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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양현근 시인의 詩 감상]젖_유지소

 

_유지소

 

썩은, 썩어가는 사과가 젖을 물리고 있다
하루의 시간도 한 해의 시간도 막바지 능선을 타넘는
야산 언덕에서
썩은, 썩어가는 사과가
아직 푸른 힘줄이 꿈틀거리는 젖가슴을
반쯤 흙 속에 파묻고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사과가 다 떠난 사과나무에게
사과를 잊은 입, 잎들이 열꽃을 피우는 사과나무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병든, 병들었다고 버림받은 사과가
저를 버린 사과나무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詩 감상_양현근 시인

썩었다고 주인에게 버림받은 사과가
시린 나뭇가지 끝에서 대롱대롱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눈에는 평생을 아낌없이 내어준 늙은 나무,
삭풍에 시달리는 앙상한 나뭇가지에게
젖을 물려주는 행위로 읽혀진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냐
사랑은 이처럼 온전하게 자기를 희생하고
자기를 내어줄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사과나무 한 그루에서
이기심이나 이해타산을 벗어난 진정한 가르침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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