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주식시장 관련 세금제도의 개편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23일 오전 10시 한국거래소 아뜨리움에서 개최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조세금융신문과 금융조세포럼 공동주관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중장기적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소득세 과세범위를 넓히면서도, 장기투자 장려를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모험자본 투자확대와 투자금의 원활한 회수를 위해 오는 6월 3일부터 증권거래세율이 낮아진다”라며 “장기투자를 장려하고, 자본흐름 개선을 위한 전반적이고도 촘촘한 과세개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세미나를 통해 자본시장 발전의 두 축인 증권거래세율 인하와 양도세 도입이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단계적이고 종합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들이 모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상 조세금융신문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정부와 여당 주도로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방안 등 자본시장 혁신에 대한 모색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증권투자와 관련된 과세제도의 현황 및 문제점을 진단하고, 글로벌 동향, 향후 세제개편방안 등에 대한 정책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중 무역갈등, 금융시장 불안 등 위험요인으로 자본시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라며 “이번 세미나가 증권거래세 존폐여부와 양도세 과세범위,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손익통산 허용여부 등 자본시장의 중장기적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깊이 있는 토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도형 금융조세포럼 회장은 “과거 우리 주식시장과 정부는 세금에 너무 민감했고, 그래서인지 장기적인 비전과 방향도 없이 오랫동안 단기적 미봉적 법 개정만 거듭했다”라면서 “최근 우리 주식시장은 과거 달리 규모나 질적측면에서 크게 성장, 발전했고, 합리적이고 시장친화적인 세제라면 수용할 자세가 되어있는 성숙한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조세 수입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보다는 시장을 살리면서 장기적으로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고민을 더 해줘야 한다”라며 “손익통산을 허용하지 않는 ‘놀부 심보’식 세금 계산 방식을 버리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금융 소득과세 체계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축사에서 "세계경제에 관해 마이너스 시대, 유동성에 의한 버블 우려가 나오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자본시장이 버블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것 아닌가하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올해 국내 기업 이익감소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횡보하는 등 다른 나라에서 향유하는 유동성을 우리는 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권 회장은 "주식시장 세금제도 개편은 단순히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투자자들만의 이익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경제가 당면한 여러 과제를 헤쳐나갈 수 있는 동력 중 하나"라며 "자본시장이 해야 할 일은 실물경제의 미래를 위한 강화, 전통산업의 경쟁력 강화, 새로운 자본시장 등에 필요한 자본이 흘러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축사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 과세체계는 변화한 시장 상황을 미처 반영하지 못해 경쟁력이 낮아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증권거래세 문제는 해묵은 숙제였다”고 짚었다.
민 의원은 “자본시장 과세 선진화의 기본 전제이며 출발점으로,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조세중립성, 형평성, 국제적 정합성에 부합하는 과세체계를 올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축사에서 “최근 정부여당은 증권거래세 인하 방침을 발표하는 등 명실공히 자본시장 개편의 신호탄이 쏘았다”라며 “자본시장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며, 부동산에 편중된 우리 가계경제의 자산 포트폴리오도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망했다.
정 의원은 “자본시장 세제개편은 시장과 세수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균형 잡힌 시각과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라며 “저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으로서 증권거래세 인하와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 등 자본시장의 합리적인 발전 방안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성훈 한림대 교수 “금융소득 저율분리과세, 투자왜곡 최소화”
문성훈 한림대 교수(사진)는 이날 ‘개인투자자의 증권투자 과세체계 개편방향에 대한 제언’ 발제에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행 증권투자소득세제는 금융상품별, 금융소득별로 차별과세가 되고 있어 조세중립성을 낮추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주식양도세 전면과세를 시행하려면 금융세제 내 차별과세와 과세범위 조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주식 양도소득은 상장여부, 지분율, 시가총액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10~30% 세율로 과세하는데 비해 주식의 배당소득은 이자소득과 합산해 2000만원 미만일 경우 14% 고정세율로 과세된다.
심지어 주식 이외의 채권은 양도소득 과세가 되지 않으며 ELS, 펀드 등 환매소득은 자본 차익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배당소득으로 과세된다. 현행 세법상 배당소득은 손실로 인정되지 않아 ELS 등의 투자손실은 투자이익과 통산되지 않고 있다.
문 교수는 “금융상품의 종류가 아닌 금융소득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주식양도세 과세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ELS, 펀드 등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경제적 실질에 맞춰 양도소득에 포함해 과세함으로써 금융상품, 금융소득 간 과세형평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주주가 소유한 상장주식 매매로 한정된 주식양도세를 모든 시장 참여자로 확대하되 초기에는 양도소득 기본공제의 기준을 높게 가져가고 점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양도소득 범위가 전면 확대될 경우 소액투자자의 과세부담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손실을 향후 3~5년 동안 이월공제를 허용해 혁신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함께 제시했다.
문 교수는 이러한 주식세제 개편을 추진하려면 정부의 명확한 방향설정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거래세를 폐지하고 주식양도세 전면과세를 확대할 것인지, 거래세를 인하·존치하고 주식양도세를 확대할 것인지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시장참여자들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이원적 소득세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금융소득은 근로소득에 비해 소득탄력성이 높고 국제적 이동 가능성이 높다. 원활한 거래를 보장해야 투자가 활성화되는 구조다. 조세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투자대상의 경제적 실질만 따져서 투자 결정이 이뤄지기 어렵다.
문 교수는 저율분리과세 도입 등 모든 금융소득을 공평하게 취급하는 수평적 공평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비과세와 감면 대폭 축소 등과 병행해 도입할 경우 금융소득에 대한 실효세율을 높여 오히려 과세형평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택 금투협 본부장 “펀드투자 내 손익통산 허용해야”
김지택 금융투자협회 정책지원본부장은 주식세제개편 방안으로 강제분배 제도 폐지와 펀드 간 손익통산 허용 등을 제시했다.
이익이 발생했을 때 세금을 붙이는 현행 펀드과세는 손실이 났을 때를 고려하지 않고, 납세자가 보유한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 간 손실통산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해외펀드 같은 경우는 배당과세여서 손익통산이 되지 않고, 국내의 경우도 손실과 이익이 통산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김 본부장은 “최종적으로 펀드가 손실이 났는데 중간에 이익이 났다고 해서 세금을 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불안감과 차별적 요소를 호소하고 있다”라며 “단계적으로 세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주식양도세 대주주 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대주주의 직계존비속까지 특수관계인으로 포함해서 과세하고 있는데 현재 25억원 기준일 때는 쉬울 수 있지만, 내년에 3억까지 확대하면 가계가 분리돼 있을 경우 특수관계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자본이득세 도입 전까지 고쳐야 한다”고 전했다.
박훈 “펀드, ELS 소득을 배당→양도소득 전환”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자소득, 배당소득, 시세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을 구별해 과세하면 간접투자의 경우 금융자산간 과세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며 “금융상품·소득 간 세제 중립성 및 수평적 과세형평을 제고하려면 펀드, ELS 등 소득을 배당소득에서 양도소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각 소득 간 구분 과세는 채권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채권 시세차익에 대한 현행 과세제도, 채권에 대한 이자소득과세, 주식에 대한 배당소득 과세 및 양도소득 과세 간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소득 종류를 변경하면 또 다른 과세차별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을규 미래에셋대우 본부장 “증권거래세 폐지, 투자전략 활용 기회될 것”
김을규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주식컨설팅본부장은 “증권거래세율을 낮추면 주식거래량이 늘어나 그에 따른 세율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8년, 2019년 시장조성자를 지정해 거래량이 낮은 종목에 대해 거래세를 면제해준 결과 거래량이 늘어났다. 코스피의 경우는 4.4%에서 6.4%로 2.0%p 증가했고 코스닥의 경우는 14.4%에서 17.9%로 3.5%p 증가한 결과를 보였다.
시장조성자에 대한 거래세 면제로 거래가 증가하고 시장조성자의 거래 상대방은 거래세 과세대상이 돼 세수가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김 본부장은 “세율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는 거래증가에 따른 세수 증가로 상쇄될 수 있다”라며 “거래세율 인하가 차익거래 전략이나 시장조성 전략과 같이 거래비용에 민감한 투자전략의 활용도를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영철 “주식양도세 전면과세. 시장 불균형 해소”
손영철 세무사는 “개별주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과세하지 않으면. 자금의 흐름이 현물시장으로만 몰리거나, 파생상품시장과 현물시장이 연계되는 무위험차익거래가 불가능하게 하는 등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상품 간 과세 형평을 위해 주식양도소득세의 전면 과세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손익통산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손 세무사는 “어떤 투자자가 분산투자를 했는데 전체 순손실은 1000만원이지만, 일정기간 특정 상품에서 2000만원 이익이 났다고 세금을 물리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라며 “국민 위에 세법이 군림해서는 안 되며, 바로잡는데 시기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주식양도세의 경우 현행 세법에서는 상승장에서의 주식양도차익만 과세하지만, 하락장에서 공매도를 통해 버는 이익에 대해서도 과세해야 한다고 짚었다.
주식거래세에 관해서는 “증권거래세는 거래비용을 야기해 주식의 알고리즘 매매나 고빈도 거래 등 다양한 금융기법 활용에 장애가 되는 등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과세방법”이라며 “증권거래세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장영규 기재부 금융세제과장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
장영규 기재부 금융세제과장은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면서도 거래세를 폐지하고 주식양도세 전면과세를 확대할 지, 거래세를 인하·존치하고 주식양도세를 확대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장 과장은 “증권거래세 폐지와 관련해 일본의 사례가 많이 언급되는데, 양도세 부과 후 세부담이 낮아졌다는 것은 다시 말해 세수가 큰폭 감소했다는 것”이라며 “잃어버린 10년 등의 영향도 받았겠지만, 해외사례를 여러 측면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세형평성과 효율성을 강구하는 게 정책 당국자의 책임이라 생각한다”며 “오늘 주신 의견은 올해 연구용역, 테스크포스(TF)를 통해 심도있게 검토하겠다”라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