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지난해 이후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앞으로 3∼4년 후 또는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 만찬에서 "반도체가 성장세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것도 얼마만큼 지속할지 자신할 수 없다"며 "반도체 경기가 급락하고 일부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서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의 향후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는 대처를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새로운 선도산업의 육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 같이 공감하면서도 이를 위한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는 당사자들의 이해 상충, 기존 사고방식과 관행 등에 가로막혀 그 성과가 미진한 실정"이라며 "각 경제 주체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장기적으로 그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카카오택시라든가, 카풀제라든가 특정 부문을 들어가 보면 나름대로 애로가 있을 것이고 정부가 여러 가지 결정할 때 정말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비단 특정 부문,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고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조차도 나라 전체 경제를 위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국민에게 수용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차근차근히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의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을 놓고는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이 총재는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내년에는 기업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계획"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로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경제에 대해서는 "국내 경제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체감경기와 투자 그리고 특히 고용 사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서울지역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금융 불균형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돌아봤다.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2.7%) 하향 조정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내년도 거시경제 흐름이 올해보다 크게 악화할 것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 경로에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잠재해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배경을 두고는 "금융 불균형 확대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면서도 "우리 경제가 이번 금리 인상의 영향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 불균형을 축소하는 것은 그 성과가 당장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계측하기도 쉽지 않고 우선은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통상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면서도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거시경제 안정,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책무가 상충해 올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기가 무척 어려웠다"며 "(내년 통화정책 방향은) 거시경제, 금융안정 양쪽 리스크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령화 우려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재는 "자료를 보면 볼수록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며 "세계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산업을 빨리 키워야 장기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켜봐야 할 대외리스크로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을 꼽았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도, 실물경제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미중 무역분쟁의 기저에는 경제 외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더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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