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회는 이권단체가 아니라 공익성을 인정받는 법정단체다. 회장선거를 포함, 운영 역시 공공성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런데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선거규칙을 바꾸고, 피선거권 문턱을 높이는 등 차기 회장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17일 결정될 45대 회장 선거와 관련 회계사회의 운영 실태를 진단해봤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중경 회계사회 회장이 차기 회장감에 대해 돌직구 발언을 던졌다.
“지금 시점에서는 업계에 잔뼈가 굵고 전반적인 회계업계 사정을 확실히 아는 사람이 최적의 회장감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회장으로 들어올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2020년 2월 24일 J조세전문지 보도).”
회계개혁을 위해서는 단합이 필요하고, 단합하려면 회계사회 내부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연공서열에 낀 75년생 후보
최중경 회장이 회장 후보 중 누가 외부출신이라고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외부출신으로 볼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다고 말한다.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이다.
회계사 A씨는 “김영식, 정민근, 최종만, 황인태 후보들은 모두 덕망 받는 원로들로 이전부터 후보로 지목되던 인물들이나, 채이배 전 의원은 최근에 갑자기 나타난 인물”이라고 전했다.
회계사회 회장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회계사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원로일 것, 연공서열에 부합할 것.
김영식 삼일회계법인 회장은 회계사로서 40년간 활동한 업계의 주요 인사이다.
정민근 안진회계법인 부회장,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는 현재 회계사회 부회장을 각각 역임하고 있으며, 다수의 회원들로부터 능력과 덕망을 인정받아 왔다.
황인태 중앙대 교수는 2015년 한국 회계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회계부문의 원로급 인재로 오랫동안 회계사회와 교류해왔다.
회계사회 회장은 연공서열도 철저히 지켜왔다. 신찬수 35~36대 회장은 34년생, 서태식 37~38대 회장 38년생, 권오형 39~40대 회장 47년생, 강성원 41~42대 회장 48년생, 최중경 43~44대 회장 56년생이었다.
김영식, 정민근, 최종만, 황인태 45대 회장 후보들은 모두 56~57년생이다. 누구나 쉽게 예측가능한 회계사회 ‘내부출신’ 후보라고 볼 수 있다.
채이배 전 의원은 회계사회 회장의 공식에서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인물이다.
그는 75년생으로 다른 후보들보다 무려 20년 가깝게 젊다. 회계사로서 활동한 기간도 그리 긴 편은 아니다. 회계사회 여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지만, 좋은기업지배연구소,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이력이 더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배척하기에는 다소 근거가 부족하다.
최중경 회장 본인이야말로 연공서열과 외부출신이란 한계를 딛고 회계사회 회장이 된 장본인인 탓이다.
최중경 회장은 전임 강성원 회장과는 연령차가 8년이나 된다.
그가 43대 회장 선거 당시 꺾은 인물은 이만우 고려대 교수와 민만기 성균관대 교수다. 이만우 교수는 54년생, 민만기 교수는 60년생이다.
최중경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3학년 시기 회계사 자격증을 땄고, 다음 해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관료로서 30년 넘게 지냈다. 회계사로서의 경력은 1년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최중경 회장은 당선이 됐고, 회계개혁을 그 어느 때보다 높이 궤도에 올림으로써 충실히 소명을 다했다.
게다가 최근 상근부회장으로 임명한 이병래 부회장은 아예 회계사 자격이 없는 금융위 1급 공무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외부출신이 마냥 부적절한 사유가 될 수 없다.
다만, 최중경 회장이 명시적으로 채이배 전 의원이 부적적하다고 발언한 바 없는 만큼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원로급 회계사 B씨는 “외부출신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른 만큼 정황을 두고 속단해서는 안된다”며 “회장이 개인 자격에서 발언을 할 수는 있지만, 평가는 항상 공인으로서 이뤄지는 만큼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회계사 C씨는 “출신을 두고 적정성을 논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자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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