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주식양도세 전면과세를 시행하려면, 금융상품과 소득별 차별과세를 해소하고, 대주주로 한정된 과세범위도 넓혀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불어 증권거래세 소폭 인하 등 애매한 미봉책보다는 거래세 폐지를 바탕으로 주식양도세 전면 확대한다는 중장기적 조세정책방향과 계획을 시장참가자에게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문성훈 한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바람직한 세제개편 방안 마련 세미나’에서 ‘개인투자자의 증권투자 과세체계 개편방향에 대한 제언’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현행 증권투자소득세제는 금융상품별, 금융소득별로 차별과세가 되고 있어 조세중립성을 낮추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주식양도세 전면과세를 시행하려면 금융세제 내 차별과세와 과세범위 조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현행 증권투자소득세제는 금융상품별, 금융소득별로 차별과세가 되고 있어 조세중립성을 낮추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주식 양도소득은 상장여부, 지분율, 시가총액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10~30% 세율로 과세되는데 비해 주식의 배당소득은 이자소득과 합산해 2000만원 미만일 경우 14% 고정세율로 과세된다.
심지어 주식 이외의 채권은 양도소득 과세가 되지 않으며 ELS, 펀드 등 환매소득은 자본 차익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배당소득으로 과세된다. 현행 세법상 배당소득은 손실로 인정되지 않아 ELS 등의 투자손실은 투자이익과 통산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주식이나 채권 등을 직접 투자하는 경우와 펀드 등을 거쳐 간접 투자하는 경우 사이에도 과세상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문 교수는 “금융상품의 종류가 아닌 금융소득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주식양도세 과세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ELS, 펀드 등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경제적 실질에 맞춰 양도소득에 포함해 과세함으로써 금융상품, 금융소득 간 과세형평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주주 중심의 주식양도세 과세방식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소액주주의 상장주식 양도소득은 비과세되지만 대주주의 상장주식 양도소득이나 비상장주식 주주의 양도소득은 과세되고 있다.
그는 “상장여부, 지분율, 시가총액 등으로 과세여부를 나누는 것에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대주주 중심이 아닌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과세하는 것이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는 과세방식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양도소득 범위가 전면 확대될 경우 소액투자자의 과세부담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는 양도소득 기본공제의 기준을 높게 가져가고 점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투자손실을 향후 3~5년 동안 이월공제를 허용해 혁신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문 교수는 “현행 세제는 투자이익이 발생한 경우에만 과세하고 투자손실은 이월해주지 않기 때문에 투자기간 간 과세불공평이 생긴다”며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과 같이 이월공제를 허용해 모험자본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이러한 주식과세체계 개편을 하려면 정부의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증권거래세 폐지를 바탕으로 주식양도세를 전면 확대한다는 중장기적 조세정책방향과 구체적인 일정계획을 사전에 시장참가자들에게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혁신성장 지원을 위해 증권거래세율 인하를 입법예고했지만 개편 방향이 다소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거래세와 주식양도세간 역할 조정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거래세를 폐지하고 주식양도세 전면과세를 확대할 것인지, 거래세를 인하·존치하고 주식양도세를 확대할 것인지 방향을 명확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세 중 한 가지만 부과했을 때는 주식시장에 영향이 크지 않았던 반면 두 가지 모두를 과세했을 때는 주식시장의 위축을 가져왔다. 스웨덴 역시 증권거래세 도입으로 자본 국외이탈, 세수 위축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문 교수는 “중장기적 방향설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과세불투명성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주식과세체계 개편은 경제 및 국가재정적 측면, 세제상 정합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고 국민들의 의견수렴 등 충분한 검토절차를 통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증권거래세 폐지·존치에 따라 주식양도세 과세제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방향설정만이라도 빠른 시일 내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일본은 일정 기간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세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주식양도세 확대에 따른 시장충격을 줄여가면서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면서 주식양도세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지난해 12월 발의하기도 했다.
문 교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원적 소득세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금융소득은 근로소득에 비해 소득탄력성이 높고 국제적 이동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조세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다.
그는 “모든 금융소득에 대한 저율분리과세는 조세로 인한 투자의사 결정의 왜곡을 최소화하고 모든 금융소득을 공평하게 취급하는 수평적 공평의 길이 될 수 있다”며 “비과세와 감면 대폭 축소 등과 병행해 도입할 경우 금융소득에 대한 실효세율을 높여 오히려 과세형평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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