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재무적투자자(FI)들과 '풋옵션(지분을 일전 가격에 되팔 권리) 갈등'으로 중재절차를 밟고 있는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역습에 나섰다.
교보생명이 해당 풋옵션 가격을 산출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고발한 것. 신 회장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FI 진영을 상대로 `반격`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교보생명은 국내에서도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의 고발 핵심은 "딜로이트안진이 풋옵션 행사 가격인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평가 기준을 지키지 않고 과도하게 높은 금액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딜로이트안진 측이 FMV를 산출하는 기준을 풋옵션 행사시점 이전의 주요보험사 주가를 토대로 산출, 실제보다 과도한 가격이 도출됐으며 이는 FI와 신회장의 갈등을 촉발시켰다는 판단이다.
교보생명 측은 "딜로이트안진이 평가 기준을 지키지 않아 결국 주주 간 분쟁이 장기화했다"며 "경영 안정성과 평판이 저하되는 등 유·무형으로 영업상 손해가 발생해 회사 차원에서 고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보생명 최대주주는 2012년 9월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재무적투자자(FI)와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FI는 풋옵션을 행사했고, 최대주주는 계약의 적법성, 유효성에 문제가 있음을 근거로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현재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서 중재 절차 중이다.
FI의 풋옵션 행사시점은 2018년 10월 23일이다. 딜로이트는 FMV를 산출하면서, 행사시점이 아닌 2018년 6월 기준 직전 1년의 피어그룹 주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간에는 삼성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주요 피어그룹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가 포함돼 있다, 딜로이트가 산출한 가격은 주당 40만9912원이다.
교보생명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딜로이트 글로벌(Deloitte Touche Tohmatsu Limited)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 준비를 마쳤고, 곧 소장을 접수할 방침이다.
FI와의 중개 결과에 따라 만약 신회장이 FI가 주장하는 가격을 모두 물어내야 한다면 신회장 입장에선 본인의 지분을 매각해 빚을 갚는 방안뿐인 상황. 2대에 걸쳐 내려온 국내 대표 '오너 보험사'였던 교보생명의 주인이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실제로 교보생명 역시 ICC가 FI들 손을 들어주고 신 회장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교보생명 지배구조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공시한 상황이다.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은 금융감독원 공시 의무에 해당된다. 이번 풋옵션 갈등과 ICC 중재 결과가 신 회장과 FI들 간 문제뿐만이 아니라 교보생명 경영 안정을 위해서도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알린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 적극 대응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FI는 재정부담에 신음하던 교보생명과 신창재 회장을 구원한 '흑기사'였지만 현재는 교보생명의 최대 리스크로 변모했다"며 "IPO의 연기,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FI와 신회장측이 생각하는 가격차로 갈등이 격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창재 회장 개인의 계약인만큼 전면에 나서는 것을 자제했던 교보생명이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경영권 및 풋옵션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치열한 물및 교섭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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