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로 지금껏 가장 낮은 0.0%를 기록했다. 소수점 자릿수를 늘려보면 -0.038%로 첫 마이너스를 찍었다.
지난해와 달리 양호한 기상여건 덕에 농·축·수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국제유가도 내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은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 상황이 2∼3개월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통계청은 3일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통해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4.81(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104.85) 대비 0.0% 상승률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상승률이다. 종전 최저치는 1999년 2월의 0.2%였다.
옛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은 1965년부터 전도시 소비자물가지수를 작성했으며, 전년 대비 상승률은 1966년부터 집계됐다.
소수점 세자릿수까지 따지면 지난해 동월보다 0.038% 하락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공식적인 물가상승률은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한다"면서도 "지수상으로는 마이너스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물가 상승률은 1월 0.8%를 기록한 이후 연속해 1%를 밑돌다가 이번에 0.0%로 주저앉았다.
물가상승률이 이같이 연속 0%대를 기록한 것은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통계청은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과 석유류 가격 안정세가 0.0%대 물가 상승률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기상여건이 양호한 가운데 농산물 생산량이 늘어나 농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11.4% 낮아졌고, 전체 물가를 0.53%포인트 끌어내렸다.
축산물 가격은 2.4%, 수산물은 0.9% 떨어지면서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는 7.3% 내렸다.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한시 인하 등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도 6.6% 하락했다. 이는 전체 물가를 0.30%포인트 끌어내렸다.
세부 품목별로는 휘발유 가격이 작년 8월에 비해 7.7%, 경유와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각각 4.6%, 12.0% 떨어졌다.
지출목적별로는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가 3.3% 하락했고 통신과 교통비도 각각 2.2%, 1.9% 떨어졌다. 반면 음식·숙박(1.7%)과 주택·수도·전기·연료(1.2%)는 상승했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3.9% 하락했다. 2008년 10월(-15.6%) 이후 최저 기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0.8% 상승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0.9% 올랐다.
통계청은 1년 전 수준에도 못 미치는 물가 흐름이 향후 몇개월 간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장은 "기저효과가 당분간 2∼3개월 정도는 더 유지될 것 같다"며 "연말에 기저효과가 해소될 것 같고 다시 원래 물가(상승률) 수준인 0%대 후반이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과장은 "소매판매지수, 소비자심리지수 등을 고려하면 소비가 부진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현재는 일시적·정책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이고 아직 디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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