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연임에 성공할 경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또 다시 유예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를 두고 금융업계·개인투자자와 시민단체가 설왕설래하고 있다.
그간 금투세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펼쳐온 금융업계·개인투자자들은 이재명 후보 발언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는 금투세 시행 유예가 부자감세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0일 이재명 후보는 당 대표 출마 선언 이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금투세의 경우)근본적으로 거래세와 연동돼 있어 함부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한편으로는 (금투세 시행)시기 문제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금투세 시행 유예를 시사했다.
또 “기본적으로 (금투세는)필요한 제도라 생각하며 거래세랑 대척되기에 없애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이 악화된 주원인을 그간 정부가 제공해 (투자자들의)피해가 발생했는데 세금까지 떼는 것은 억울할 수 있기에 (금투세 관련) 시행시기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 발언 이후 금융업계 및 개인투자자들은 환영하면서도 더 나아가 금투세 폐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 도입 이후 증시가 급락했던 대만 사례를 들어 금투세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1988년 9월 대만은 이듬해인 1989년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겠다고 발표하자 이전 대비 36% 수준으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금융업계 역시 금투세 도입시 다수의 투자자들이 세금 납부를 회피하고자 단기매매 및 해외증시 쏠릴 것이라며 금투세를 한 차례 더 유예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인프라를 구축한 뒤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계·개인투자자 의견에 금융당국도 힘을 싣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투세 관련 시장전문가 등과의 간담회에서 “자본시장은 그 특성상 참여자도 많고 개별 변수예측이 어려워 금투세의 시장 전반에 대한 영향을 섬세히 고려해 제도를 설계했어야 했다”며 “금투세 폐지 이후 전면 재검토가 합당하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지만 금투세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제도 효과에 대한 세부적 분석을 통해 시행 이유를 구체적으로 다듬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는 이재명 후보의 금투세 시행 유예 발언에 대해 부자감세에 동조한 것이라며 즉각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자산불평등·양극화·저출생·고령화 등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 금융투자소득에 과세하는 금투세 시행 유예는 위기 대응 여력을 축소시킬 것”이라며 “7월말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초부자감세에 여념이 없는 상황인데 제1야당 대표 후보까지 이에 합세하는 모양새”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어 “금투세는 여야 합의를 통해 지난 202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동조해 올해말까지 유예됐다”며 “그 결과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로세우기 위한 금투세가 지속적인 폐지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연임되더라도 금투세 유예와 관련해 당 내부 구성원들의 설득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정부가 추진하는 종부세 완화와 법인세 인하 등을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당론으로 반대한 이후 현재까지 이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또한 지난 2020년 금투세 도입 당시 기획재정부가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으로 인한 납세자는 연간 15만명으로 추산됐는데 이는 전체 투자자 1400만여명 가운데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상위 1% 납세자를 위해 금투세를 유예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 대세다
금투세는 금융투자 수익이 5000만원을 초과할 시 초과수익 중 22%를, 3억원 초과 시에는 27.5%를 각각 세금으로 납부하는 제도로 오는 2025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