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늘(11일) 오전 9시 올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금통위가 불안한 환율과 가계대출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서 지난해 2월 이후 12차례 연속 동결이 예상된다.
우선 기준금리를 서둘러 내리기에는 최근 수 개월간 환율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앞서 5월 중순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뛴 이후 최근까지 1,380원대 안팎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보다 환율 시장 상황이 더 나쁘다. 올해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세가 예상외로 강하고 5월 경상수지 흑자가 2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인데도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400원 근처에서 더 낮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내려 한·미 금리차가 2.0%포인트(p)에서 더 커지고 환율이 더 오르면 한은은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시 들썩이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도 한은이 인하를 머뭇거리는 이유다. 여기에서 기준금리까지 더 낮춰주면, 약 3년 전의 집값 폭등·가계대출 급증 등의 금융 불안이 재연될 위험이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6조3천억원)은 작년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누적 증가 규모(+26조5천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4천억원) 이후 3년 내 최대 기록이다.
이창용 총재도 앞서 9일 국회에 출석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연초보다 확대됐다"며 경계했다.
더구나 미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은이 앞서 금리를 내릴 이유가 거의 없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9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물가 하락세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더 나와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통화정책의 제1 목표인 국내 물가 지표는 최근 나쁘지 않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 2.4%)은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2.2%까지 떨어졌다.
아직 한은의 목표 수준(2%)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앞서 이 총재가 금리 인하 고려의 전제 조건으로 언급한 '하반기 2.3∼2.4% 흐름'에 근접한 수준이다. 앞서 5월 23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시장과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 의결문이나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질의·답변 과정에서 물가 둔화 흐름에 대한 긍정적 평가, 금리 인하 검토 등과 관련한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부터 소수의견으로서 일부 금통위원의 금리 인하 주장이 제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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