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를 위해 단기 국고채를 발행하자는 주장에 대해 금융시장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9일 한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국고채는 재정자금 조달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춰 발행 규모와 만기 등이 결정돼야 하며, 특정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단기물 발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은은 단기 국고채 발행이 늘어나면 차환 발행과 물량 소화 부담이 증가해 재정 조달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 변동성이 국고채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경우 단기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양도성 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 단기금융시장의 전반적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또한 국고채 발행 한도가 제한된 상황에서 단기물 비중이 커질 경우 중장기물 공급이 줄어들어 단기 금리 상승과 장기 금리 하락을 유발,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에도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은은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정례적으로 발행되고 있는 91일물 통화안정증권 활용을 제안했다.
이번 한은의 입장은 자본시장연구원의 최근 제안과 배치된다. 자본연 김필규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일 세미나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지급 안정성과 가치 저장 기능 확보를 위해 준비자산이 필요하고, 이 역할을 정부의 단기 국고채가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선임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예금보다 수익성이 높은 단기 국채를 선호한다며 국내에서도 이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현재 만기 1년 이하의 국고채는 발행되지 않고 있고, 단기 국채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다만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테더, 서클 등 주요 발행사들이 단기 국채 시장의 핵심 수요처로 부상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발행사의 미국 단기 국채 매수 규모는 약 4000억 달러에 달해, 주요 정부기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수준에 근접했다.
국제결제은행(BIS) 분석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으로 5일간 3조5000억 달러가 유입될 경우 단기 국채 금리는 10일 이내에 0.02~0.025%p 떨어지고, 반대로 자금이 유출되면 단기국채 금리가 0.06~0.08%p 상승하는 등 유출입에 따른 단기국채 금리의 변동폭이 크고 비대칭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정책 전달 경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자본연 측은 준비자산 마련을 위한 단기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현행 국가재정법상 국채 발행 총액 기준의 국회 승인 체계도 순증액 또는 잔액 기준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통화정책의 실효성과 금융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단기 국고채 발행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관련 준비자산 구성 방식을 놓고 자본연과 한은 간의 견해 차가 뚜렷한 가운데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어떤 방향이 채택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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