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말 8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떠난다.
그는 한은에서 43년간 근무하며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정권 교체에도 연임에 성공한 첫 한은 총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 총재의 8년 행적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와 아쉬운 점이 공존한다.
국내 최고 통화정책 전문가로서 과감한 선택을 이어온 점엔 호평이 나오면서도, 한은 내 직원들을 위한 복지 실천에는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한은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날 이 총재는 송별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소회와 당부 등을 전할 계획이다.
◇ 외유내강형 리더…금리 9번↑ 5번↓
1997년 한은에 입행한 이 총재는 이후 정책기획국장,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 부총재 등을 거친 뒤 퇴직했다. 2012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 2013년 연세대 특임교수로 활동하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총재로 임명됐다.
문재인 정권에서 연임에도 성공했는데, 한은 총재가 이같이 연임한 것은 김유택(2대)과 김성환(11대) 총재에 이어 역대 세번째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유임된 것으로는 첫 번째 사례다.
오랜시간 한은에 몸 담아온 이 총재는 지금까지 금통위 본회의에 17년간 참석한 이력이 있다.
한은 총재에 오른 뒤 그는 2014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임기 내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했고, 5차례 인상했다.
외유내강형 리더로 평가되는 이 총재는 최장수 한은 근무 경력을 살려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서 유연하고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이 총재는 평소 차분하고 말을 아끼는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청와대 또는 정부의 기준금리 관련 발언에 대해 거리낌 없이 비판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시장 참가자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순간 통화정책이 신뢰를 잃고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내부 경영평가는 아쉬워…보수‧복지‧조직문화 불만고조
다만 이 총재를 두고 호평일색 평가만 남는 것은 아니다. 이 총재가 한은 직원 대상 복지에는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한은 노조 중 65.7%가 이 총재의 경영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표출했다.
33.3%가 ‘매우 미흡’이라고 답했고, 32.4%가 ‘미흡’이라고 답했다.
또한 후임 총재에 대해서도 57.9%가 ‘외부출신을 원한다’고 답했고 26.4%는 ‘한은 출신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답변은 보수와 복지를 비롯한 전반적 조직문화에 대해 한은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한은은 조직문화 개혁을 위해 지난해 맥킨지에 의뢰해 진단을 받기도 했는데,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에서 받은 해당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조직 건강도는 100점 만점 기준 38점 수준이었다.
◇ 사상 초유 총재 공백사태에 발걸음 무거워
아직 이 총재 뒤를 이을 후임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한은 총재 공백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 간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평생 몸담은 한은을 뒤로 하고 퇴임하는 이 총재의 발걸음이 가볍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내달 1일부터 이승헌 현 부총재 대행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직도 겸임하는데, 다음달 14일 금통위 회의까지 신임 총재가 임명되지 않으면 결국 의장 직무 대행이 금통위 의장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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