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승훈 편집국장) 2019년 8월. 대한민국을 소용돌이치게 만든 주제를 꼽으라면 단연코 ‘경제침략’과 ‘조국’일 것이다.
일본의 관료와 정치인들의 후안무치한 언행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 속내는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22일에도 등장한다. 당일 일본 경제산업장관인 세코 히로시게는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는 평화국가를 표방하는 대국(大國)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러모로 부족한 ‘소국’ 대한민국을 어여삐 여긴 ‘대국’ 일본이 대신 관리해주겠다는 이야기다. 한반도를 침탈했던 100여년전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국내 정치권은 ‘지리멸렬’ 그 자체였다. 사실상 ‘굴복’ 이외에는 답이 없는 ‘외교적 해법’을 주장하며 정부를 공격하는 야당에 여당은 ‘친일’ 프레임으로 응수했다. 무작정 일본을 방문한 국회의원들은 문전박대를 당했고, 눈앞에서 ‘한국은 성매매국’이라는 치욕스런 이야기까지 들어야만 했다.
연관산업과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 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깊히 고민해야할 골든타임에 정치권이 벌인 일이다. 이번에도 국리민복(國利民福) 대신 당리당략에 매몰되는 작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보다 못한 국민들과 대기업들이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공급선 다변화로 호흡을 되살려 놓았더니 이번에는 곧장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검증하자며 우르르 몰려다니고 있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한 야당의원이 ‘잠재적 조세부담률’이라는 개념으로 정부의 경제운영기조를 비판했다. 오랜만에 막말 대신 통계가 등장해 반갑기까지 했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과문한 탓인지 이 지표를 실제로 발표, 활용하는 주요국가가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일단 기획재정부에 확인했다. 해당 산식(算式)이 있긴 있단다. 다만 국가재정 상황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지표라고 확언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통계자료로서의 정합성이 떨어지거나 약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당장 같은 산식으로 통계를 내보니 우리나라가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란다.
이쯤 되면 왜 이런 통계를 인용했는지가 궁금해진다.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확장재정 보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21세기 4차산업혁명시대에 아직도 고장난 축음기처럼 ‘낙수효과’를 목놓아 외치고 있다. 시대착오적 주장에 애꿎은 통계가 고생인 셈이다..
그야말로 난리법석이다. 논리나 합리 보다 의도와 조작이 만연한다. 이럴수록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실재(實在)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할 ‘혁신’이다.
정치인이든 관료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자본인 ‘사회적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특히 그토록 원하는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영속을 원한다면, 건강한 산업생태계 조성과 이해관계자들과의 공존을 위한 기업시민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우선이다. 제조업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각종 폐단을 규제하는 동시에 신산업육성을 위한 규제개선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저 먹고사는 ‘생존’만으로도 감지덕지 하던 시대는 지났다. 사람이든 시스템이든 현재를 혁신해야만 비로소 ‘가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래야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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