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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3 (금)


[전문가 칼럼] 감성이 망치는 금융투자

 

우리 인간은 ‘이성’과 ‘감성’을 지닌 존재다. 냉정한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조화로운 존재다. 그런데 꽤나 자주 이 조화가 깨지면서 가슴과 머리가 부딪히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참 다이어트 중에 맞닥뜨리게 되는 풍성하고 맛있는 음식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머리는 지금 당장 숟가락을 놓을 것을 명하지만, 가슴은 계속해서 먹을 것을 강권한다. 머리는 정보와 사고력을 바탕으로 하지만, 가슴은 경험과 본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후 준비와 같은 재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행하는 금융 투자에 있어서도 이성과 감성은 때때로 충돌해 목표달성을 방해한다.

 

뱀자국 효과와 본전생각
뱀에 물리면 아프다.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뱀에게 한 번 물린 사람은 뱀을 극도로 싫어하게 된다. 상처로 남은 ‘뱀자국’은 뱀을 영영 혐오하게 만든다. 금융투자에 있어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한번 크게 손실을 본 금융상품은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펀드든 개별주식이든 손실을 입힌 금융상품에는 다시는 투자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감성적인 혐오를 물리치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망한 상품임에도 과거 손실을 입었다고 투자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수익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손실을 본 상황은 똑같지만 반대로 너무 많은 위험을 부담하려 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본전생각’인데, 손실을 본 다음에 이를 한꺼번에 만회하려고 매우 큰 위험을 지는 경우다.


일시에 큰 금액을 벌기 위해서는 위험이 큰 상품에 무리하게 투자할 수밖에 없다. 뱀자국 효과와 달리 위험수용도가 갑자기 커진다. 결과는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위험이 큰 상품에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전생각처럼 위험감내도가 자신의 평소 성향과 달리 갑자기 커지는 경우는 또 있다. ‘도박자금 효과’란 것인데, 도박처럼 쉽게 번 돈을 투자할 때는 자신의 원래 투자성향과 달리 훨씬 더 많은 위험을 부담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경우다. 쉽게 번만큼 잃어도 괜찮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주식 등을 통해 단시간 내에 번 돈이 그 같은 효과를 발생시킨다.


뱀자국 효과든지, 본전생각 혹은 도박자금 효과든지 자신의 평소 투자성향과 크게 다른 투자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거나,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할 뿐이다.


금융상품 투자를 하다 보면 ‘친숙효과’란 것도 발견된다. 투자를 결정할 때 자신이 잘 아는 친숙한 상품에 투자하는 현상이다. 익숙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쉽고 마음도 편하기 때문이다. 해외보다 국내주식의 투자비중이 높거나, 잘 알려진 대형주의 투자비중이 높은 것이 친숙효과에 따른 영향이 다. 자신이 사는 지역 근처의 기업에 괜히 관심이 가면서 그 회사의 주식을 사려고 하는 것 역시 친숙효과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많이 사거나, 은퇴한 사람이 자기가 이전에 다녔던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 역시 모두 친숙효과의 사례다.


가계의 자산구조 속에서도 친숙효과는 발견된다. 우리나라의 가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금융상품은 5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예금이다. 비중이 조금씩 줄고는 있지만 수십 년째 변함이 없다. 최근처럼 금리가 1% 초중반까지 떨어진 상황에서도 예금 같은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크게 줄지 않았다. 예금의 높은 안정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예금이 익숙하고 예금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이 잘 모르는 상품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친숙효과는 결과적으로 금융투자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친숙한 상품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다 보면, 전체 자산의 분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특정 자산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위험이 과도하게 높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안전한 포트폴리오가 돼 자산이 성장하는데 문제가 발생한다. 잘 아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전체 자산의 조화와 균형을 항상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최근처럼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너무 예금에만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성에 기반한 투자의사 결정인지 살펴야
금융투자에 있어서는 감성보다는 이성에 따라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평소 투자의사결정을 내릴 때도 이것이 감성에 기반 한 것인지 합리적인 이성에 기반 한 것인지 냉철하게 판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노후준비를 위한 투자에 있어서도 손실을 봤다고 다시는 그 상품에 투자하지 않거나, 아니면 한꺼번에 만회하고자 위험부담이 큰 투자에 나서서는 안 된다.

 

노후준비는 그 어떤 재무목표보다도 달성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긴 호흡으로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 나가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특히, 은퇴 혹은 퇴직하면서 받게 되는 퇴직금 관리를 잘해야 한다.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한 큰돈이 한꺼번에 들어오기 때문에 도박자금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실위험이 큰 상품에 무리하게 투자 하거나, 일시에 인출해 은퇴자금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

 

서 동 필
•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 CFA(국제공인재무분석사), 금융투자분석사

• 조선일보 금융주치의, YTN, SBS ESPN 패널 출연 등

• 저서 <서드에이지 생활설계하기>, <괜찮다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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