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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이슈체크] 물가냐 경기냐…‘빅스텝’ 카드놓고 고민 깊어진 한은

10월 금통위서 한 번에 0.50%p 올리는 빅스텝 단행될 가능성
대외 환경 고려 시 인상기조 고수해야…경기둔화 피할 수 없어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이 예상보다 더욱 강력한 기준금리 인상책을 고수하면서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잇따라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그간 경기둔화 현상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해왔지만, 결국 지난 7월 사상 최초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0%p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연속으로 자이언트스탭(기준금리 한 번에 0.75%p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다음 달 네 번째 자이언트스탭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환율 안정, 고물가 잡기 측면에서 빅스텝을 한 번 더 단행할 경우 경기 둔화 등 부작용을 피할 수 없는 고육책이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10월과 1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단행하며 일명 ‘더블 빅스텝’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또는 10월 빅스텝 단행 후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25%p 인상)을 밟으며 지나치게 급진적인 통화정책은 피할 것이란 예상도 동시에 나온다.

 

이 같은 빅스텝 가능성은 이창용 한은 총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발언에서도 예고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수 개월간 말한 0.25%p 인상 사전예고지침(Forward Guidance)은 전제 조건이었다”며 “가장 큰 변화가 생긴 전제조건은 주요국, 특히 미국 연준의 최종 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로 기준금리가 4%대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한 달 새 기대가 바뀌면서 4%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졌다. 다음 금통위에선 전제 조건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결정할 생각”이라며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추 부총리도 지난 28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정책은 무엇보다도 물가 안정이다 모든 정책은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는 방향으로 간다”며 “중앙은행과 정부의 정책 입장(Stance)에는 일절 차이가 없다. 물가 안정이 민생 안정의 제일 첫걸음이고, 물가 안정 없는 민생 안정은 있을 수 없다”며 역시 빅스텝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집중돼있다.

 

Fed가 지난 22일 세 번째 자이언트스탭을 단행하면서 한국 기준금리보다 0.75%p 높아졌는데 앞으로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경우 원화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게 되고 수입물가를 밀어올리며 물가 상승압력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은 입장에선 현재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폭이 더 커지기 전에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무역수지를 받쳐주던 수출이 감소하면 경제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곧바로 종식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 글로벌 공급망 경색으로 인한 성장 제한도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한은이 빅스텝이라는 강력한 통화정책을 단행했을 때 국내 경제에 미칠 부작용도 있다. 고강도 기준금리 정책으로 금리를 올리면 향후 경기 둔화를 부추길 수 있고, 이는 원화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또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책을 통해 한은이 원‧달러 환율과 물가를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하며, 내년 경제 성장률은 종전(2.4%)보다 0.3%p 하향한 2.1%로 낮춰 잡았다.

 

현재 한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두 가지 가능성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한은 금통위 내용이 담김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경로를 결정함에 있어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하반기 이후 재정의 경기부양 효과가 약화되면서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가운데 높은 물가 오름세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에선 대외 환경을 고려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나, 동시에 경기 둔화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미국 연준의 연속적인 자이언트 스텝에 한은도 빅스텝 카드를 꺼내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기둔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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