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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3 (금)


[전문가 칼럼]평균은 내 점수가 아니다

어느새 1년이 또 지고 새로운 1년이 또 시작됐다. 우리는 1년 더 늙었고 1년 더 은퇴에 가까워졌으며, 노후준비 기간은 1년 더 짧아졌다. 가끔씩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 혹은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랄 때도 있었지만, 시간은 누구의 손도 타지 않는다. 거실에 걸린 시계를 치워버린다고 시간이 멈추는 것도 아니고, 집안 한 가득 시계를 걸어놓는다고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평등하다. 하지만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은 대체로 불리한 조건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준비기간은 짧아지고, 노후는 점점 가까워지니 연말연초는 1년의 시간이 또 그렇게 흘러가버렸다는 안타까움의 시기이기도 하다.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안타까움은 더하다.


우리나라 중산층의 노후준비 평균점수는 62점이다. 언뜻 보면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나쁜 수준도 아니란 느낌이 든다. 평균은 많은 것을 시사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많은 것을 감추기도 한다. 시험을 본 어떤 두 학생의 성적이 각각 0점과 100점일 때 이 둘의 평균은 50점이다.


그래서 이 둘을 모르는 사람은 50점이란 평균점수를 보고 이 학생들은 문제를 반 정도 맞출 수 있는 보통 정도의 학생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한 학생은 모든 문제를 맞춘 우등생이고, 다른 학생은 문제를 다 틀린 소위 열등생이다. 평균의 함정이다.


물론 평균이 매우 유용할 때도 있다. 49점과 51점의 평균 역시 50점이다. 이 경우의 50은 두 학생의 성적을 매우 잘 대변하는 수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평균을 중심으로 이 두 학생의 성적을 판단하더라도 크게 틀리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 중산층의 노후준비와 관련된 숫자들은 대부분 우울한 것이 많다. 58.9%. 우리나라 중산층이 은퇴 후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하는 수치다. 현재 중산층 10명 중 6명 정도는 노후에 빈곤층이 된다는 의미다. 중산층의 58.9%가 자신의 노후소득이 채 100만 원도 안 될 것으로 예측한 것인데, 현재 부부기준 2인가구의 빈곤층 상단소득이 136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예상이 그대로 맞을 경우 이들은 모두 노후에 빈곤층이 되는 것이다.


46.5%는 중산층이 소위 3층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모두 갖고 있는 비율인데, 연금준비가 이처럼 부족하니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저렇게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다.


노후준비 평균점수 62점도 사실은 조심스럽게 바라봐야 한다. 비록 평균은 62점이지만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저 평균 밑에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62점이 의미하는 것은 노후에 필요한 노후자금 대비 현재 준비되고 있는 노후자금이 62% 정도 된다는 뜻이다.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노후준비를 하면 62만큼의 노후자금이 모인다는 뜻이다. 문제는 저 62점이 수 많은 사람들의 평균에 지날 뿐 내 점수가 아니란 것이다. 어떤 이는 100점 혹은 그 이상 또 어떤 이는 아예 0점이 될 수도 있다. 62점이 기준점이 될 수도 없고 목표가 될 수도 없다.


내 점수가 얼마인지 계산해내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
노후준비 점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본인의 기대수명과 노후의 예상 월생활비를 고려해 노후에 필요한 전체 노후자금의 규모를 산출한다. 기대수명을 예측할 때는 가능한 길게 잡는 것이 좋다. 혹여 짧게 잡았다가 그 이상을 살게 되면 이는 곧 노후자금의 부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위 장수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노후의 기대수명을 예상할 때는 가능한 길게 잡아서 노후자금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 물론 예상수명을 길게 잡을수록 노후자금을 준비하는데 그만큼 더 힘이 들긴 하겠지만, 짧게 잡아서 노후파산에 이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참고로 우리나라 중산층은 평균 82.2세와 234만 원을 각각 기대수명과 노후 월생활비로 예상했다. 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중산층이 평균적으로 모아야 하는 노후자금의 기대치를 계산해 보면 약 6.1억 원 정도가 된다. 60세에 은퇴해서 약 22년의 노후를 보내는데 필요한 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수 있다. 사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활비가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에 60대의 생활비와 80대의 생활비는 큰 차이가 난다. 실제 통계청 자료를 보면 60대 이후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생활비는 대략 40~50%씩 줄어든다. 즉 60대에 234만 원의 월 생활비가 필요했다면, 70대는 이보다 훨씬 적은 대략 140만 원 안팎의 돈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상 수명과 예상 생활비를 기준으로 필요한 노후자금을 산출했다면, 이제 각종 연금을 포함해 현재 본인이 하고 있는 노후준비를 은퇴시점까지 지속할 경우 모을 수 있는 실제 노후준비자금도 산출한다. 노후준비자금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은 각종 연금은 물론이고, 향후 노후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과 주택과 같은 부동산도 모두 포함될 수 있다. 특히 부동산은 최근 주택연금 등을 통해 실제 노후생활비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 노후대비용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노후에 필요한 예상 노후자금과 현재 준비되고 있는 자금의 규모를 비교해서 나온 것이 바로 본인의 노후준비 점수다. 100에 가깝다면 노후준비가 잘 되고 있는 것이고, 0에 가깝다면 지금 당장 노후준비에 나서야 한다.


자신만의 숫자를 구했다면, 그 숫자에 맞는 전략을 새로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62점이 안돼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새로이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62점을 넘어 100점에 가깝다면 이제 현재의 삶에 보다 집중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균형을 다시 조정해 보는 것도 좋다.


1년의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지만, 새로운 1년이 또 주어졌다.


[서동필 프로필]

•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 CFA(국제공인재무분석사), 금융투자분석사
• 조선일보 금융주치의, YTN, SBS ESPN 패널 출연 등
• 저서 《서드에이지 생활설계하기》, 《괜찮다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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