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내려온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급등했던 환율 수준은 당시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28일 홍콩에서 개최된 ‘글로벌 매크로 컨퍼런스’에서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대담하며 최근 외환시장 흐름을 진단했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까지 상승했던 배경에 대해 “지난 11월 이후 두 달간을 되돌아보면 원화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약세를 보여 의아했다”며 “1480원대 환율은 우리 역사상 높은 경상수지 흑자를 고려할 때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시장 내 수급 구조의 비대칭을 지적하며 “스와프 시장에서 달러 가격은 역사적으로 가장 낮았지만, 현물 시장에선 달러 가격이 높았는데 이런 상황은 처음 겪는 일”이라며 “수출이 잘되어 외환시장에는 달러가 많지만, 사람들이 현물 시장에 팔려고 하지 않으면서 환율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원화 약세가 실물 여건보다는 기대 심리에 의해 증폭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국제 투자자뿐 아니라 개인, 국민연금, 기관 투자자 등 국내 투자자들이 여전히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기대 심리와 싸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주요 변수로 언급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은 외환시장에서 지배적인 플레이어”라며 “투자 규모가 시장 규모에 비해 상당히 커졌고, 이로 인해 원화 가치 하락 기대가 형성돼 개인들의 해외 투자 선호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들어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에 대해서는 환율 안정 요인으로 평가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올해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했는데, 이는 적어도 200억 달러 이상의 달러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환율 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국민연금과의 ‘뉴 프레임워크’를 통해 달러 표시 채권 발행을 허용하고, 적절한 헤지 비율 결정은 3~6개월 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총재는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해 환율 수준이 변수라고 진단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1470~1480원 선에서 장기간 머무르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더 높여야 할지 모른다”면서도 “올해 물가 상승률을 2% 안팎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의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우리는 정부와 함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까지 낮추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지금처럼 대출 제한 중심 정책을 지속한다면 수도권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같은 다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성장과 관련해선 수출을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은 반도체, 방산, 자동차, 조선업 수출”이라며 “특히 반도체 산업, 인공지능(AI) 관련 수출이 상당히 강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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