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

[동아시아 자본의 빅데이터, 부여백제 여행]⑩ 중화의 작동원리, 한자와 차자

(조세금융신문=구기동 신구대 교수) 한자는 중화사상(유교 이념)을 확산시키고 고대 동아시아의 동질성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자는 황하 뿐만 아니라 요서, 만주, 산동 등에서 살던 소수민족들이 언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은나라의 갑골문은 예리한 도구로 딱딱한 거북이 등뼈나 소뼈에 새기면서 글꼴이 직선이면서 네모(方形)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갑골문은 1899년부터 발굴하여 수십만 편의 갑골에서 3,500의 글자를 찾아서 1,800정도내외 판독했다. 또한 주(周)나라 때 청동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청동 솥이나 그릇에 글자를 새기는 금문(金文)이 등장한다. 금문은 직선이 아닌 부드러운 형태로 수 많은 청동기에 글자를 주조하였는데 총 3천여자에 2천자 정도를 판독했다.

 

주나라가 멸망하고 춘추전국시대의 제후국이었던 진(秦)나라는 기존의 글자 쓰는 법을 정돈한‘대전’을 확립하고, 더 간결한‘소전’으로 발전시켰다. 진시황제는 중원을 평정한 후에 다른 제후국의 문자를 폐기하고‘소전’으로 통일했다. 공식문서에 사용되던 ‘소전’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일반인들은 더 간결하게 만든‘예서’를 사용했다. 한나라는 새로운 글자보다 ‘예서’를 기준으로 정방형의‘해서체’와 휘갈겨 쓴‘초서체’를 발전시켰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 청나라의 강희제가 역대 모든 자전을 종합하여 한자 49,000여자를 정리한 강희자전(康熙字典, 1716년)을 편찬했다. 그렇지만 한자 간략화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자 1949년본토를 중심으로 ’간체자(簡體字)’를 사용했고, 다른 지역의 경우 기존 글자인‘번체자(繁體字)’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자는 형상을 갖고 뜻을 전달하는 표의문자로 뜻없이 음만전달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표음문자에 부적당했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 국가들은 한자를 빌려서 음과 뜻을 기록하는 차자(借字)표기법을 사용하였다. 차자표기법은 지명, 인명, 국명 및 관명 등을 가자로 표기하는 고유명사 표기에서 시작되었다. 가장 오래된 한반도의 기록은 마한(馬韓)의 54개 국명과 변진(弁辰)의 24개 국명이다. 개별 이름에서‘국(國)’을 제외하면 순수한 고유어가 되는데 지명에 한자음을 전사(轉寫)한 것으로 추정된다.

 

차자표기법은 한자의 음과 훈에 대한 차용 여부로 ‘음독’과 ‘훈독’으로 나누고, 본뜻을 버리고 표음(表音)에 따라서‘독자’와 ‘가자’로 나뉜다. 이 방법이 복합되어서 차자체계(借字體系)를 구성한다. 하나의 차자가 둘 이상의 훈으로 읽힐 수도 있고, 둘 이상의 차자가 하나의 훈으로 읽힐 수 있다. 광개토왕비문, 중국인들의 외래어 표기, 일본인들의 초기 고유명사 표기가 가차자로 이루어져 있다. 고유 지명의 발음이나 의미를 한자로 적는 이두식(吏讀式)표현과 유사하다.

 

음독(音讀): 음으로 읽고 뜻도 살려서 차용한 차자

음가(音假): 음으로 읽되 뜻은 버리고 음만 차용한 차자

훈독(訓讀): 훈으로 읽고 뜻도 살려서 차용한 차자

훈가(訓假): 훈으로 읽되 뜻은 버리고 음만 차용한 차자

 

 

 

2000년 부여 능산리 사지에서 출토된 목간(木簡)의 숙세가(宿世歌)는 차자표기법으로 백제인의불교적인 내세관을 담고 있다.

 

宿世結業 同生一處 是非相問 上拜白來

 

또한 2009년 미륵사지 서탑西塔)의 사리공안에서 발견된 금제사리봉영기(金製舍利奉迎記​)는 이두식표기법으로 “좌평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인 백제 왕후가 재물을 희사해 미륵사를 창건하고 사리를 봉안해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을 적고 있다.

 

竊以法王出世, 隨機赴感應, 物現身如水中月. 是以託生王宮, 示滅雙樹, 遺形八斛, 利益三千. 遂使光曜五色, 行遶七遍神通變化不可思議. 我百濟王后佐 平沙乇積德女, 種善因於曠劫, 受勝報於今生, 撫育萬民, 棟梁三寶, 故能謹捨淨財, 造立伽藍, 以己亥年正月廿九日, 奉迎舍利. 願使世世供養, 劫劫無盡用, 此善根仰資, 大王陛下年壽, 與山岳齊固, 寶曆共天地同久, 上弘正法, 下化蒼生. 又願, 王后即身心同水鏡, 照法界而恒明, 身若金剛等虛空而不滅, 七世久遠竝蒙福利, 凡是有心俱成佛道

 

 

한자는 각 민족 별로 통일된 문자가 없던 시대에 뜻과 소리를 표기하는 수단이었다. 동아시아 전체가 한자를 차용(借用)하여 서로 다른 언어 체계에도 불구하고 거의 동일한 의미로 해석했다. 한자가 문법적인 형식을 따르지 않고 낱말을 나열했기 때문에 사용자는 중국어를 모르면서도 한자를 읽고 작문까지 했다. 지금도 동아시아는 역사적인 충돌과 이해관계 속에서도 한자와 유교 문화의 틀 속에서 상호 보완과 견제로 균형관계를 맞추어 가고 있다.

 

 

[프로필] 구기동 신구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경희대 경영학과, 고려대 통계학석사, University of Liverpool MBA,

서강대 경영과학박사, 경희대 의과학박사과정

•국민투자신탁 애널리스트, 동부증권 본부장, ING자산운용 이사,

한국과학사학회 회원, 한국경영사학회 이사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배너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인터뷰]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 권역별 회원 교육에 초점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은 지난해 6월 총회 선임으로 회장직을 맡은 후 이제 취임 1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임 회장은 회원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방회의 가장 큰 역할이라면서 서울 전역을 권역별로 구분해 인근 지역세무사회를 묶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회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6월에 치러질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 이전에 관련 규정 개정으로 임기를 조정해 본회인 한국세무사회는 물론 다른 모든 지방세무사회와 임기를 맞춰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물론 임원의 임기 조정을 위해서는 규정 개정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임기 조정이라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처음이라 주목받고 있다. 임채수 회장을 만나 지난 임기 중의 성과와 함께 앞으로 서울지방세무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Q. 회장님께서 국세청과 세무사로서의 길을 걸어오셨고 지난 1년 동안 서울지방세무사회장으로서 활약하셨는데 지금까지 삶의 여정을 소개해 주시죠. A. 저는 1957년에 경남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8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 그랬듯이 저도 가난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그때의 배고픈 기억에 지금도 밥을 남기지