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회는 이권단체가 아니라 공익성을 인정받는 법정단체다. 회장선거를 포함, 운영 역시 공공성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런데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선거규칙을 바꾸고, 피선거권 문턱을 높이는 등 차기 회장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17일 결정될 45대 회장 선거와 관련 회계사회의 운영 실태를 진단해봤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코로나19로 6.17 회장선거가 비대면 전자투표로 진행되는 것과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칙 규정이 전자투표를 선택적, 보완적 수단으로 정하고 있어 회원의 투표 참여를 완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현 회계사회 집행부는 전자투표제 도입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최중경 회장은 취임 직후 열린 마음으로 전자투표제 도입을 약속했다.
“회계사회를 앞으로 보다 민주적으로 만들고 회원들의 민의를 적극 수렴할 계획이다. 전자투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를 비롯해 모든 방면에서 다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보겠다. 회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회장이 되겠다."(2016년 6월 22일 J조세전문지)
2016년 6월 15일 찬성파인 청년회계사회와 반대파인 회계사회 집행부가 소송전까지 가는 등 회계사회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였다.
최중경 회장은 ‘어느 정도’ 약속을 지켰다.
회계사회는 2018년 1월 2일 회장선거에 ‘전자투표제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회칙을 개정했다.
시간은 1년 반이 걸렸지만, 그의 의지가 없었다면 이루기 힘든 성과였다.
그러나 최중경 회장의 입버릇처럼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었다.
회계사회 회칙 28조와 43조는 회장선거나 회칙개정 등 총회 의결사항의 경우 거수표결을 원칙으로 하되 선출직 투표 등 개인의 인격이나 명예와 관련된 투표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자투표에 대해서는 ‘거수표결, 무기명 투표에도 불구하고 전자투표로도 의결할 수 있다’고 조문을 꾸렸다. 전자투표를 기존 방식의 보조적 수단이며 선택적 수단으로 규정한 것이다.
전자투표제 도입을 추진했던 청년회계사회의 요구와 대치되는 것이었다.
청년회계사회는 총회 의결을 총회 현장투표와 총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회원을 위해 전자투표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타 단체들, 직선제로 우향우
회계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직능 법정단체들과 대조적이다.
변호사협회는 2013년 1월 협회장 선거를 기존 대의원 간선제에서 모든 회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개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투표율을 끌어 올리는 방식으로 회칙을 개정했다.
변호사협회의 경우 2017년 2월부터 대의원 선거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2019년 2월에는 회칙을 바꾸어 협회장과 감사 선거마저 전자투표제를 적용했다.
단순히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있지만,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원칙을 실현하는 변호사들이 민주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는 이유에서다.
회계사회나 세무사회 등 다른 직능 법정단체가 직선제를 하고 있다는 것도 근거로 삼았다.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전기공사협회, 대한수의사회 등 다른 단체들이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며 하나둘 직선제로 나아가고 있다.
이 와중에 최중경 회장의 간선제 발언은 현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중경 회장은 5월 1일 전자투표제 채택을 발표하는 공고문에서 “회원 3만명 시대에 직선제는 한계”라며 “지금이 회장선거제도를 제로베이스에서 다각적으로 고민해 볼 적기”라고 말했다.
회계사 B씨는 “변호사협회도 회원 3만명이 넘었지만, 전자투표 도입 등 직선제를 확대하고 있다”며 “회장선출을 간선제로 바꾸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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