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속의 하루 / 김금자 온전한 일상은 동그라미 안의 스물네 개의 시점 천사백사십 개의 분점에 도달하기 위해 초침은 쉴 새 없이 째깍거리며 나의 게으름을 일깨운다. 여명이 산봉우리 타고 넘어오면 어제 벗은 삶의 굴레 대신 새 희망이 가득한 인생 옷을 입는다. 시침은 산등성이에 분침 초침을 끼우고 빛줄기 따라 일터로 향하라는 무언을 남긴다. 오늘을 쪼개어 놓은 시간대로 경작하고 남은 자투리 시간을 붙잡아 글을 쓰고, 대금 연습에 내 인생을 색칠한다. 내려놓지 못한 자존심은 무거운 짐이 되어 비틀거리게 하고 힘겨운 욕심으로 어긋난 마음 초승달은 비웃듯 훔쳐보겠지만 투명한 양질의 삶 바쁜 일상 속에 뿌듯함을 느낀 환해진 얼굴을 보름달 같은 동그라미가 반깁니다. [시인] 김금자 경기도 성남시 거주 2017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정회원 2018. 대한창작문예대학 8기 졸업 2018. 문예창작지도자자격증 취득 2018. 대한시낭송가협회 제7기 수료 및 정회원 2018. 한국문학 올해의 시인상 수상 2019. 가울문 동인지 그 외 다수 [시감상] 박영애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곗바늘과 함께 하루의 삶이 시작된다.
울어주는 꿈 / 안태현 어디 같이 울어 주는 이가 있으면 좋겠다 어디 다독여 주는 이가 있으면 좋겠다 홀로 사색에 잠겨 속으로 맘껏 우는 빈방 창으로 봄의 꽃의 향기가 솔솔 들어온다 들어오는 향마저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두툼하고 봉긋한 목련이 웃고 있었다. 곧 방안으로 들어와 그동안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애환의 그 이야기를 그냥 귓전을 맴돌다 가는 속절없는 이야기들 귀에 익지 않은 마음속에는 안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냈다 맵새의 울음이 찾아들고 비루(悲淚)를 쏟아 내는 마음속 지나가는 바람이 싣고 간다 그 눈물은 흐르다 못해 타는 가슴이 되어 뭇 사물 위에 이슬이 되고 메어 달린 윤슬은 빛 받아 떨군다 덩달아 우는 참새들의 무리와 함께 토해내는 생채기로 드넓은 세상 밖으로 흩어진다 거기에 흐르는 기억 속 내(淶)의 고요 흐름이 우뚝이 서 있었다 온갖 것을 품고는... [시인] 안태현 수원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바쁜 현대인들의 삶이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겉으로는 화려한 삶 같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면 모두가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
봄 비 / 박희자 맑은 하늘이 흩어진 구름을 돌돌 뭉쳐서 마침내 비를 내린다 허공 떠돌며 기웃거리는 미세먼지를 씻고 침묵에 잠긴 가로수 나뭇가지를 흔들며 갈라진 콘크리트 사이로 빗물을 흘러내린다 베란다 난간을 두드리며 겨우내 앉았던 검은 먼지를 밀어내고 희뿌연 유리창을 닦는다 골목을 걷다 돌아보니 길을 따라오는 빗줄기가 때 묻은 내 자국을 지우고 있었다 [시인] 박희자 부산시 사하구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부분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희외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주룩주룩 내리는 봄비와 함께 우리 사회에 소리 없이 침투한 코로나19가 깨끗이 물러가길 간절히 바란다. 비 온 뒤의 깨끗한 풍경처럼 지금의 희뿌옇고 답답함이 투명해지길 기도한다. 가장 힘든 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아픔이 아름다운 흔적이 되어 더 나은 우리의 삶이 되길 봄비에 희망을 실어 내린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위원장 (현) 시낭송 교육 지도교수 (현)
모닝 커피 한 잔 / 박영애 아침 커피 한 잔 속에 세상사 이야기 다 담아있다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 이야기보따리 풀어내고 기분에 따라 커피 향이 달라진다 누군가는 달달하며 부드럽고 또 씁쓸하고 텁텁할 수 있지만 그 한 잔 속에 삶의 희로애락 다 녹아있다 커피 한 모금으로 지난 밤사이 불편했던 마음을 마셔 버리고 또 한 모금으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마신다 진한 커피 한 잔 속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담는다. [시감상] 박영애 모든 사물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느끼는 것도 맛도 그리고 표현도 달라진다. 우리의 삶이 각양각색으로 다르듯 ‘커피’라는 같은 소재로 많은 작품이 있지만, 그럼에도 작가의 발상에 따라 저마다 다른 향기와 색깔을 가지고 있기에 맛이 다르고 느끼는 감성도 달라진다. 어쩌면 독자의 성향에 따라 또한 시향이 달라질 것이다. 오늘 아침 커피의 맛은 쓴 것보다는 달달하고, 부드럽고, 따뜻함으로 다가가 아픔을 위로하는 사랑의 맛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희망을 열어가는 시작이길 소망한다. [시인/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매화꽃 필 무렵에 / 정찬열 삭풍이 불어 나목을 뒤흔들고 따스한 햇볕 아래 잠든 개구리 몽상에 취해 눈뜰 채비에 화들짝 깨어난다. 따스한 봄바람은 봄을 재촉하는 마중물 되어 움켜쥔 뿌리로 맨몸으로 달려와 피어나려는 꽃소식에 봄맞이 전령을 시기하는 것일까 어이하여 가로막는 봄을 기다리는 매화의 꿈을 심술로 낚아채 가려는 시샘은 시린 바람 설원에 매화가 움츠린다. 개구리 실눈 뜨는 경칩도 지났는데 수은주 끌어내리는 매서운 삭풍은 깨어나지 않은 매화에 찬 서리 시샘하며 하얀 면사포를 씌운다. [시인] 정찬열 광주 거주 대한문학세게 시, 수필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정회원 저서 : 시집 / 날개 꺽인 삶의 노래, 수필 / 짓눌린 발자국 [시감상] 박영애 모든 시련과 역경을 견디고 대지의 생명이 움트는 시작을 알리는 매화꽃은 많은 작가의 시상의 매개체가 된다. 은은한 향과 너무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고고한 자태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봄의 설렘과 꿈과 희망을 선물해 주기도 한다. ‘매화꽃 필 무렵에’ 정찬열 시인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고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봄의 마중물이 되는 매화꽃처럼 희망을 선물하는
잃어버린 삶 / 손영호 밤이면 홀로 거리를 서성인다 삶을 모두 잃어버린 회고의 날들이 그리워 오늘도 거리를 걷고 있다 이것저것 모두 지천에 널리 깔려 있어도 세월로 흐트러진 그 애틋한 마음 저 하늘을 바라보는 무한 속의 생각뿐이다 바람으로 약간씩 스쳐 가는 비극의 인연도 잠시 위로의 안식처이긴 하지만 그 수 만큼 회유하면서 살아온 인연들 미련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 모든 것들 운명의 길이고 모두가 폭풍의 전야라 해도 삶의 여운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겠다. [시인] 손영호 경북 울진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분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사) 창작문학예술인협희회 회원 [시감상] 박영애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어려움이 닥칠 때가 있다. 그래도 신은 우리가 견딜 수 있는 만큼만 고통을 준다고 했다. 모든 것이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는 이겨낼 수 있고 또한 지혜롭게 잘 해결하리라 생각한다. 지금의 고통이 당장은 힘들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 더 멋진 삶을 만들어 가는데 자양분이 될 것이다. 결코 그냥 흘러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 또한 주어진 현실의 삶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겠지만. 시적 화자처럼 ‘모두가 폭풍의 전야
봄의 여울목 / 경규민 봄을 품은 대지 위에 비가 축축이 내렸다 마을 어귀 낮은 골짜기 따뜻한 햇볕이 모여 있는 곳에 버들가지가 실눈을 떴다. 대지 위에선 노란 새싹들의 옹알이가 새어 나오고 나목(裸木) 가지들도 귀 쫑긋이 세우고는 멀리서 다가오는 봄의 소리를 엿듣고 있다 얼음장 밑 졸졸 흐르는 물에선 버들치 송사리가 애써 몸을 숨기며 서서히 몸을 풀고 있다 아이들의 봄맞이 소리도 한 테 어울려 엄동설한을 이겨낸 기쁨으로 와글와글하다 봄이 점점 넓게 흩어져 내린다. [시인] 경규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정회원 한국문학 올해의 작가상 (2016.12) 이달의 시인 선정 (2016.3)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선정 (2014) 유화에 시의 영혼을 담다 공모전 당선 한 줄 시 짓기 공모전 장려상 (2016) 한국문학 올해의 우수 작품상 (2018) <저서> 제1시집 "작은 소리" 제2시집 " 아름다운 유혹" [시감상] 박영애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고, 여기저기 우울한 소식들로 가득하다. 물론 우리나라도 비껴갈 수 없지만, 힘든 시기에 새록새록 연둣빛이 올라와 그나마 희망을 얻
부산 갈매기 / 이무정 나는야 부산 갈매기 붉은 젊음을 타고 푸른 바다 위를 훨훨 날았다네 찬란한 꿈을 타고 파란 하늘을 훨훨 날았다네 나는야 부산 갈매기 이제는 늙어서 파란 창공을 훨훨 날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구나 마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청춘인데 순식간에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나는 늙어만 가니 허망하구나 아, 옛날이여 [시인] 이무정 서울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시감상] 박영애 꿈 많던 젊은 시절에는 두려울 것 없이 세상에 마음껏 도전했다. 그리고 참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돌아보니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자꾸 작아지는 모습이 허무하다. ‘청춘’ 참 아름다운 단어이다. 남은 인생의 여정 ‘청춘’ 못지않게 더 멋지게 익어가고 싶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위원장 (현) 시낭송 교육 지도교수 (현) 대한시낭송가협회 회장 (현)
봄비 내리는 날에 / 박남숙 초록 숲 달콤한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힐 때 바람처럼 서걱거리는 기억이 지난 시간을 불러들인다 힘들었던 세월을 뒤로하고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끝으로 스며들 때 그 향기 따라가신 어머니의 시간은 지금은 어디에 머무르고 계실까 촉촉이 내리는 빗방울 바라보며 그 옛날 당신의 품에 안겨 재잘거리던 순수한 아이가 되어 몰려오는 추억을 하나둘 들춰 봅니다 삼베 이불 다듬잇방망이로 꼿꼿하게 물풀 들여 당길 때 "막내가 있어 좋구나" 하시던 목소리가 빗물 되어 스며듭니다. [시인] 박남숙 구미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희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대한시낭송가협회 회원 [시감상] 박영애 파릇파릇 새싹이 올라오고 꽃망울이 여기저기 톡톡 터지는 봄! 덩달아 마음도 설레고 꿈도 피어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올봄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무겁기만 합니다. 박남숙 시인의 작품 ‘봄비 내리는 날에’를 보면서 화자의 마음처럼 지난 추억 하나씩 소환해 보기도 합니다. 참 많은 시간 속에 행복했고 즐거웠던 시간이 그리고 아팠던 시간이 모두 지난 삶에 대한 그리움으로 비가 내립니다. 그 추억이 하나하나 쌓여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고
생각 없이 살아온 나날들_김재진 저미는 어스름에 길어진 그림자가 아스라한 저물녘 차츰 움츠러드는 공허한 마음이 더는 혼자라는 삿된 생각에 휩싸여 인기척 없는 소파에 푸석하게 쓰러집니다 차라리 지평선 저 멀리 가볼 수도 있었을 텐데 한 치 앞에만 제정신 이어 옆만 슬몃슬몃 넌짓 하다가는 생각이란 것도 없이 꽤 괜찮은 날들을 허투루 보냈나 봅니다 봄여름 밤의 푸르름이 영원할 줄 알았던가 우적우적 풋풋한 시간들 거덜 내 바닥까지 탕진해버리고는 지는 낙엽이 쓸쓸히 떠나가는 줄도 모르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인생을 살아왔나 봅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몇 번의 사랑은 왜 그다지도 싶게 외면했을까요 아직도 내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남아는 있을까요 만추의 뜨락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만이 스산하게 나뒹굽니다. [시인] 김재진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사무국장 [시감상] 박영애 평범한 일상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통해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감사함 없이 지냈던 시간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행복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생각 없이 살아온 날
한 바퀴 돌아보니 _이봉우 한 바퀴 돌았다 꽃 찾아가는 나비의 팔랑이는 날갯짓으로 꽃잎 어루만지는 바람으로 설렘으로 수많은 날을 지새우고 반짝이는 불빛 아래 아픔을 감추기도 낮과 밤 사계절은 뫼비우스 띠처럼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구르고 그 동그란 띠 위에 발자국 남기며 울고 웃었다 한 바퀴 돌아보니 세상은 빛나더라 태양처럼 눈부시게 빛나더라 행복 아닌 것이 없더라 모두가 감사더라 단지 발견하지 못했을 뿐 아침에 뜨는 해는 희망의 빛이요 새들의 노랫소리는 음악이요 불어오는 바람은 천사의 손길이더라 저녁노을은 기도더라 밤하늘 별빛은 이정표 삼아 찾아갈 불빛 미워할 것 하나 없더라 손바닥을 펴니 이렇게 편안한 것을 그 손으로 미움을 잡으니 환해지더라 그 손으로 슬픔을 나누니 밝아지더라 한 바퀴 돌아보니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더라 모두가 사랑이더라 [시인] 이봉우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정회원 대한시낭가협회 제7기 시낭송가 수료 2018 순우리말 글짓기 동상 2018 올해의 시인상 2019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선정 2019 짧은 시 짓기 금상 2019 순우리말 글짓기 동상 [시감상] 박영애 어떤 인생관을 가
빨간 맛_이경애 인생의 단맛이 그때였다면 쓴맛은 지금일까... 친숙하지 않고 어색하기만 한 자연스럽게 넘어가 버린 앞자리 수 낯설기만 하다 지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고 있고 매일 반복되는 낮과 밤도 달라지는 게 없는데 내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버린 탓에 익어가는 젊음이 괜스레 침울하여 저물어가는 노을 바라보며 빨간 맛을 느낀다 [시인] 이경애 대구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대한시낭송가협회 회원 [시감상] 박영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고 있는 이 지구상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비상사태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안전하지는 않다. 소리 없이 찾아온 바이러스가 모두를 숨죽이게 하고 멈추게 하고 두려움으로 떨게 한다.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은 물론 되도록 외출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지만, 거기에 맞게 또 대응할 것이며 이겨낼 것이다. 시적 화자도 삶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숫자의 변화에 내적 변화가 일어남을 볼 수 있다. 기대감보다는 상실감이 깊어지고 왠지 자신이 젊음과 점점 멀어져 소외감을 느끼는 것을 본다. 그런데도 지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고, 밤과 낮은 자
멍 / 김희경 어디서 부딪혔는지 멍 자욱이 무릎에 피었다 꾹꾹 눌러보니 살짝 통증도 핀다 부딪힌 기억조차 없을 때는 아마도 내게 부딪힌 무언가는 아팠겠다 늘 그랬던 것 같다 무심코 던진 말이 누군가를 아프게 한 일은 한참이 지난 어느 날 후회가 피었었다 누군가 던진 말에 내가 상처받으면 늘 오래도록 멍울처럼 매달려 있었고 멍이 되도록 삼키지 못해 터진 것들은 늘 시간을 필요로 하였었다 시간이 지우는 건 색깔일지 모르나 상처는 긴 세월 상을 드리우며 괴롭히곤 했다 무심한 내게 부딪힌 무엇에게 멍을 쓰다듬으며 마음을 띄워본다 내 몸에 새겨진 자국이 너의 눈물이 아니길 너무 많이 아파하지 않길 보이고 나서야, 내가 아파져서야 헤아리게 되는 이 무지함을 정녕 용서해주길 미안하다 [시인] 김희경 부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살아가면서 무심코 한 행동이 그 누군가에는 큰 위험이 되기도 하고, 아픔이 되기도 하며 상처가 되기도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처럼 그것이 마음의 상처든 육체의 상처든 아프기는 매한가지다. ‘멍’ 작품에서 시적 화자는 어느 순간에 들었는지
갈 망 / 윤인성 어느새 만추는 맹 년을 기약하고 꼭두새벽부터 추운 겨울이 길목에 접어들 때 세차게 몰아치는 된바람은 이 몸 시리도록 꽁꽁 얼려놓는다 창가에 서서 저 멀리 강기슭 갈대숲을 넋이 나간 듯 멍하게 바라볼 때 후려치는 매서운 된바람이 갈꽃을 송두리째 족족 훑어가니 허전함은 무지하게 파고든다 어느덧 내 고된 삶도 갈꽃처럼 된 바람에 휘둘린 머리칼은 한 가닥 두 가닥 털려 버리고 도끼빗처럼 듬성듬성 비워지니 이마는 유리 광이 난다 갈대가 된바람에 호되게 얻어맞아서도 매년 봄을 손꼽아 기다리듯 반백의 서러움을 위로받고 파릇파릇한 젊은 뜰에서 새싹 틔울 날만 다시금 갈망하고 있다. [시인] 윤인성 경북 영양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좋은 시, 낭송시 선정 [시감상] 박영애 추운 겨울보다 더 추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꽁꽁 얼려버렸다. 혹여 기침하거나 열이 나고 감기 증세가 보이는듯하면 두려움에 떤다. 어느새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우리 삶의 영역을 흔들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을 흔드는 것이 바이러스뿐이겠는가? 세월을 먹으면서 주름은 늘고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가다 보면 어느 사이 멈춰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 안정순 성품은 하늘이요 은덕은 바다이신 지아비와 가녀린 어깨에 업을 지고서 곰방대에 까맣게 그을린 홀 시아버님의 사랑손님 가마솥에 떼 죽을 끓이시던 날 삭풍의 동지섣달 등거리 비져나오는 시름 뼛속 깊이 욱여넣으며 목구멍의 포도청은 타다 남은 청솔가지 쓰디쓴 눈물로 채우셨을 어머니 늦게 철든 막내둥이 장가보내고 두어 개 남은 이 활짝 웃으며 떠나가신 아버님을 따라 어언 다섯 해가 지난겨울 초입 지난밤 장독대 위 살포시 떨궈놓으신 가없는 사랑 지천명이 한참을 지난 후에야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어머니 [시인] 안정순 충남 부여 거주 현) 대한문인협회 대전충청지회 지회장 <수상> 2003년 3월 시 부분 신인문학상 2014년 올해의 시인상 2014년 순 우리말 글짓기 전국시인대회 은상 2015년 한줄시 공모전 대상 2017년 순 우리말 글짓기 전국시인대회 대상 2018년 이달의 시인 선정 <저서> ‘각시 버선코’ [시감상] 박영애 가난했던 시절 희생적인 어머니의 삶을 지천명이 되어서야 그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되는 시적 화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머니’라는 이름 앞에 수많은 희생이 담겨 있고 책임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