 유의할 것은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경우, CP 40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기업의 재정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VAT를 수입통관시 바로 납부하지 않고, 분기별, 월별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벨기에는 ‘ET 14000 License’라고 부르고, 네덜란드에서는 ‘Article 23 License“라고 한다. 기업의 재정 부담을 줄여주는 혜택이기 때문에 벨기에나 네덜란드에서 수출입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프로필] 임현철 관세관
•제47회 행정고시
•외교통상부 2등 서기관
•관세청 국제협력과장
•국경감시과장
•김포공항세관장
•(현) EU 대표부 관세관
• 저서 : '관세를 알면 EU 시장이 보인다'(박영사)
• 논문 : EU PNR 제도 연구(박사학위 논문)
• 논문 : EU 국경제도(쉥겐 협정)의 두기둥: 통합국경관리와 프론텍스
• 논문 : EU 국경관리 제도 운용을 위한 EU의 입법적 역할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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