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金)을 대량 매입하고 있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자산으로 선호되는 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이 10년 넘게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세계금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104.4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3년을 끝으로 금을 매입하지 않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금 보유량 순위는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중앙은행 중 32위에서 36위로 네 단계 하락했다.
실제 2011년 40톤, 2012년 30톤, 2013년 20톤의 금을 매입한 후 한국은행은 지난해까지 10년 간 금 보유량을 유지하고 있고, 전체 외화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다.
◇ 투자 실패에 신중해진 한은
한국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과거 투자 실패 이후 금 투자에 신중해졌다는 의견이 많다.
이는 김중수 전 총재 시절(2011~2013년) 한국은행이 90톤 가량의 금을 매입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유럽재정 위기로 금값이 뛰자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금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는데, 당시 금값은 온스당 1200달러에서 1900달러로 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금을 매입한 직후 금값이 떨어지면서, 고점일 때 금을 산 것에 대해 실패한 투자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이후 한국은행은 금 보유량을 10년째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금 보유량 관련 질문에 대해 ‘중앙은행 입장에서 안정적인 투자를 해야 하므로 가격이 크게 오르 내리는 금은 투자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금을 매입하지 않고 있으며 살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무수익 자산에다 되팔기도 어려워
또 한국은행이 금을 매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금이 미국 등 국채와 달리 이자가 붙지 않는 무수익 자산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게다가 당장 금값이 오르더라도 시장에 바로 내다팔기 힘든 문제도 있다.
시장에선 금이 외환보유액 중 막판에 꺼내들어야 하는 카드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어 금을 팔 경우 사정이 어려워서 파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값이 오른다고 해서 내다팔지 말지를 결정하긴 쉽지 않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은행은 단기적으로 금을 추가 매입할 계획 역시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향후 전 세계 중앙은행 중 금 보유량 순위가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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