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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회장 선거]⑤ 뜬금없는 안보기부…10억 약정하는데 검토는 일주일

갑작스럽 기부 결정, 국방안보와 접점 없어
최중경 공로 크지만 비례적 운영 아직 갈 길 멀다

회계사회는 이권단체가 아니라 공익성을 인정받는 법정단체다. 회장선거를 포함, 운영 역시 공공성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런데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선거규칙을 바꾸고, 피선거권 문턱을 높이는 등 차기 회장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17일 결정될 45대 회장 선거와 관련 회계사회의 운영 실태를 진단해봤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중경 회장 집행부가 갑작스러운 거액의 안보기부를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회계사회 운영 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고, 의원 구성도 비례성에 맞게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진·산불에도 꿈쩍 않던 회계사회

안보기부에 10억 ‘턱’

 

2019년 10월 17일 회계사회는 한미동맹재단 주재하는 한미동맹의 밤 행사에 참석해 1억원의 기부금을 쾌척했다. 이날을 더해 매년 1억원씩 총 1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정까지 맺었다.

 

회계사 A씨는 “회계사회는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단체는 아니다”라며 “과거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최근 수년간 안보기부를 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재단은 한미연합사 출신 군간부들과 주한미군전우회 등 전현직 주한미군 간부들이 주요 멤버인 재단법인이다.

 

후원으로는 록히드 마틴, 한화그룹, 풍산, 동아일렉콤 등 방산업체 외 명예사단장으로 유명한 우오현 회장의 SM그룹 등 국방부와 유무형의 관계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회계사회는 국방, 안보 분야와 전혀 접점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안보기부 이전, 포항지진·강원산불 등 국가적 재난에는 기부하지 않던 회계사회였다.

 

회계사회 관계자는 “공익차원에서 안보도 중요한 부분이므로 후원을 결정했다”며 “회칙에 따라 절차를 지켜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러 공익기부 중 안보기부를 선택했는지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의결했다”고만 답했다.

 

절차를 지켰다지만, 민의를 수렴했는지는 의문이다.

 

회계사 B씨는 “안보기부는 전례 없던 일이라서 회원 사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사실상 회장 개인의 의지로 통과시킨 안”이라고 말했다.

 

최중경 회장과 이사회는 안보기부 안건을 상정 일주일여 만에 고속 통과시켰다.

 

최중경 회장이 어떤 이유로 안보기부를 결정했는지는 정확히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다.

 

다만, 차기 회장이 들어서면 어떤 형식으로든 기부약정을 끊을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동의하는 목소리가 크다.

 

회계사 C씨는 “업계 상생협력기금 예산이 연간 10원억인데, 매년 상생기금에 10%에 달하는 거금을 안보기부에 쓴다는 것은 다소 황당한 일”이라며 “차기 회장이 들어서면 이것부터 없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회계사회 다변화, 예정된 과제

 

회계사회 내부서는 운영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이러한 과단적 운영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계사 A씨는 “회계사회는 탈이 없이 잘 운영되는 편이지만, 간혹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올 때 빅4나 원로 위주의 운영이 지적되고는 한다”며 “이전에는 여러 현실을 따져서 서울에 있는 대형회계법인에 맡기고 나머지는 따라가는 방식이었지만, 통신수단이 대폭 발달하고 다변화된 요즘 같은 시대와는 좀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회계사회는 회장을 정점으로 10~15명의 이사회, 120~170명의 평의원회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서울에 있는 공인회계사회 회관에서 열리기에 지방의 인물들은 참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평의원회 구성도 중견·중소 회계법인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

 

4개 대형회계법인이 전체 회원에서 가지는 비중은 3분의 1이지만, 회원 추천으로 뽑는 평의원 의석 150석 중 40%가 대형회계법인 몫이다.

 

상대적 다수인 중소회계법인 의석은 40석 정도이며, 회원의 70%를 차지하는 청년회계사회 소속 평의원은 5명에 불과하다.

 

평의원은 최소 회원 5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평의원직을 부여받는다. 1000명의 직원을 가진 대형회계법인은 20명의 평의원을 동원할 수 있지만, 적게는 수 명에서 많아야 수십 명 규모의 중견·중소 회계법인들은 여러 회계법인이 연합해야 한 명의 평의원을 겨우 배출할 수 있다.

 

그나마도 회계법인간 이해관계 문제 때문에 ‘연합’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군소세력은 대형회계법인보다 회원 수로 보면 다수지만, 평의원, 나아가 이사회 구성에서 늘 소수에 머물렀다.

 

회계사 C씨는 “이마저도 최중경 회장 때 들어서서 완화된 것으로 이전에 중소회계법인 의석수는 훨씬 적었다”고 말했다.

 

황병찬 청년회계사회 회장은 “최중경 회장이 되고 나서야 30~40대 청년회계사회 평의원 수가 0명에서 5명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 이뤄졌다”라면서도 “그렇지만 아직 더 나아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청년회계사들은 회원 전체 인구의 70%이지만, 회원 추천을 받아 활동하는 평의원 비중은 3% 조금을 겨우 넘는 수준”이라며 “회계사회가 역동적으로 회원의 참여를 끌어내고, 공정성을 높여나가려면 비례성에 근거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사회와 평의회 의결 간 구조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사회와 평의원회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의결권을 가지지만, 안보기부 건처럼 평의원회의 의결을 모두 이사회나 회장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회계사회가 불공정하다기보다는 그간 원로 중심의 수직적 운영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회계사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 일선에서 적응을 해야 살아남는 직업이지만, 정작 회계사회 운영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사 B씨는 “회계사는 새로운 변화를 가장 빨리 수용해야 하는 업종임에도 회의 운영에 대해서는 좀 더 빨리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각 의결기관의 유권한을 인정하되 잘못된 사안에 대해서는 견제장치를 만들고, 평의원회 구성도 비례성에 근거해 더욱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처음에는 좀 힘들겠지만, 회계사회를 더욱 공정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회원들의 단합과 나아가 회계개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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